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이 품은 지류, 대장들녘을 흐르는 여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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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천이 품은 지류, 대장들녘을 흐르는 여월천
  • 장정구
  • 승인 2020.03.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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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27) 대장들녘과 여월천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뿌리의 향을 맡아봐요~ 봄내음이 물씬 나죠”

대장들녘에는 야트막한 언덕이 있다.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이다. 공항 주변이라 집이 모두 단층으로 자세히 보면 언덕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공사 덤프트럭과 농사 준비 차량들로 비좁은 콘크리트 도로는 흙길이 된 지 오래다. 도로 옆 작은 수로 풀숲에서는 참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부산하다. 수로 옆 밭과 논두렁은 냉이 캐는 아웃도어자켓 아주머니들의 호미질이 바쁘다.

 

 

계양산~천마산~원적산~만월산~성주산~원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부평평야를 감싸고 있는 환상산맥이다. 부평평야에서 가장 큰 물줄기는 굴포천으로 여러 지류들을 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월천은 부천의 대장들녘 한복판을 흐른다. 부천시가 지정한 소하천인데 발원지가 명확하지 않다. 2019년 봄 개관한 여월천 생태하천홍보관에는 ‘여월천은 원미산의 칠일 약수터(산울림 청소년 수련관 측 등산로에 위치)가 발원지이며 베르네천과 하나의 물길로 내려오다가 복개구간을 지나면서 베르네천과 나누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천은 하류로 갈수록 여러 물길이 합쳐져 더 큰 물길을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하나의 물길로 내려오다가 두 개로 갈라진다는 설명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굴포천과 지류들이 동부간선수로 등 1920년대 이후 수리사업이 진행되면서 조성된 농수로를 기원으로 하고 있어 발원지가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도시화로 상류가 복개되어 하수도로 사용되면서 발원지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이 굴포천과 지류들의 상황이다.

현재 여월천의 물길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정구 대명초등학교 옆에서부터이다. 현재 여월천는 생태하천 복원공사 중이다. 2019년 4월 오정대공원 내 부천자전거문화센터 1층에 여월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홍보관이 문을 열었다. 부천시는 총 4.17km 여월천을 2단계로 나누어 복원한다고 밝혔다. 대장동 마을 인근(대장동 302-1)부터 굴포천과 만나는 곳인 굴포하수처리장(북부수자원생태공원)까지 먼저 진행하고 나머지 상류구간은 2단계로 추진한다. 복원 후 굴포하수처리장에서 2급수 수준의 유지용수를 하루 약 2만㎥ 공급할 예정이란다. 부천시는 전체사업비 459원 중 57%가 넘는 264억원을 투입하며 심곡천 복원에 이어 여월천도 의욕적으로 생태 수변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여월천은 생태하천복원사업 홍보관 옆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물길이 보이며 반듯반듯하다. 물소리가 들려 ‘소하천 여월천’ 이정표가 있는 다리 위에 섰지만 역한 냄새는 나는데 흐르는 물은 많지 않다. 다리 아래 드리워진 검은 차양막 안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복개구간을 내려온 하수들이 하수관으로 떨어지고 있음이다. 뚝방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자 굴다리이다. 서울에서 부천, 계양을 지나 인천 서구를 연결하는 주간선도로인 봉오대로다. 하천 중간에는 하수를 차집하려고 설치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망가진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세굴(洗掘)로 흉물이 되어 버렸다. 여월천 정비사업,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부디 이번에는 실효를 거두기를 기원하면 탁 트이는 하류로 향한다.

동부간선수로에 이르자 솟대가 보인다. 대장동 마을이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솟대는 옛날에도 뚝방에 서서 한양을 출발하여 계양도호부(부평도호부)로 향하던 도호부사들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들은 솟대를 바라보며 목민관으로의 포부를 품고 굴포천 한다리로 길을 재촉했을 것이다. 대장동에서 계양산으로 바라보며 긴둥다리~말무덤~새부둑~꺼먹다리~쌍수문~다리목으로 여월천 뚝방길을 따라 한다리마을에 이른다. 굴포하수종말처리장 앞에는 한다리마을옛터 표지석이 있고 인근에는 한다리농장도 있다. 굴포천은 큰다리가 있었다하여 대교천(大橋川)이라 불리기도 했다.

여월천은 대장동 마을에서부터 굴포하수종말처리장까지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3km 구간에서 하수 차집관로를 설치하고 하천제방 정비공사 중이다. 동부간선수로와의 교차구간에 잠관을 설치하고 교량도 새롭게 만들고 아직 정비할 것이 적지 않다. 정비가 끝나면 하천변으로는 이팝나무를 심고 풀꽃도 심을 예정이란다. 여월천 옆 논에서는 올 농사가 시작되었다. 갈아엎은 논에서는 벼 밑둥들이 써레질을 기다리고 있다. 그 옆으로는 3기 신도시용으로 보이는 논 복토 공사차량들도 연신 굉음을 내고 있다. 

굴포천에 다다르자 졸졸졸~~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린다. 완만하여 물살을 거의 느낄 수 없는, 대형트럭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여월천 하류에서 물소리는 새삼스럽다. 흰 거품이 가득하다.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하수관에서 개울로 물이 떨어지고 있다.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가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성분을 알 수는 없지만 흘러드는 하수에 여월천과 굴포천이 오염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여월천과 굴포천이 만나는 다리 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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