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우물 구시장 골목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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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물 구시장 골목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이진우
  • 승인 2020.06.01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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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동네 걸음]
(6)열우물 마을 구시장 골목 풍경
열우물마을 구시장 골목의 초입에는 거리의미술이 있고 옆의 벽면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열우물마을 구시장 골목의 초입에는 거리의미술이 있고 옆의 벽면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1동, 선린교회 사거리에서 부평여상 사이의 동네는 60년대 말, 70년대 초 서울과 인천의 철거 지역에서 옮겨온 주민들이 야트막한 산자락을 차지해 동네를 이루고, 그 뒤 주안 수출 5, 6공단이 들어서자 일터를 좇아 노동자 가족들이 모여들면서 저소득층 주거 밀집지역으로 급작스레 커진 곳입니다. 

여기에는 동네사람들이 구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 십정동으로 이사왔던 즈음에는 시장이 있어서 우리가족은 김치담글 채소를 사러 가기도 하고 간단하게 장을 보는 곳이었습니다. 떡방앗간, 미용실, 양품점, 석유가게도 있고 포장 쳐진 좌판같은 곳에는 채소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채소 가게가 있던 시장은 불이 나서 천막이 불탔는데 그 뒤로는 더 이상 그곳에 가게를 둘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소방법에 의하면 천막 아래는 가게를 둘 수 없어서 자연스럽게 빈터가 되고, 차들이 하나 둘 차지하면서 그냥저냥 주차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불이 나고서 부터는 구시장골목은 시장이 아니라 연립주택건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아 있는 남도방앗간, 풍년방앗간과 석유.얼음가게와 옷가게, 그리고 새로 들어선 빵가게, 비디오가게가 그래도 이곳이 시장터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구시장 골목풍경 / 72*53cm watercolor on paper, 2015
구시장 골목풍경 / 72*53cm watercolor on paper, 2015

구시장골목 사람들은 골목의 화분 텃밭(*그림속)에서 자라는 푸성귀를 뜯어 함께 고추장에 밥비벼먹고 지내는 이웃들이었습니다. 그런 이웃들의 골목 초입, 옛 영미용실 자리에 거미화실이 들어섰습니다. 앞집 아버님 어머님, 글고 옆에 옆집 아버님 어머님, 옆집 아주머니, 방앗간집 어머니...... 점점 이웃들과 친해지고 나니 화실문을 굳이 닫을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라디오 소리가 화실을 채우고 있으면 되었고 누군가 찾아오면 이웃어머님들께서 확인해주셨으니까요. 
 

구시장골목이야기-복날저녁 / 26*18cm / watercolor on paper, 2020
구시장골목이야기-복날저녁 / 26*18cm / watercolor on paper, 2020

중복날 저녁에는 닭두마리를 삶아 여럿 같이 묵습니다. 후배들과  앞집 아버님, 옆집 아버님도 오고 또 동네 분들도 와서 먹고 한잔도 나누고 그렇게 화실 앞 빈터는 이웃들의 마당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더운 날에도 화실 옆 이곳에는 그래도 바람이 불어주어 한 잔 할 만했습니다. 
 

구시장골목이야기-삼겹살과 수박 /26*18cm watercolor on paper, 2020
구시장골목이야기-삼겹살과 수박 /26*18cm watercolor on paper, 2020

이번에는 삼겹살입니다. 삼겹살이 생기고 수박을 꺼내놓아 또 맛난 오후입니다. 앞집 아버님은 몸이 좋지 못하셔서 술을 딱 한잔만 하시고요.  고기 한점 잡수셔. 네네-하면서도 수박 때문에 더욱 신납니다. 
열우물 마을 구시장 골목에는 이웃들의 시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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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0-06-04 18:33:00
추억이 가득가득 담긴 동네여서 그림을 그리면서 아련한 마음에 순간 붓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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