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그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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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그놈들
  • 김선
  • 승인 2020.05.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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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과 고전읽기 도전하기]
(2)이방인-⑰뫼르소에게 친한 사람들과 낯선 아랍인들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Jacob 김선(춤추는 철학자),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 소순길(목사), 이광남(칼럼니스트)’ 등이 원서와 함께 번역본을 읽어 내려가며 삶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고전읽기- 알베르 카뮈(김화영 역), 이방인 L’Etranger, 민음사.

: Jacob 김 선

 

J’ai regard’e Raymond et il m’a dit : <<C’est lui.>>

내가 레몽을 쳐다보았더니 그는 그놈이야하고 말했다.

 

  마리는 바닷가의 잠든 뫼르소를 깨운다. 마리는 뫼르소에게 마송은 벌써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하며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뫼르소는 시장했기에 곧 일어난다. 그런데 마리는 아침부터 뫼르소가 한번도 키스를 해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마리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뫼르소도 키스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마리가 물속으로 들어가자고 하자 함께 잔물결 속으로 몸을 뻗는다. 잠을 자고 일어났으니 체력이 회복된 것이리라. 조금 헤엄쳐 가다가 마리가 뫼르소에게 달라붙는다. 몸으로 표현하는 마리는 관능적이다. 그녀의 다리가 뫼르소의 다리를 휘감자 뫼르소는 정욕을 느낀다. 마리가 감기 전에 먼저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아직 거기까지는 못 미치는 뫼르소. 뫼르소는 많이 모르쇠다.

  두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데 마송은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왜 부르는 것일까?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것인가? 부르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은 마음이 다를 수도 있겠다. 뫼르소가 배가 몹시 고프다고 말했더니 마송은 뫼르소가 마음에 들었다고 아내에게 말한다. 마음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으니 뭔가 불편해 보인다. 뫼르소는 자신 몫의 생선을 허겁지겁 먹는다. 모두 말없이 먹는다. 마송은 자주 술을 마시고 뫼르소에게 계속 따라 준다. 각자 취하는 느낌이다.커피가 왔을 때 뫼르소는 머리가 무거웠는데 아마도 담배를 많이 피워서 그런 것 같다.

  마송과 레몽 그리고 뫼르소는 공동 비용으로 8월에 해변에서 지낼 것을 의논한다. 휴가를 보내는 즐거운 의논만 하면 좋으련만...마리가 갑자기 지금은 1130분이라고 말한다. 의논이 길었나 보다. 노는 논의는 긴 법이다. 얘기가 끝이 없다. 무엇인가에게 빠진 이들에게 시간을 알려줌으로써 행동 변화를 촉구하려는 마리의 제스처로 보인다. 모두들 놀랐으나 마송은 식사를 일찍 했지만 배고플 때가 식사 시간이니 별로 이상할 것은 없다고 말한다. 마송은 상대방의 의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같다. 그 말을 듣고 마리가 왜 웃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하는 뫼르소도 그런 부류인 듯하다. 뫼르소는 한술 더 떠서 아마 술을 지나치게 마신 탓이었을 것이라고 자신이 모르는 이유를 스스로 합리화한다.

  그때 마송이 바닷가로 나가 산책하자고 뫼르소에게 권한다. 마리는 남아서 마송 부인이 설거지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면 남자들은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키가 작은 파리 여자는 말한다. 설거지는 여전히 여자들의 몫인가? 휴가지에서는 주로 남자들이 하는 것이 예의일 듯 싶은데 이 세 사람은 예외인 것 같다. 남자 셋이서 바닷가로 내려간다.

  햇빛이 수직으로 모래 위에 쏟아져 내린다. 바다 위에 반사되는 그 강렬한 섬광은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햇빛과 섬광에 약한 뫼르소가 걱정이다. 처음에 레몽과 마송은 뫼르소가 알지 못하는 일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그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라는 것과 한때 같이 살았던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뫼르소는 알 수 있었다. 뫼르소는 인지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세 사람은 물가 쪽으로 가서 바다를 끼고 걷는다. 뫼르소는 맨머리 위로 내리쬐는 태양 때문에 반쯤 졸고 있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때 레몽이 마송에게 뭐라 말했으나 뫼르소는 잘 듣지 못했고 그와 동시에 바닷가 저 끝 아주 멀리서 푸른 작업복을 입은 아랍인 둘이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불안한 상황에서 불길한 대상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일까? 뫼르소가 레몽을 쳐다보니 레몽은 그놈이라고 말한다. 중세 때 차란한 문명의 주역이었단 아랍인들을 그놈이라고 생각케 하는 왜곡된 시선들이 지금 도처에 있다.

외젠 들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 1798~1863)의 ‘아랍인’
외젠 들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 1798~1863)의 ‘아랍인’

  외젠 들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 1798~1863)아랍인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처럼 마송은 계속 걸어가면서 그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따라올 수 있었을까 하고 묻는다. 긴장한 눈치다. 해수욕 가방을 들고 버스에 타는 것을 그들이 보았던 것이라고 뫼르소는 생각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뫼르소는 긴장될 때는 말을 신중히 해야 함을 은연중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랍인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어서 거리가 훨씬 더 가까워졌다. 이미 상황을 직감한 레몽은 마송에게 싸움이 붙으면 둘째 녀석을 맡으라고 하고 자신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말한다. 뫼르소에게 다른 놈이 오면 그를 맡으라고 말한다. 뫼르소에게도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뫼르소는 자신도 모르게 그럴 것이라고 답한다. 부지불식간에 전투준비에 돌입한 마음이다. 마송은 두 손을 주머니 속에 넣는다. 애써 태연한 척하는 모습이다.

  지나칠 정도로 뜨겁게 단 모래가 지금 뫼르소에게 붉게 보인다. 뫼르소의 시선은 붉은 모래로 앞일을 예견하는 것 같다. 세 사람은 일정한 걸음으로 아랍인들 쪽으로 걸어간다. 남자다. 긴장되지만 피하지 않는다. 물러나는 것이 더 우습게 보일지도 모른다. 아랍인들과의 간격은 규칙적으로 줄어든다. 보는 이가 더 긴장된다. 몇 걸음 되지 않는 간격을 두고 서로 가까워졌을 때 아랍인들이 멈춰 선다. 그들도 다 계획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기에 그 결과만이 남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The Seven Samurai, 1954)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The Seven Samurai, 1954)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The Seven Samurai, 1954)가 산적 무리인 노부시를 대적하여 싸울 때의 긴박한 모습처럼 그들과 그놈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도 지금은 멈춰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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