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버나움', 세계시민의 사랑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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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가버나움', 세계시민의 사랑방으로
  • 강영희
  • 승인 2020.08.1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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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문화 오아시스 이야기]
(10)이주민과 원주민들이 함께 누리는 복합문화공간 '가버나움'

 

가버나움은 마을골목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가버나움은 마을골목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비에 씻긴 바람이 불고, 뜨거운 햇빛이 반가운 여름 오후 미추홀구 용현동 학산문화원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편의점과 주유소 사이 골목으로 한 블록 들어가니 오른쪽으로 ‘Cafe Capernaum’ ‘כְּפַר נַחוּם영어와 낯선 이슬람어가 함께 씌어있었다. 카페 가버나움. 월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라 닫혀있었는데 건너편 빌라에서 한 청년이 달려왔다. 이 공간 대표인 박정민씨다.

 

가버나움 대표 박정민씨
가버나움 대표 박정민씨

 

우리 공간은 화~, 오후 1~ 10시에 열어요.”  날이 좋아져서 자취집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고 하며 문을 열었다. 시원한 물 한잔을 부탁하고 간단히 방문기록과 체온 체크를 했다. 활달한 목소리에 소년 같은 얼굴을 한 청년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가버나움을 운영하기 2-3년 전부터 인천지역에서 도시 난민과 관계를 맺으며 삶을 나누는 단체 오버플로우에서 활동해왔는데 그중에서도 아랍권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데 중심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2019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과 생활 혁신형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됐다.@가버나움 인스타그램

 

어떻게 인천에서, 그리고 여기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2018년 제주 예맨 난민 의료 지원활동가로 이집트 의료인 담당 통역 및 필드 매니저로 활동했던 박정민 대표는 같은 해 오버플로우( Over-flow)라는 단체를 통해서 인천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과의 만나게 되었다.  오버플로우는 우리가 받은 사랑을 주변에 흘려보내자는 취지로 모여 인천에 사는 청년들이 인천 거주 이주()민  가정에 지원 활동을 했는데, 매달 한번 씩 이주(난)민 가정을 방문하여, 아이들과 먹고, 놀며 친구가 되어가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활동하게 된 건 인천에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거의 없고, 그에 비해 남동, 연수, 송도, 미추홀 등에 이주민들이 많았으며,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인하대가 있고, 비슷한 나이또래의 청년들과 소통하면 좋을 듯 하여 용현동에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가버나움이름이 독특하네요? 뜻이 뭐예요?

원래는 팔레스타인의 도시이름인데 그 의미 보다는 레바논 난민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아랍 영화의 제목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방구석 1에서 보았던 한 영화가 떠올랐다. 소년이 부모를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한 영화였다

 

7살 난민 소년이 부모를 고발한 영화 '가버나움'@영화 포스터
7살 난민 소년이 부모를 고발한 영화 '가버나움'@영화 포스터

 

가버나움은 한국이나 인천에 사는 이주민이나 난민 여성들의 자립을 돕고자 마련된 공간이다. 지역사회에서 이주민과 원주민의 공존을 고민하며 20199월 용현동 골목에 자리잡은 소셜 벤처(Social Venture) 사업체로 문화 오아시스는 기존에 지인들의 소개로 알게 되어 지원했고,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레바논 이주여성 유스라씨가 레바논 가정식에 대해 강의 및 실습하고 있다.
이라크 이주여성 유스라씨가 레바논 가정식에 대해 강의 및 실습하고 있다.

 

아랍 가정식 후무스와 파티브레드

 

오아시스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좀 완화되어 막 시작한 참이었다고 한다. 아랍(레바논) 가정식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쿠킹클래스는 이미 2회가 진행되었고, 이방인을 주제로 한 영화감상모임, 주변에 사는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책모임과 보드게임 모임을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다고 한다.

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이 없어서 다들 pc방 등을 전전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한국학생보다 외국인 학생이 더 많이 다니는 골목이어서 가버나움이 그들의 소소한 일상에 활력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로 보드게임, 영화감상, 책모임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들과 지역 주민이 모두 부담감 없이 생활 속의 문화공간으로 누리길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랍 가정식을 배워보는 쿠킹클래스는 인기폭발!!  회당 2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사진제공_가버나움
아랍 가정식을 배워보는 쿠킹클래스는 인기폭발!!  회당 2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사진제공_가버나움

 

아랍가정식 쿠킹클래스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예요

청년들과 이주민들, 지역주민과 유학생들이 함께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모든 나라가 그런 것 같아요. 음식을 나누며 만나는 사람이 제일 자연스럽고 편하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음식은 어디에서나 가장 중요한 생활문화라며 조금씩 프로그램 내용이 바뀔 수 있겠지만 쿠킹클래스 만은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쿠킹클래스는 2차시까지 운영되었다.@사진_ 가버나움 인스타
쿠킹클래스는 2차시까지 운영되었다.@사진_ 가버나움 인스타

 

문화오아시스와 관련하여 바람이나 제안이 있다면?

 인천시정부, 다른 문화공간, 시민들에게 ...

 

지역사회에서 이주민들과 원주민이 잘 어울려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 공간이 그들의 사랑방이 되어 누구나 드나들면서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구요. 그런 의미에서 인천시에서 정식으로 인정하는, 공인된 문화공간이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라고 해도 아무도 모르거든요. 워낙 이상한 공간과 사람들이 많다보니 인천시가 인정하는 생활문화 지원사업인 걸 대부분 몰라요. 인천 곳곳에 이런 사업이 많은데 너무 모른다는 거죠. 왜 시민들이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의 홍보를 안하는 거죠?

전에 동아시아생활문화축제에서 다양한 문화공간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이 참 좋았어요. 코로나19로 그런 기회가 사라진 지금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류하고 소통할 방법이 거의 없어요. 다른 공간의 프로그램이나 활동도 잘 알 수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네이버카페를 보라고 하는데 카페는 요즘 젋은 사람들 거의 안보거든요. 최소 페이스북, 그보다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는데 카페니 블로그니 너무 옛날꺼거든요. 자료 축적에는 좋다지만 시민들은 잘 보지 않아요.

시민들이나 주민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의 문화공간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이건 앞에서 말씀드린 홍보 문제와도 이어진 건데 공간과의 신뢰가 필요하겠지만 충분한 홍보가 된다면 지역주민이 지역주민센터만큼 오아시스 공간을 찾지 않을까요?

 

이주민, 난민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가버나움의 벽
이주민, 난민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가버나움의 벽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닫힌 문을 두드리는 손님이 왔다. 마을활동가이자 연수구에서 문화 오아시스를 운영하고 있는 서유당대표 내외였다. 배다리 아벨서점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인천지역 이주민, 난민 관련 단체나 활동가가 적는데 우연히 마을활동가로 만났다가 그런 내용으로 활동한다는 걸 알고 다시 한 번 들렀다고 한다. 그러면서 건넨 두꺼운 박사학위논문 한국의 난민정책에 관한 연구 : 제주 예멘난민사례를 중심으로

 

마을활동가이자 서유당 내외분이 이곳에 문을 두드려서 함께 오아시스 사업과인천의 문화예술, 이주(난)민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을활동가이자 서유당 내외분이 이곳에 문을 두드려서 함께 오아시스 사업과인천의 문화예술, 이주(난)민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계시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일상의 문화적 소통과 교류,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부해가는 게 필요하다는 대화 끝에 던져진 숙제 같았다.

'세계시민의 사랑방' 주민들의 일상에 소통공간도 줄어든 상황에서 지속적인 소통과 활동을 해나가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가버나움. 한달에 한 번, 아니 일년에 한번 갈까말까하는 문화예술회관도 필요하지만 매일의 일상에서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개항의 도시 인천이 서울보다 매력적이었던 때는 바로 그런 다양한 문화들이 어울려졌을 때가 아니었을까? 마을의 문화오아시스 공간에서 그렇게 다양한 문화를 만난다면 얼마나 매력적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다양함이 주는 풍요로움을 일상에서 만나기를 .. 부디 그러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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