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뒤에 남은 갈등... 외포리 젓갈시장 재건축 지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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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뒤에 남은 갈등... 외포리 젓갈시장 재건축 지연, 왜?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07.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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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인허가권 가진 강화군, 보완 요청만 수차례 반복
내가어촌계 주민 "말도 안 되는 트집잡기... 불법 사업 및 주민 권한 탈취 목적"
강화군 "허가 요건에 따른 정당한 요청... 어촌계 주민들, 기득권 위한 반대"

강화군 내 유일한 젓갈 시장이자 많게는 국내 새우젓 물량의 70%가 유통되던 ‘외포리 젓갈수산시장’. 지난 3월 화재로 소실된 시장을 재건축하는 작업이 제자리 걸음만 계속하고 있어 가을 성수기를 앞둔 상인들의 애가 타고 있다.

27일 현재 강화군은 외포리 시장 재건축 사업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외포리 시장 상인들이었던 내가어촌계 주민들도 재건축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초 강화군이 주민들의 복구작업을 '불법 사전공사'라며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재건축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화재로 소실된 강화군 외포리 젓갈수산시장의 모습. 박남춘 인천시장이 직접 방문해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인천시

27일 강화군 내가어촌계 어민대책위 정찬요 사무국장에 따르면, 외포리 시장의 소유권자(건물주)인 인천시는 지난 4월2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장을 철거하고 재건축하고자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고 2억원의 예산(철거비용)을 편성해 강화군에 전달했다.

하지만 강화군은 "외포리 시장은 군의 관리물이 아니니 시에서 직접 철거하라"며 예산을 반납했다. 정 사무국장에 따르면 군은 이같은 조치를 주민들과 상의 없이 진행했다.

이에 주민들은 은행대출 등을 통해 약 8억원의 예산을 모았고, 자비로 건물 철거(5월28일 완료)와 설계(6월8일 완료) 작업 등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설계 작업과 동시에 화재로 손상된 바닥부 등을 미장 처리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이 작업은 ‘공사’가 아닌 일종의 ‘수선’이었으며, 여러 건축사와 강화군 공무원들이 현장점검을 통해 확인까지 했던 만큼 불법 건축행위에 해당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군은 지난 6월11일 돌연 "주민들이 진행한 작업은 불법 건축행위(사전공사)에 해당한다"며 시에 '협의 불가'를 통보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 사무총장은 “당시 군은 ‘해당 작업은 사전공사’라는 내용이 담긴 지방언론사의 기사 하나만을 근거로 이같이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인천시는 재협의 요청을, 어민들은 소명자료와 보완서류 제출을 반복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바닥부 등을 공사 이전으로 돌리기 위해 연탄재를 뭍히기도, 옹벽을 긁어내기도 했다. 장사도 못해 하루하루가 힘든 판에, 돈 주고 고쳐둔 시설을 다시 훼손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사전공사 이전의 모습을 찾은 이달 중순까지도 주민들의 보완서류 제출과 군의 추가 보완 요청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달에만 벌써 세 차례로, 지난 20일에 제출한 보완서류도 향후 통과될 지 미지수다.

 

'사전공사를 원상복구 하라'는 강화군의 보완 요구에 외포리 시장의 주민들이 그을음 등을 그리고 지우길 반복하는 촌극을 벌였다. ©강화뉴스

정 사무국장은 “강화군이 말도 안 되는 트집잡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군은 이달 8일에 제출했던 주민들의 보완서류에는 5가지 추가 보완 요구를, 이달 13일에 제출한 서류에도 1가지 추가 보완 요구를 전달했다”라며 “요구된 보완점들은 배수관 뚜껑 교체 등 허무맹랑한 트집잡기도 있는 반면, 폐수처리장 신설 등 말도 안 되는 요구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젓갈시장에 들어오는 어류종이 얼마나 되겠으며, 이같은 이유로 지난 15년간 없었던 폐수처리장을 왜 갑자기 만들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강화군이 사업추진 의사를 밝힌 ‘외포리(어항) 수산·관광 거점어행 개발계획’을 언급하며, “주민에게 귀속된 지방어항 사용권 회수를 위한 사전 조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계획에는 오는 2025년까지 외포항을 대표 거점 어항으로 개발하고, 외포항 주변 부지에 종합어시장 및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계획에 현 외포리 시장 부지가 상업·휴게 시설로 계획, 지정돼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 종합어시장이 완공되면, 현 외포리 시장 상인들의 가게를 이곳으로 옮기고 남은 시장 부지에는 상업시설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정 사무국장은 “법령상 어항사용권은 주민들에게 있기 때문에 어항 부지에 일반 상인들은 들어올 수 없고, 위락·상권 시설을 지을 수 없다”며 “때문에 개발 계획의 추진을 위해 주민들의 '사용권'을 미리 빼앗아 놓으려는 것(가게 이전)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군은 자부담으로 건물을 짓겠다는 주민들의 말은 뒤로하고, ‘10억을 편성해 임시시설을 지을테니 사용권을 달라’는 취지의 의사만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다”라며 “최근 주민설명회에서도 ‘협조’를 운운했는데, 이는 사실상 사용권을 내놓지 않는다면 인허가를 주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명회 자체도 내가면이 아닌 길상면 주민들과 농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엉터리”라며 "이 밖에도 지난해 취소된 ‘외포리 새우젓축제’와 관련해 주민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한 보복 조치거나 유천호 군수의 사적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당장 한시가 급하니 사용권 및 가게 이전 문제 등은 2025년에 가서 논하자는 입장”이라며 “이미 모든 예산과 재료 준비가 끝나 두달 안에 시장을 재건할 수 있는 만큼, 어차피 법적으로 불가한 것에 연연하지 말고 정당한 행정을 펼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화군이 건립할 예정인 '외포리 종합어시장' 조감도 ©강화군

강화군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제기된 이 같은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며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관계자는 “현재 외포리 시장은 사전공사 이전으로 원상복구된 상태로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더 이상의 보완점이 나오지 않는다면 즉시 인허가를 내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폐수처리장 등 보완 요구에 대해서는 “강화군도 행정기관인 이상 상급기관과 주민들의 명령·요청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라면서도 “반대로 행정기관인 만큼 허가 요건 등에 대해서도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외포리 시장이 준공된 약 15년 전에는 시장으로 들어오는 어류종이 절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이후 판매물품의 다양화와 법령의 개편, 환경 문제 관심도 증가 등의 이유로 현재 어시장 개장을 위해서는 폐수처리장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군이 추진 중인 개발계획과 어항 사용권 등에 관해서는 “신설 예정인 외포리 종합어시장과 현 외포리 시장 주민들의 가게 이전 문제는 특정 외부 상인들을 위한 것도, 사용권 때문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군은 외포리 어항이 강화군 대표 어항인만큼 이곳 주변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이곳으로부터 강화 전 지역의 상권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외포리 시장 부지에 휴게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관광객들을 유도하기 위한 ‘부수적인 시설’에 불과하고, ‘주 시설’은 어민들을 위한 종합어시장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군이 직접 임시 시장을 짓겠다는 것을 내가어촌계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그들이 2025년까지로 예정된 외포리 시장의 무상 임대를 연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포리 시장 상인들의 경우 전국 최대의 새우젓시장에서 오는 혜택을 독점해 온 측면이 있다”라며 “군은 기득권을 연장하겠다는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군 내 다른 지역들의 상권도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기관인 만큼 법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라며 “개발계획은 어촌어항법에 따라, 새우젓축제 취소는 입찰 절차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제기된 의혹에 전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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