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주연과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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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주연과 조연
  • 김선
  • 승인 2020.05.12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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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과 고전읽기 도전하기]
(2)이방인- ⑯헤엄치는 사람들과 그 배경들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Jacob 김선(춤추는 철학자),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 소순길(목사), 이광남(칼럼리스트)’ 등이 원서와 함께 번역본을 읽어 내려가며 삶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고전읽기- 알베르 카뮈(김화영 역), 이방인 L’Etranger, 민음사.

: Jacob 김 선

 

Au large, nous avons fait la planche et sur mon visage tourné vers le ciel le soleil écartait les derniers voiles d’eau qui me coulaient dans la bouche.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서 우리는 몸을 띄웠다. 하늘로 향한 얼굴 위에서 태양은 입으로 흘러드는 물의 장막을 걷어 주었다.

 

  뫼르소와 마리, 레몽은 버스에 올라탄다. 아랍인들은 있던 자리에 그냥 서서 무관심한 태도로 바라본다. 불길한 시선을 피하며 레몽은 안심한 눈빛으로 마리에게 줄곧 농담을 한다. 그는 마리가 마음에 든 눈치다. 마리는 정반대다. 마리는 거의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따금 웃으면서 레몽을 쳐다볼 뿐이다.

  그들은 알제 교외에서 내렸다. 바닷가는 정류장에서 멀지 않았다. 그러나 조그만 언덕을 지나야만 했다. 언덕은 푸른빛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돌들과 새하얀 수선화들로 뒤덮여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마리는 재미난 듯 헝겊 가방을 돌리면서 꽃잎을 떨어뜨리는 장난을 한다. 마리는 지금 행복한 것이다.

  그들은 초록색 또는 흰색 울타리를 둘러친 작은 별장들 사이를 걸어간다. 언덕 끝에 이르기도 전에 움직이지 않는 바다가 눈앞에 나타나고 더 멀리에는 육중한 곶이 보인다. 삶의 사투를 벌이는 누군가에게 희망봉처럼 육중한 곶은 기쁨의 표지였을 것이 평온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그림으로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그들의 시선 안으로 풍경들로만 말이다. 뒤질세라 배경음악처럼 가벼운 모터 소리가 고요한 대기를 뚫고 들려온다. 단조로운 바다의 조연으로 저 멀리 조그만 트롤 어선 한척이 반짝이는 바다 위로 움직이는 듯 마는 듯 가고 있다. 바다로 내려가는 언덕길에서 바라보니 바닷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풍경놀이에 사람이 빠질 수는 없는 법이다.

  레몽의 친구는 해변 기슭의 작은 목조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레몽이 친구에게 뫼르소와 마리를 소개한다. 작은 오두막에 좁아할 것 같은 친구는 마송이라는 이름으로 몸집과 어깨가 떡 벌어진 키가 큰 사람인데 파리 말씨를 쓰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여자와 함께 있었다. 친구는 편하게 대하며 갓 잡은 생선으로 튀김을 했다고 말한다. 뫼르소가 집이 아담하다고 하니 친구는 휴일마다 와서 지낸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내하고라면 누구든지 뜻이 잘 맞을거라 한다. 아내는 성격이 좋은 사람인가 보다. 그의 아내는 마침 마리와 웃고 있었다. 그때 뫼르소는 처음으로 자신이 마리와 결혼할 것을 진정으로 생각하게 된다. 생뚱맞다. 풍경에, 사람들에 취해서 그렇게 보인 것인지 알 수 없다.

  마송이 헤엄치러 가자고 하자 그의 아내와 레몽은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송과 뫼르소, 마리만 바닷가로 내려간다. 마리는 바로 물속으로 뛰어 들었고 뫼르소와 마송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마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음흉하다. 마송은 말을 천천히 했는데 말끝마다 그뿐만 아니라를 덧붙이는 버릇이 있었다. 마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는 아주 그만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매력이 있어요.”하고 말한다. 아내가 있어도 본심은 드러난다. 이윽고 뫼르소는 햇볕을 쬐면서 느끼는 흐뭇한 기분을 음미하는 데 정신이 팔려 마송의 버릇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역시 뫼르소도 그뿐만 아니라를 계속 붙일 수 있을 만큼 자신의 기분이 우선인 사람이다.

  발밑에서 모래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뫼르소는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좀 더 참았다가 마침내 마송에게 들어가자고 말한다. 그리고는 물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마송은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 발이 닿지 않게 돼서야 몸을 던진다. 물을 무서워 하나보다. 그는 개구리헤엄을 치는데 무척 서툴러서 뫼르소는 그를 남겨 두고 마리에게 헤엄쳐 간다.

  물은 차갑지만 뫼르소는 헤엄을 치니 흐뭇했다. 흐뭇함은 계속 이어진다. 마리와 함께 멀리까지 갔는데 두 사람은 몸놀림이나 만족감에 있어 서로 일치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리에 대한 뫼르소의 감정은 무엇인가? 마리는 의문스러울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두 사람은 몸을 띄운다. 예전에 높은 음 자리라는 혼성듀오의 저 바다에 누워의 가사가 생각나는 모습이다.

혼성듀오 높은음자리, 바다에 누워가 수록된 앨범
혼성듀오 높은음자리, 바다에 누워가 수록된 앨범

두 사람이 하나의 모습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다 보며 설익은 햇살에 젖은 파도는 눈물인 듯 찢기워 가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늘로 향한 두 사람의 얼굴 위에서 태양은 입으로 흘러드는 물의 장막을 걷어 준다. 평온함이 온몸으로 빛나 보인다.

  마송이 모래사장으로 나가 햇볕을 쬐려고 눕는 것이 보였다. 헤엄이 그에게는 그렇게 큰 즐거움은 아닌 듯 하다. 멀리서도 그는 큼직하게 보인다. 마리는 뫼르소와 함께 헤엄을 치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을 눈치없는 뫼르소가 웬일로 간파한다. 뫼르소는 뒤로 돌아가 마리의 허리를 붙잡고 마리가 팔을 놀려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발로 물장구를 쳐서 도와준다. 고요한 아침에 물을 때리는 나직한 소리가 그 둘을 따라오고 있었다. 거기까지였다. 마침내 뫼르소는 지치고 말았다. 그래서 뫼르소는 마리를 남겨 두고 숨을 크게 쉬면서 규칙적으로 헤엄을 쳐서 돌아왔다. 목숨이 소중하니 이해한다.

  뫼르소는 바닷가로 나와 마송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모래 속에 얼굴을 파묻는다. 지친 가운데서도 마송에게 기분이 좋다고 하니 그도 그렇다고 답한다. 잠시 후에 마리가 왔다. 마리는 이날도 늘 그렇듯 먼저 간 뫼르소를 이해하고 있는 태도다. 여유있게 다가오는 마리의 소금물에 젖어 있는 몸은 미끈미끈해 보이며 머리는 뒤로 늘어뜨려져 있었다. 뫼르소와 마리는 옆구리를 꼭 붙인 채 누웠는데 그녀의 체온과 뜨거운 햇볕 열기 때문에 뫼르소는 조금 잠이 든다. 뫼르소가 많이 피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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