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마주 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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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마주 칠까 봐
  • 조영옥
  • 승인 2020.05.0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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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조영옥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회원

버스 정거장 앞에 떡집이 생겼다. 언뜻 보기에는 사람이 많이 오르고 내려 장사가 잘 될 듯 싶은 장소로 보이지만 일전에 있던 화장품 가게도 길 건너편에 있는 큰 가게에 밀려서 손을 털고 나갔다.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인데도 주인을 못 만나고 오랫동안 비어 있던 점포이다.

자영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경기가 없어 임대료, 인건비 빼고 나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고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도 내려가지 않고 슬슬 올라가는 것이 점포 임대료이다. 시중에 떠도는 말 중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복이 많게 생겼다고, 예쁘게 생겼다고 말 해주는 것보다, 더 듣기 좋아하는 말이 ‘건물주같이 생겼다’고 하는 말이다 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허허로운 말도 심심치 않게 세태의 인심을 반영하듯이 들려온다. 전에는 몇 년씩 잘 버텨 오던 점포도 어느 날 휭 하니 썰렁해지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점포임대라는 종이쪽지가 붙는다.

비어 있던 점포 문 앞을 가리고 공사를 하기 시작한다. ‘이 불경기에 누가 또 무엇을 하려나?’ 오지랖도 넓게 남의 걱정을 하며 지나쳤다. 며칠 간 뚝딱거리더니 드디어 간판이 걸렸다. ‘**떡집’… 이 곳에 어쩌자고 떡집을 열었을까? 분명히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가, 없는 돈에 대출까지 끌어 모아 문을 열었겠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곳은 떡이 팔릴 자리가 아니다.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선지 30년이 지나면서 나름 몇몇 업종은 자리를 잡고 오랜 세월 잘 버티고 있다. 그 중에 집근처에 떡집도 두어 곳이 전문성을 가지고 단골을 확보해서 추석이나 설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떡을 살 수가 있다. 우리도 그중에 한 곳을 단골로 정해서 선물을 하거나 집안 행사에 많이 이용했다.

버스를 타려고 그 앞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떡집 쪽으로 눈길이 간다. 아주 오래 전 남편이 하던 사업이 기울어지고 막연할 때 지인이 식당을 권고하기에 여기저기 알아보려고 다닌 적이 있었다. 중개인과 점포를 둘러보려고 갔다. 부평 번화가에 있는 식당은 한 쪽 벽면이 오석(烏石)으로 된 수석이 가득 진열돼 있고 고급 식당답게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었다. 경험이 별로 없던 젊은 시절, 현실을 뼈저리게 겪었으면서도 우리의 마음속에 거품이 남아 있었던지 우리는 그곳으로 마음을 정하고 계약을 하기로 했다. 중개인이 말하기를 중령으로 예편한 사람이 하던 곳인데 몸이 아파서 할 수가 없어 아까워하면서 내어 놓은 점포라고 한다. 주인도 멀리 있고 돈도 많은 사람이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장소라고 하면서… 그 곳은 워낙 번화가라 권리금을 주지 않으면 점포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여러 곳을 둘러보아도 같은 소리다. 그 당시 우리는 주공13평 아파트 두 채 정도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갔다. ‘주인은 부자고 먼 곳에 산다’ 고 하더니 바로 점포 뒤쪽 살림집에서 살고 있었다. 중개인이 우리를 속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사십 년 전, 중개업자 중에는 더러 속임수를 쓰던 사람들이 있던 시절이었다.

주인은 손님이 많아서 북적거리면 앞을 오락가락하며 가게를 기웃거린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투자한 돈을 생각하며 열심히 가게를 키워갔다. 예상대로 주인은 계약기간 만료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에게 권리금 없이 나가라는 통고를 했다. 권리금에 대한 손해를 보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이후 그쪽으로는 얼굴도 돌리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 떡집 간판을 달았을 때 ‘저 사람도 경험 없이 시작했거나, 중개하는 사람말만 듣고 시작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시작한 것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집 앞을 지나가곤 했다. 그 때마다 문 밖 좌판에 떡 열 댓 덩어리 납작하니 늘어놓고 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누가 보아도 쉽게 살 것 같지가 않다. 어느 날 일부러 그 집에서 떡을 사려고 좌판을 기웃거렸다. 가게 안에 주인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떡볶이 떡 두 개와 인절미와 절편을 고르도록 주인이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유리문에다 이마를 바짝 대고 안을 들여다보니 주인이 얕은 의자에 돌아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니 밖에서는 앉은 모습도 보이지를 않아 주인이 없는 듯이 보였다. ‘똑똑’ 두드리니 그때서야 일어나서 문을 연다.

“아니, 주인이 밖을 쳐다보고 손님이 오나 신경을 쓰고 있어야지 돌아 앉아 있으면 어떻게 해요?“ 주인이 무안하지 않게 지나가는 말처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하고 눈이 마주치면 미안해할 것 같아서요”

“좋은 쌀로 떡을 해서 쫄깃하고 맛있네요,“ 하고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자신 있는 떡을 한조각 권해가며 단골을 만들어 가야지, 눈이 마주치면 미안할까봐 밖을 보지 않고 있다니…’가슴이 턱 막혀온다. 그의 눈빛이 밝지를 않다. 의욕이 사라진 것 같다. 떡이 그래도 팔리는 겨울에 이 정도면 떡이 안 팔리는 지난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까? 의욕을 상실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줄 모르겠다. 혹은 점포가 빠지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중인 줄도 모르겠다. “사람이 없는 줄 알아요. 밖을 내다보면서 장사를 하시지요”

한 마디 해주고 돌아서는데, 때 아닌 겨울비가 가로등에 비쳐 안개처럼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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