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도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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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도시의 변화
  • 김천권
  • 승인 2020.05.2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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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김천권 /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세상이 온통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에 휩싸여 있다. 경제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학교는 개학해도 문을 열지 못하며, 관광지에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종교도 코로나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매스컴에는 전문가들이 나와 코로나19가 인간사회에 큰 영향을 미쳐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사회는 현저하게 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흐름을 보면 전염병이 사회에 치명적인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도시발전에 전염병은 곳곳에서 중요 요인으로 등장한다. 중세시대에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The Black Death, 흑사병)로 인해 유럽 인구 약 1/3인 2,400만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종교 중심 사회가 붕괴되어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 사회로 전환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페스트가 창궐했던 시기에 성당에 가서 아무리 기도를 올려도 효과가 없었고, 왕족과 귀족 그리고 성직자들도 페스트로부터 똑같이 희생되는 모습을 보고 권위도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알아채면서 권위주의 종교중심 사회가 급격히 흔들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염병은 지위고하, 빈부격차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었다(그런데 요즘은 아닌 것 같다). 페스트로 인하여 중세사회는 점차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하여 인본주의가 싹 트는 르네상스의 씨앗을 낳았다. 르네상스 도래와 함께 종교에 대한 비판과 성찰은 종교개혁을 요구하는 상황을 연출했고, 종교가 아닌 인간 중심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계몽주의 철학과 사상이 탄생되는 시대를 만들어냈다. 즉, 페스트로 인해 중세가 급격히 붕괴하며 르네상스가 도래하는 계기가 되었고, 르네상스의 도래로 인해 종교개혁과 계몽사상의 전파를 위한 씨앗이 뿌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전염병이 인류에 미친 영향은 여기서 멈춘 것이 아니다. 19세기 들어서서 산업혁명과 함께 생산방식이 수공업체제에서 공장제 공업체제로 전환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반시민과 노동자들은 부족한 주택으로 인하여 공장 인근의 빈민촌에 거주하였으며, 공기와 물은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와 폐수에 의해 오염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였다.

지금이야 정부가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지만, 지금부터 불과 150년 전만 하더라도 국가는 국민 위에 군림하며 지배와 착취를 일삼는 조직이었다. 길은 오물로 악취를 풍기고, 공기는 공장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로 뒤 덥혔으며, 시냇물은 폐수로 오염된 상황에서 도시는 주기적인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특히 당시에 성행했던 전염병으로는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여 시민들은 불안에 떨며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였다. 특히 영유아 사망률이 높아, 1800년대 초중반에 유럽사회의 평균 수명이 약35세 정도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혁명의 선도했던 영국은 프랑스에서 발생한 대혁명이 런던에서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전염병 퇴치를 위한 상하수도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전염병과 빈곤에 허덕이는 시민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혼란이 영국에서도 일어나 왕권이 무너지고 시민계급이 지배하는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전염병 퇴치, 특히 수인성 전염병 퇴치를 위한 상하수도 정책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도시개발 정책은 노동자들을 위한 주택정책, 교통정책, 복지정책 등으로 이어져 시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정책이 점차적으로 정착되어 영국사회에서 중산층이 확대되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즉, 전염병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여 근대도시에서는 최초로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상하수도 정책이 도입되었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산업사회에서 영국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약150년이 지난 2020년 인류는 또 다른 전염병 코로나19가 출현하여 세계가 공포와 혼란에 휩싸여있다. 치사율은 페스트보다 낮으나 높은 감염률로 인하여 대면활동이 억제하고 사회적 및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원격진료 등이 간헐적으로 시도되었지만, 코로나19는 이런 새로운 생활방식을 일거에 도입케 함으로써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코로나19를 잘 대처한 표본국가로 부상하여 K(Korean Style)방역이 세계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한류가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에 이어 방역에서도 세계의 주목을 끌은 것이다.

영국이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해 근대도시의 상하수도체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선진도시로 성장하였듯이, 한국은 코로나19에 모범적으로 대처하여 국가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전염병에 잘 대처한 도시가 경쟁력 있는 도시로 부상하며 헤게모니를 쟁취하고 부강한 사회로 성장한 역사를 보면, 코로나19는 한국사회와 도시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말하기를,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는 점차 위험사회로 진행될 것으로 예언하였다. 그리고 위험의 과학화와 상업화, 더 나아가 글로벌화가 더욱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런 위험사회에서 오늘의 코로나19 경험은 한국사회의 위기대응시스템을 한 단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즉, 세월호의 슬픔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오늘의 코로나19가 유익한 학습이 되어 한국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계보건기구 WHO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신임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코로나 19 대응과 관련해 모범 사례로 손꼽힌 'K-방역'이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 = MBC 캡처)
우리나라가 19일 세계보건기구 WHO 총회에서 신임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코로나 19 대응과 관련해 모범 사례로 손꼽힌 'K-방역'이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 = 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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