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구름 타고 동동~, 원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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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 타고 동동~, 원적산
  • 유광식
  • 승인 2020.05.04 06: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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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29) 원적산터널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원적산과 터널 요금소 입구(산곡동), 2020ⓒ유광식
원적산과 터널 요금소 입구(산곡동), 2020ⓒ유광식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되었다. 참으로 열심히 거리 두기를 하는 가운데 되레 지난 시간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당대 인기 가수 중에는 김광석과 여행스케치가 있었다. 특히나 1994년 가을 발매된 여행스케치 4집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를 당시 무척이나 흥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기존에는 멜로디 취향이 강했다면 이 노래를 통해 가사 쪽으로 취향이 선회하게 된 것 같다. 올해가 여행스케치 데뷔 30주년이란다. 이를 기념해 공들여 준비한 봄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되어 6월로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재빠르게 이어졌다. 거리 두기 효과로 반대편 먼 시간이 부풀어 올랐다.

 

터널 요금소 앞 산곡2주택재개발 지구 공사 현장, 2019ⓒ유광식
터널 요금소 앞 산곡2주택재개발 지구 공사 현장, 2019ⓒ유광식

 

다람쥐가 도토리 주워 쟁여 놓듯 일주일에 한 번씩 마스크를 사는 것에 때론 웃음이 난다. 한편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들이야말로 고생이고, 외출 자제로 한정된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많은 세계인의 답답함을 어찌 다 풀어낼까 싶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는지 ‘혼자 놀기’의 진수가 온라인으로 퍼지고 있다. 철인 3종 경기를 집 안에서 하고 콘서트를 열며 심지어 100세 할아버지가 모금을 위해 걷기를 하는 시국이다. 간혹 미치지 않고서야 저러지 못하는데 라는 의아스러운 영상도 눈에 걸린다. 대다수의 국가수반이 코로나19 대처능력시험을 치르고, 예술인들은 온라인 발표회 시험을 치러야 할 판이다. 이런 고비를 넘을 겸 산 하나를 바라보니 바로 원적산(211m)이다.

 

원적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서구(석남·원창 방향) 지역, 2020ⓒ유광식
원적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서구(석남·원창 방향) 지역, 2020ⓒ유광식

 

부평구와 서구 사이에는 원적산이 한남정맥을 따라 구역을 가르고 있다. 이 산을 기준으로 서쪽의 서구, 동쪽의 부평구로 구가 나누어진다. 그리고 산을 관통하는 원적산터널(2004년 개통)이 두 지역을 연결해 주고 있다. 집이 위치한 서구에서 부평을 오가는 방법 중에는 원적산터널을 건너는 것 이상으로 좋은 방도가 없다. (7호선 연장 개통은 내년 4월로) 버스를 타고 가면 금방이지만, 2Km 정도의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도보나 자전거로 터널을 건너도 산곡동과 부평동에 쉽게 닿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안전관리에 따른 일이겠지만 규정상 사람은 터널을 도보로 통과할 수 없다. 아쉬운 마음은 산 아래로 굴리며 씩! 씩! 하게 올랐다. 

 

원적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서구(가좌·석남 방향) 지역, 2020ⓒ유광식
원적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서구(가좌·석남 방향) 지역, 2020ⓒ유광식
원적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서구(가정·청라 방향) 지역, 2020ⓒ유광식
원적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서구(가정·청라 방향) 지역, 2020ⓒ유광식

 

요금소가 있는 산곡동부터 직선코스로 정상에 올라 반대편 석곶체육공원 쪽으로 내려갔다. 도로는 터널이 뚫리기 전에 거주지였다. 지금이야 흔적을 찾기 힘들지만 사라진 집들이 모두 모여서 현재 짓고 있는 산곡역 부평아이파크 건물로 환생한 건 아닌가 싶다. (산보다 높은 것 같다) 보문사, 백련사 작은 절도 있고 합법인지 불법인지 모를 경작지도 지나간다. 좁은 오솔길 찾아 오르니 묘지가 나오고, 다시 옆으로 나가자 비로소 등산로가 나왔다. 이날은 무척이나 강풍이 불던 날이었다. 나뭇잎 찰싹거리는 소리가 그리고 바이러스를 떨치는 소리가 교차로 들리는 듯했다. 아무도 없을 것 같아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의 친구가 하산 중이었고, 먹거리를 한가득 챙긴 등산팀도 지나쳤다. 또한, 가족 단위의 등산객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비상 헬기장 같은 정상에서 부평구와 서구가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왔다. 자칫 강한 바람에 (정말) 넘어질 뻔도 했다. 푸른 이파리가 강풍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하늘은 코로나의 ‘코’자도 모른다는 듯 무심히 맑기만 했다.  

 

능선 중간에 자리 잡은 원적정(깨끗하나 2억 치고는 2층 관망대는 좁다.), 2020ⓒ유광식
능선 중간에 자리 잡은 원적정(깨끗하나 2억 치고는 2층 관망대는 좁다.), 2020ⓒ유광식

 

높은 곳에 오르니 멀리 그리고 많은 것이 보였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앞으로 내가 바라는 일들이 다 잘 될 것 같다고 느껴졌다. 내려가면 다시 도루묵이지만 말이다. 팔각정도 올라가서 한 바퀴 돈 후에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데크다! 전에는 자연 길이 많았는데 요새는 여차하면 데크 계단이다. 나는 데크로 내려가는데 어떤 아저씨는 바로 옆 미끄러운 길로 걸어가기도 한다. 물론 데크가 현대인들에게 환영받을지 몰라도 밧줄이나 나뭇가지를 잡고 오르던 것에 비하면 그 맛은 다소 떨어진다.

 

원적산 팔각정 아래 데크 하산로(등산로 데크는 계륵 같은 존재다.), 2020ⓒ유광식
원적산 팔각정 아래 데크 하산로(등산로 데크는 계륵 같은 존재다.), 2020ⓒ유광식
석곶체육공원 앞길에 놓인 벤치(보라는 건지, 앉으라는 건지 다소 당황스러운 설치물), 2016ⓒ유광식
석곶체육공원 앞길에 놓인 벤치(보라는 건지, 앉으라는 건지 다소 당황스러운 설치물), 2016ⓒ유광식
가좌여중 옆 석남약수터 입구(여름 계곡 물놀이장이다.), 2020ⓒ유광식
가좌여중 옆 석남약수터 입구(여름 계곡 물놀이장이다.), 2020ⓒ유광식

 

요새 멀리 가지 말라 하니 사람들이 동네공원으로 몰리고 있다. 석곶체육공원에 나들이 나온 어떤 어린아이는 왜 엄마·아빠가 놀이공원에 안 가고 산에 데려왔을까 하며 궁금해하는 눈빛이다. 1시간도 안 되어 원적산을 넘어왔다. 가벼운 걸음이었지만 평상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풍경을 지니고 내려왔다. 석곶체육공원과 가좌여중 옆으로 핀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 사이사이에서 사진을 담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삼 눈칫밥으로 자란 봄 같다. 올해는 부처님도 마스크 끼고 오실까 싶은데, “부처님! 제발 거리 두지 마시고 온 세상에 자비를 부탁드립니다.”라며 호소해 본다.

 

원적산터널 서측 입구, 2017ⓒ유광식
원적산터널 서측 입구, 2017ⓒ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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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0-05-11 14:06:32
석남체육공원 그 계곡에 86년 우리 공장사람들이 다같이 야유회를 갔었는데
가을날의 햇살, 자란 풀들, 찜통에 고기를 삶아 오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그때의 석남동 신현동은 아직 많은 곳이 논밭이어서 들길을 건너서 갔었던 생각이 어슴프레 나네요.
공장은 율도입구였는데 지금은 국민은행사거리, 아니 KB은행 사거리일려나
이때는 그냥 율도입구로만 불려서 그리 알았는데 지금은 율도가 어딨는지 모르겠어요.
홍길동이 살았다는 율도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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