더 아픈 비난의 2차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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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픈 비난의 2차 화살
  • 최원영
  • 승인 2020.03.02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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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첫 번째 화살과 두 번째 화살

 

풍경 #136. 첫 번째 화살과 두 번째 화살

 

살아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꾸중이나 비난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꾸중 들을 원인 제공을 가 한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많이 억울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지만, 상대방은 들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일 거라고 미리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소통은 이루어질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이럴 때는 설명하지 않고 상대가 이성을 되찾을 때까지 조금만 견뎌내면 설명할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나 역시 화가 나있기 때문입니다.

 

를 화나게 한 사람은 입니다.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내 상황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부터 를 생각하면 할수록 매우 나쁜사람으로 판단되고, 동시에 내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집니다. 이렇게 너와 나는 적이 되어버립니다.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나오는 스승과 제자의 문답이 기억납니다.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화살에 맞으면 아플까?”

, 아픕니다.”

만약 똑같은 자리에 두 번째 화살을 맞는다면 더 아플까?”

. 훨씬 더 아픕니다.”

제자의 이 말에 스승은 이렇게 답해줍니다.

살아 있는 한 누구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한 감정적인 고통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예화에는 두 개의 화살이 나옵니다. 첫 번째 화살은 외부에서 에게로 들어온 화살입니다.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처럼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리를 아프게 하는 화살입니다. 첫 번째 화살을 맞았을 때 가장 중요한 인식은 내가 첫 번째 화살에 맞았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치유의 방법을 찾게 되고, 그래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은 잊을 만하면 찾아오곤 합니다. 가뭄과 홍수가 그렇고, 때로는 가장 믿고 있던 사람에게서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느닷없이 중병을 선고받기도 합니다. 아프고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화살이 내게로 날아와 박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압니다. 그것은 내가 자초한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며,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니 그냥 인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금 폭우로 집이 물에 잠겼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인정하는 순간, 이 난리를 벗어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게 됩니다. 이것이 첫 번째 화살을 맞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두 번째 화살이 날아오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화살은 에게 쏘는 화살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서 큰 손실을 입었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의 말을 믿었던 나를 미워하게 되고, 자신을 속인 그 사람이 미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게 됩니다. 이럴수록 마음의 상처만 깊어질 뿐입니다.

사실 첫 번째 화살을 맞았을 때는, 그 화살이 외부에서 들어온 화살이기 때문에 내가 그 화살을 뽑아내면됩니다. 그러나 두 번째 화살은 에게 쏜 화살이라 뽑을 수도 없습니다. 그 사람을 떠올리기만 하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그 사람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로 가득 찬 마음으로는 일상생활이 온전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점점 더 깊은 불행의 늪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불행하게 되는 것은 첫 번째 화살을 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두 번째 화살을 쏘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첫 번째 화살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외부에서 나에게 날아온 화살이라 내가 막을 수는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내가 나에게 쏜 화살이기 때문에 막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쏘지 않겠다고 결정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화살을 맞은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으로 인해 발생한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을 찾아서 해나가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숙해지고 성장해집니다. 지혜가 생기는 겁니다. 이 지혜가 훗날 또 다른 첫 번째 화살이 날아왔을 때 보다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위의 스승과 제자의 문답을 소개한 저자의 말을 전해드립니다.

정신에 가장 해로운 일은 되새김이다. 마음속의 되새김은 독화살이다. 문제를 느끼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문제 때문에 쓰러져선 안 된다는 말이다. 첫 화살을 맞는 것은 사실 큰일이 아니다. 그 화살은 내 선택에 달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첫 화살 때문에 자신이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게 큰일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것은 마음의 선택에 달렸다. 외부에서 날아든 화살로 인해 생긴 상처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만 있으면 된다. 자신이 원치 않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나는 나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쏠 것인가?’라고 물어보라.”

 

멋진 지혜입니다. 두 번째 화살이 주는 폐해는 사회에 대한 미움과 증오심, 분노로 나의 마음을 채운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너와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불만과 비난과 분노를 토해내게 됩니다. 그래서 너와 나는 의 관계에서 의 관계로 바뀌고, 나의 입장에 서는 사람들은 아군으로, 너의 입장에 서는 사람들은 적군으로 편이 갈립니다. 아군과 적군의 관계에서는 조화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적대적 관계에서는 이겨야만 합니다. 그리고 내가 이기려면 상대는 죽어야 합니다. 이것이 끊임없이 분열과 다툼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 틱낫한 스님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극락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고통을 경험합니까?”

물론이지요. 경험합니다. 그러나 고통을 다루는 기술을 알고 있으니 그 고통을 행복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인해 깊은 시름에 빠져 있습니다.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겁니다. 이제부터 우리 스스로가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난보다는 격려가 스님이 말씀하신 기술이 아닐까요.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고, 지금은 먼저 고생하는 의료진과 공직자들,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위로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우리 스스로를 향해 화살을 쏘는 것을 막는 지혜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서 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어 일상으로 돌아가 웃음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생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병상에서 또는 자가격리로 힘겨워하는 분들 모두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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