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냐 보전이냐 - 기로에 선 영종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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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냐 보전이냐 - 기로에 선 영종 갯벌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06.18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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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현안 점검] 매립하려는 인천경제청, 막으려는 시민단체
인천경제청 "인천공항 배후부지 확보 등 매립 반드시 필요"
시민단체 "땅 장사 위한 핑계... 수많은 멸종위기종 서식·번식지 잃어"
18일 오전 인천시청 후문 입구에서 인천녹색연합 회원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인천녹색연합

“영종2지구 갯벌 매립계획을 백지화해 갯벌 보전 약속을 지켜주세요”

18일 오전 인천시청 후문 입구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한 시민단체 회원을 만날 수 있었다.

시위자는 영종2지구(중산지구) 갯벌매립계획의 부당함을 알리는 두 개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 중 한 피켓에는 박남춘 인천시장이 나서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인천녹색연합 회원들이 진행 중인 1인 릴레이시위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벌써 한 달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현안점검에서는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인하대학교 해양동물학실험실, 생명다양성재단, 인천시의원 등 각계각층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영종2지구 갯벌매립사업’에 대해 알아본다.

 

영종2지구(중산지구) 갯벌매립 사업 계획지구 위치도 및 세부 토지이용계획
사진=영종2지구 개발계획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 결정내용 중 일부 자료사진 캡쳐

“영종2지구 갯벌매립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 오직 ‘직진’”

영종2지구는 영종 준설토투기장(한상드림아일랜드)과 영종도 사이에 있는 갯골(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을 말한다.

이 갯골의 면적은 약 3.9㎢, 여의도 면적의 약 1.35배에 이르니 갯골 중에서는 상당한 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이 영종지구 내 마지막 남은 가용지이기 때문일까.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2년부터 이곳을 매립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해 현재는 본안 검토 등의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곳을 크게는 3개의 테마 존(레저·휴양, 첨단산업, 주거·상업), 작게는 5개의 토지용지(주택건설, 상업시설, 특화시설, 산업시설, 수로)로 구분해 영종도에 부족한 각종 앵커시설과 관광·오락·체육시설, 주거시설, 교육시설 등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경제청은 영종2지구 매립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지난 2017년 10월 공고한 ‘전략환경영향평가항목 결정내용’에서 그 이유를 확인해 본 결과,

▲인천공항 시설·기능 확장 대비 및 경쟁력 강화(배후물류용지 확보 및 관광레저 거점지역으로 개발) ▲미단시티·한상드림아일랜드 등의 조성에 따른 개발압력 증대, 영종 북동지역 거점 형성 및 연계 필요성 ▲영종 준설토투기장 조성에 따른 영종2지구 갯벌의 자연적·점진적 매립 진행과 기능 상실 ▲주변지와의 차별화 필요성 ▲2030년 인구 50만 메트로폴리스 대비가 가능한 유일 가용지 ▲섬 지역인 영종 준설토 투기장의 고립화로 장래 불투명 촉진 ▲매립에 따른 해수영향 미미, 하천형 수로 개발로 환경영향 최소화 가능 등이 경제청이 근거로 제시한 사업의 필요성이었다.

이같은 다수의 ‘필요성’들을 토대로 인천경제청은 오직 ‘직진’하고 있다.

영종2지구 매립사업의 사업비는 약 1조900억원. 인천경제청의 지난해 예산 규모가 약 5,800억원(시설조성 사업비 약 4천억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인천경제청은 매립지 재산매각수입(90%), 국고보조금 및 사용료·임대료(10%) 등으로 예산을 조달하고 있다. 그렇기에 남은 토지를 일거에 매각하지 않는다면 영종2지구 갯벌매립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충당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영종2지구 매립사업을 위한 개발 및 실시설계 용역비조차 확보하지 못해 곤란을 겪었고, 아직까지도 사업비 확보 등의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경제자유구역과 신도시 등도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지난 2018년 7월 공고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두고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제동을 걸었는데도 일부 항목만 수정하고 계획 자체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인천경제청은 매립지점 변경(흰발농게 등 멸종위기생물이 서식치 않는 곳)과 매립면적 축소(기존 3.9㎢에서 2.31㎢) 등 계획을 일부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오는 2031년까지다. 때문에 인천경제청은 현재 진행중인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면, 빠른 시일 내로 이 계획을 해수부의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이유가 이처럼 분명한데, 인천경제청은 왜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까. 반대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종2지구 갯벌에서 대규모 서식이 확인된 흰발농게

“영종2지구 갯벌매립은 땅 장사만을 위한 것, 수많은 멸종위기종 보호해야”

인천녹색연합과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인천 환경·시민단체는 인천경제청이 관련 용역을 준비하던 2016년께부터 지속적으로 반대 성명, 시위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영종2지구 매립사업은 ‘명분이 없는 사업’이며, 영종도 갯벌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써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의 보고인 만큼 계획의 전면 폐지와 경제자유구역 해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는 영종2지구 갯벌매립은 인천경제청이 언급했던 수많은 ‘필요성’ 때문이 아닌 ‘땅 장사’를 위한 투기성 계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진행됐던 인천시 확대간부 회의자료를 보면 해당 계획이 ‘인천경제청의 재원조달을 위한 신규개발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인천경제청도 지난 2016년 주요업무추진계획서에 사업 필요성을 ‘경제청 토지매각 재원 확보’로 명시해 뒀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인천경제청은 당 해 예산의 약 90%를 매립지 매각 대금을 통해 조달한다. 인천경제청의 입장에서는 매립을 통한 신규 토지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오는 2022년 완료될 예정인 송도11공구 토지매각 이후, 새로운 자금줄이 될 신규 토지 확보하고자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영종2지구 갯벌이 인천 갯벌생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라는 점이다.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이곳이 훼손될 경우 수만마리에 이르는 멸종위기종(흰발농게·저어새·알락꼬리마도요·도요물떼새·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서식지와 번식지를 잃게 된다. 또 영종2지구 갯벌과 연결된 강화남단갯벌, 영종도 남단 갯벌도 환경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영종지구에 있는 수많은 빈 땅(기매립지)도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판국에 또 다시 갯벌을 매립하면서까지 땅 장사를 추진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이미 감사원에서도 투자용지 부족이 아닌, 수요를 과다하게 산정·공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환경부가 “개발계획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며 “해당 사업의 입지 타당성 등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협의 의견을 냈음에도 인천경제청의 개발 계획 추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문제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이 지난 2018년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갯벌 매립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흰발농게 등 일부 동식물에 대한 영향 평가(조사)가 누락돼 있기도 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종2지구 갯벌 곳곳에서 최소 14만마리 이상의 흰발농게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보호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은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비단 인천 시민단체 뿐이 아니다. 대학, 재단법인, 전국 환경단체 등 다양한 범위에서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 2017년 열렸던 이 사업 심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협의회서 총 11명의 위원 중 6명의 위원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 중 조강희 위원은 “해당 계획은 그나마 남은 갯벌을 없애는 계획으로 재고되야 한다”며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민관협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인하대 김태원 교수는 “세계자연유산보다 더 가치가 높은 갯벌을 매립하면서 그린뉴딜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박사는 “멸종위기종이 계속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는 그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약 68.26㎢의 매립지가 조성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23배 규모 갯벌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개발과 자연의 무게, 가치를 다시 한번 면밀히 가늠해 볼 때다.

영종2지구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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