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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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
  • 최원영
  • 승인 2020.08.17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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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
(111) 남극 펭귄의 지혜

풍경 #151. 남극 펭귄의 지혜

코로나19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차츰 진정되어가다가 요즘 다시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국민이 겪은 참담한 생활이 언제까지 더 겪어야 할지 걱정이 큽니다. 하루라도 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개인의 방역수칙 지키기가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아픔을 겪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아픔은 주로 외부에서 ‘나’에게로 옵니다. 홍수가 그렇고, 가뭄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도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 아픔이 누구에게는 절망이 깊어져 삶을 포기하게 하고, 누구에게는 성장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이나 저는 후자에 속했으면 좋겠습니다.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에 호주의 어느 대학에서 휴학 중인 여학생이 저자인 아잔 브라흐마에게 전화를 걸어와 상담한 사례가 나옵니다.

그녀는 심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만 있고 외출은 피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의사와 심리치료사도 도울 수가 없었습니다. 침대에 누워만 지낸 지 벌써 여러 주가 지났습니다. 그녀 말로는 남자 친구가 요리와 청소나 잔심부름을 해주어서 그나마 견딘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물었습니다.

“불안증이 오면 몸의 어느 부위에 이상증세가 오나요?”

“무슨 말씀이죠?”

“모든 감정은 몸에 상응하는 신체적 느낌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니 어느 부위가 이상하나요?”

“모르겠어요.”

“그러면 그걸 알아낸 다음 내게 설명할 수 있을 때 전화 주세요.”

며칠 후 그녀가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젖가슴 아래의 배 중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 느낌을 자세히 말해보세요.”

그러나 학생은 자세히 말을 하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저자는 그 느낌을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 때 전화를 다시 달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며칠 후 그녀가 다시 전화해 배 중앙에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자세히 말했습니다. 그러자 저자는 이렇게 제안을 합니다.

“아주 좋아요. 이제 그 신체적으로 느껴지는 증세가 시작되는 걸 느낄 때마다 당신 손을 가슴 위에 얹고 그 부분을 최대한 친절하게 오래 마사지해주세요. 만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당신이 혼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면 남자 친구에게 부탁해서 마사지하세요. 그게 남자 친구가 할 일이에요. 그리고 며칠 뒤 내게 전화해요.”

며칠 뒤 다시 전화가 오자, 자신의 배를 사랑스럽게 마사지할 때 신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 이상한 느낌이 사라졌어요.”

“그럼 불안한 감정은요?”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불안한 감정도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답했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울면서 엄마를 찾아다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두려워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보이면 금세 마음이 안정됩니다. 자신의 감정이 좋은 감정이든 고통스러운 감정이든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불안했던 겁니다. 이 기쁜 감정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 이 기분 나쁜 감정이 영원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것입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마의 존재를 보게 되면 안심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 역시도 볼 수만 있다면 그 불안이라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앞의 사례에서 저자가 학생에게 불편한 느낌을 자세히 말해보라고 한 대목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슬플 때는 슬퍼하면 되고 기쁠 때는 기뻐하면 됩니다. 그때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러나 이게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그녀가 가장 믿을 만한 존재, 즉 남자 친구의 도움을 받으라고 한 것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엄마’와 같은 존재, 즉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로부터 협조를 받는 겁니다.

남극의 펭귄들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서로 어깨를 맞댄 채 동그랗게 모여 버티곤 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적이 있습니다. 견디기 힘든 추위를 견디게 한 것은 바로 동료들의 존재였습니다.

지금 많이 힘듭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대규모의 물난리로 인해 더더욱 힘겹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주는 펭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에서 용기를 다시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불편한 삶이라고 해도 이번 코로나와 수재로 인한 고통이 우리의 삶이 한 계단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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