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 마을의 삶, 캔버스가 되고 그림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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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마을의 삶, 캔버스가 되고 그림이 되고
  • 이진우
  • 승인 2020.05.04 17: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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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동네 걸음]
(5)열우물 벽화그리기(2004~2011)

인천시 부평구 십정1동, 선린교회 사거리에서 부평여상 사이의 동네는 60년대 말, 70년대 초 서울과 인천의 철거 지역에서 옮겨온 주민들이 야트막한 산자락을 차지해 동네를 이루고, 그 뒤 주안 수출 5, 6공단이 들어서자 일터를 쫒아 노동자 가족들이 모여들면서 저소득층 주거 밀집지역으로 급작스레 커진 곳입니다. 

동네 초입에는 소방도로가 생길 예정이어서 빈집과 빈 집터가 있고  제법 그럴싸한 벽돌 건물들도 몇채 들어서 있어 예전 산동네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만, 동네 안을 들여다보면 너무 낡아 세도  안 나가는 빈집, 빈방들이 많고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햇볕조차 가리며 골목 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 가진 것 없는 이들은 경제가 풀렸다 해도 점점 더 가난해져 장사도 안 되고, 후진 동네라고 외국인 노동자들조차 세들기 꺼려하는 곳, 주변을 에둘러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들은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시리게만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뛰어 놀고, 없는 사람들에겐 여기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학생수가 많아 저학년은 2부제 수업을 하였고, 이웃 동네에 십정시장(새시장)이 들어서면서 구시장으로, 이제는 구시장으로도 불릴수 없지만, 십정동에 시장터라고 불릴만큼 상가가 번영했던 곳, 그 시절의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우리는 새로운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벽화제작은 열우물 동네의 환경을 아름답게, 열우물 길과 벽을 깔끔하고 개성과 생동감이 담긴 벽으로, 활기찬 지역을 만들어 내는 상징으로 될 것입니다. 또한 이렇듯 그림으로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 되고 이를 통하여 주민들의 삶, 우리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윤택하도록 각자의 마음들을 나누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는 이들과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작업하는 속에서 그것이 벽이든, 그것이 그냥 벽화를 하는 기술이든, 그것이 그냥 한 두 푼이든, 아니면 그냥 따뜻한 말 한 마디이든 함께 나누는 속에서 공동체 사회를 향한 작지만 아름다운 시작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2004년 벽화가 있는 열우물길) 

 

열우물 마을의 벽화  / 시멘트 벽에 외부수성페인트 ,  2011
열우물 마을의 벽화 / 시멘트 벽에 외부수성페인트 , 2011

 

2002년, 어쩌다가 열우물 마을에서 벽화를 하게 되었다. 앞서의 기획서의 글이 아니라 그냥 해님공부방 아이들에게 선물이게 또 근처 동네사람들에게 밝고 환한 공간을 만들어 '희망'을 가지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몇 몇 집에 벽화동의를 물어보다가 막상 했으면 싶은 집에서는 하지 말라시고  생각하지도 않는 여러집들이 벽화를 요청하는 사람에 일이 커지고 말았다. 집주인으로부터 동의서를 받고 나서 페인트를 구하는 일도 벽화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찾는 일도 또 후원을 해주실 교회, 성당, 단체들을 다니며 후원을 구하는 일도 다 하여야 했다. 그렇게 벽화를 하였다. 

2011년, 벽화를 하던 열우물길프로젝트는 더욱 풍성해져서 벽화 외에도 계단작업, 전신주벽화, 해님공부방 미술프로그램, 사진작가의 마을사진전시, 동네어르신 장수사진찍기, 마을우물벽화, 마을벽화안내판, 마을공공미술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때마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지원을 받기도 하였다. 

이렇게 열우물 벽화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은 또 열우물에서 벽화가 아니라 열우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나 역시 함께 열우물 마을을 그림으로 담았다. 일년 중에 서너차례 스케치모임을 하고 동네를 돌며 그림으로 담는 일은 열우물 마을이 캔버스이면서 그림이 된다는 사실을 여실없이 증명해주었다. 

 

열우물을 그리는 사람  /39*27cm  watercolor on paper,  2011
열우물을 그리는 사람 /39*27cm watercolor on paper, 2011

7월 열우물스케치 시간에 계단벽화의 맨 끝계단에 앉아서 마을을 그리고 있는 정현이의 모습이다. 정현이는 바로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이곳 계단에 벽화를 그렸었다.

어느집의 수돗가  /39*27cm watercolor on paper,  2011
어느집의 수돗가 /39*27cm watercolor on paper, 2011

정현이가 앉아 있던 자리 옆에는 대문이 있었는데 그 대문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수돗가가 있었다. 얼지 말라고 보온재로 감아놓은 수돗가와  깨어진 물조리개, 고무대야, 노란바가지가 있었다. 그림을 그리던 낮에는 다행하게도 이 집 식구들이 오지 않아서 편히 앉아서 그림을 그렸었다. 

초록-냉장고 밭  /39*27cm watercolor on paper,  2011
초록-냉장고 밭 /39*27cm watercolor on paper, 2011

계단벽화가 있던 자리에서 바라보는 마을모습, 여기에도 냉장고는 훌륭한 땅심깊은 밭이 되었다.  냉장고밭에는 상추가 자라고 있었는데 빨갛게 핀 양귀비도 있었다가 사람들이 벽화를 보러오고 마을을 사진찍는 이들이 많아지자 언젠지 뽑혀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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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자 2020-05-26 11:00:33
글도 따뜻하고 그림도 넘 좋네요~

장정현 2020-05-11 13:07:12
그림이 참 아름답고...아련합니다...그나저나 정현이란분 뒷모습이 참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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