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잊기 위한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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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잊기 위한 지혜
  • 인천in
  • 승인 2020.07.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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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
(108) 고통 앞에서 절망할 때

 

풍경 #148. 고통 앞에서 절망할 때

견디기 힘든 일을 당하면 당장은 힘겹고 절망스럽지만, 최악의 상황을 그려보고 아직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조금은 위로가 될 겁니다. 왼팔을 다쳐서 속이 상하다면 ‘만약 두 팔 모두 다쳤다면’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고통을 극복하는 첫 번째 지혜는 이렇게 최악의 상황, 즉 더 어려운 상황을 상상해보는 겁니다.

두 번째 지혜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찾아 돕는 겁니다. 돕다 보면 자신의 고통조차 잊어버리곤 합니다.

브라이언 카바노트의 《꿈꾸는 씨앗》에 이런 상황에 적절한 예화가 나옵니다.

외아들을 잃은 한 여인이 성인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어떤 기도를 해야, 어떤 주문을 외워야 죽은 아들을 다시 살릴 수 있나요?”

성인이 말했습니다.

“한 번도 슬픔을 겪지 않은 가정을 찾아라. 그리고 그 집에서 겨자씨를 얻어다 내게 가져와라. 그러면 그 겨자씨로 당신 아들을 살려주마.”

눈이 번쩍 뜨인 여인은 어느 멋진 저택의 문을 두드리고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슬픔을 겪지 못한 집을 찾고 있어요. 이 집은 분명 그런 집인 것 같아요.”

주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잘못 찾았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최근에 자신이 당한 가슴 아픈 일을 얘기했습니다. 주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여인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엄청난 슬픔을 겪었지만 이렇게 불행한 가정을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될 거야.’

여인은 그 저택에 머물면서 가족들을 위로한 후에 슬픔을 겪지 않은 가정을 다시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런 집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여인은 가는 곳마다 그들을 위로하며 도왔습니다. 도와주며 자신이 찾고 있던 마법의 겨자씨도 자신의 슬픔도 모두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도 잊은 채 말입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지혜는 이렇게 나보다 더 큰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위해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동안, 자신의 슬픔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슬픔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 많이 엷어지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보다 더 큰 고통 속에서 절규하는 사람을 자신이 돕지 않으면 그가 곧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을 자신의 고통을 통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 관해 많은 책을 썼고 유명한 강연자이기도 한 데일 카네기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차동엽 신부의 《뿌리 깊은 희망》에 나옵니다.

젊은 시절, 그가 사업을 했지만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자살을 결심하고 뉴욕 허드슨강으로 갔습니다. 투신하려던 찰나에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선생님, 연필 한 다스만 사주셔요.”

돌아보니 두 다리가 없이 판자를 개조해 바퀴를 달아 만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청년이었습니다. 카네기는 1달러를 주면서 연필은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청년은 계속 따라오며 연필을 받으라고 졸랐습니다. 그는 연필을 받아들며 청년을 보았습니다.

청년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카네기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자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훗날 카네기의 말입니다.

“나는 희망이 없었다. 하지만 두 다리가 없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그 청년을 보고 나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파산해서 빚더미에 올라앉아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절망하고 있을 때 두 발이 없어 임시로 만든 휠체어에서 연필을 파는 청년을 보고 깨달았던 것은 ‘나는 그래도 두 발은 있지 않은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돈은 잃었어도 멀쩡한 몸이 있으니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 두 발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연필을 팔아야 할 만큼 가난 속에서 허덕이는데도 웃을 수 있는 여유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아마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독자 여러분,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고 있어서 어려움이 크실 겁니다. 그래도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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