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상회 집합장에 떨어지는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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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상회 집합장에 떨어지는 멜로디
  • 정민나
  • 승인 2020.03.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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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나의 시마을]
자원상회 / 성 기덕

 

 

자원상회

                                                  성 기덕

 

 

손수레에 몸을 기대며 빈병더미를 밀고 가는 이

다리 중심을 지탱하며 폐지 뭉치를 메고 가는 이

넘어질 듯 키 보다 높이 쌓인 고물을

자전거에 매달고 가는 이

이들은 모두 그 흔한 오리털 잠바도 입지 않았다

저 남루한 옷은 찬바람을 막아주려나?

그들은 거의 노인인데 젊어서는 무엇을 했나?

무거운 짐을 들고 가 몇 푼 받아 쥐고

모퉁이를 돌아가는 뒷걸음은 좀 가벼운가

푹 페인 얼굴의 주름살은 인생계급장

휘어진 등허리는 무거운 삶이 가져다준

선물…… 얼마 안 되는

고물의 대가로 지는 해의 노을은 붉기만 하다

소주 한 잔으로 어깨가 처진 하루를 위로하고

커피 한 모금으로 꽃의 향기는 피어나는데

세파의 그림자로 짙어가는

자원상회 집합장에 떨어지는 저 멜로디는

여의도 삼백 명이 떠드는 소리와 흡사하다

 

 

* 통계로 본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을 넘어섰다. 노령화 문제는 사회적경제적 요인과 더불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듯하지만 생각처럼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청년 실업 문제나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노인문제가 조금 뒷전으로 밀려 나 있을 때라도 노인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문제를 가족들에게 떠넘기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그저 측은지심으로만 볼 것만은 아니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짐수레에 빈병과 폐지 뭉치를 싣고 찬바람 속을 걸어가는 노인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 시에 비춰 보이는 노인은 단지 기운이 없고 약한 존재로만 보이지 않는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 몇 푼 받아쥐고가는 불쌍한 존재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젊은이들의 행복을 앗아가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푹 패인 얼굴의 주름살은 인생 계급장이라고 시적 화자 역시 말하고 있다. “고물의 대가로 지는 해의 노을은 붉기만 하다고 고쳐 말하기도 한다.

 

최근 노인들을 위한 맞춤 직종이나 업무들이 개발되어 취업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현역 세대들이 짊어진 부양의 부담을 노인 스스로 덜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집합장에 떨어지는 멜로디가 여의도(국회의사당) 삼백 명이 떠드는 소리와 흡사하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조그만 쇠붙이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이지만 간단한 말로도 남을 감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압축적인 시구 속에서 어떤 독자는 노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들이 스스로 일조를 하고 있으니 정부나 국회에서 관심을 조금 더 가져 달라는 제안이나 주문 같은 바람으로 읽을 수도 있다. 혹은 가족이나 에서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조금 더 제도적 혁신을 추진해 달라는 비유적 청언같은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최적화된 친환경적인 설계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반영해 달라는 암시적 표현 일 수도 있다. 시인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한 마디의 비유적 표현으로 독자들의 설득력을 얻는다. 이것은 결코 효를 실천하는 도덕적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식들과 독립하여 따로 사는 고령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 될까? 가령 혼자서 목욕할 수 있거나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집의 설계 등 실용적인 삶에 관심을 갖는다면 노인 여가 문화 시설 확충과 더불어 생활의 질을 높이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한창 시기에 경제의 역군으로 뛰었던 이들이 정신적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살 권리는 충분히 있다.

시인 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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