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박영근작품상에 권혁소 시인의 「우리가 너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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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박영근작품상에 권혁소 시인의 「우리가 너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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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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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3일 부평 신트리공원 박영근 시비 앞에서 시상식
고 박영근 시인
고 박영근 시인

제6회 박영근작품상에 권혁소 시인의 「우리가 너무 가엾다」가 선정됐다.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회장 서홍관)는 지난 25일 박수연(문학평론가), 오창은(문학평론가), 김해자(시인) 심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이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시상식은 6월13일(토) 오후 4시 부평구 신트리공원 박영근 시비 앞에서 열린다.

박영근작품상은 지난 2014년 9월 신트리공원에서 창립된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가 박영근 시인(2006년 작고)의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올곧은 정신으로 치열하게 시 작업을 하고 있는 시인'들을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상금은 200만원으로 박영근 시인의 시로 만든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저작권료와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박영근작품상은 전년도 문예지 등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박영근 시인의 시 정신을 잇는 작품 1편을 선정한다.

제1회 수상작은 문동만 시인의 「소금 속에 눕히며」, 제2회 수상작은 박승민 시인의 「살아 있는 구간」, 제3회 수상작은 성윤석 시인의 「셋방 있음」, 제4회 수상작은 김수상 시인의 「미움은 미워하며 자라고 사랑은 사랑하며 자란다」, 제 5회 수상작은 조성웅 시인의 「위험에 익숙해져갔다」다.

권혁소 시인은 평창 진부 출신으로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는 '論介가 살아온다면' '수업시대' '다리 위에서 개천을 내려다 보다' '우리가 너무 가엾다' 등이 있다.

 

 

<수상작> 

우리가 너무 가엾다

                              권혁소

 

배롱나무를 좋아하는데,

감나무도 한두 그루 있다면 좋겠는데

주춧돌 세운 여기는 배롱나무도 감나무도

뿌리 내릴 수 없는 수목 한계선

알면서도 나무 탓을 한다

현주玄酒 같은 사랑 한 번 하고 싶었는데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마음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가여운 존재였을까,

잘라버리고 싶은 나무였을까

더 이상 뿌리를 뻗지 않는 나무를 뽑아내며

이제야 묻는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 것이냐고

등 돌린 그대가 저만치 걸어간다

그대가 가서 숲이 된다면 좋겠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말고 동짓달 하늘에 핀

초승달이 된다면 좋겠다, 이것이

빌 수 있는 마지막 축복 이라니

우리가 너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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