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까이 자연방역~, 계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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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까이 자연방역~, 계양산
  • 유광식
  • 승인 2020.09.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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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38) 계양산 일대/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계양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남정맥 줄기(멀리 송도까지 보인다.), 2017ⓒ김주혜
계양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남정맥 줄기(멀리 송도까지 보인다.), 2017ⓒ김주혜

 

가을에 앞서 태풍의 시즌이다. ‘바비BAVI’는 서쪽에서, ‘마이삭MAYSAK’은 동쪽에서 한반도에 큰 피해를 주었다. 여전히 나라 안팎으로 골골대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국에서는 심리방역이라는 것에 무너지면 안 된다고 한다. 결국 제자리는 인간 마음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른 문제인데, 손 내밀기에는 아직도 주저한다. 유야무야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자연의 변화는 너무도 성실하다. 속이 답답할 적에 우리는 먼 곳을 가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오르기도 한다. 인천의 진산 계양산을 살금살금 오른다.

 

계산역 부근에서 올려다본 계양산, 2019ⓒ유광식
계산역 부근에서 올려다본 계양산, 2019ⓒ유광식
계양산 둘레길(서쪽)에서 만날 수 있는 돌탑들, 2019ⓒ유광식
계양산 둘레길(서쪽)에서 만날 수 있는 돌탑들, 2019ⓒ유광식

 

마니산(475m)을 제외하고 인천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산이 계양산(395m)이다. 봄이 되면 산기슭에 누가 밥풀이라도 흘린 듯 군데군데 진홍빛 진달래가 피어난다. 보고 있자니 유년 시절 학교 가며 진달래를 보았던 가슴 설레던 일이 떠오른다. 상처 입은 마음은 솔솔 낫는 기분이었다. 나무가 자라고 녹색의 농도가 짙어지고, 다시 바람이 불고 비나 눈이 내리면서 계양산은 좀 더 단단하고 푸르게 시민들의 가슴을 채워주고 있다. 

 

계양산 정상 부근 연분홍 진달래꽃, 2017ⓒ유광식
계양산 정상 부근 연분홍 진달래꽃, 2017ⓒ유광식

 

서울에 갈 때는 이젠 경인선보다 공항철도를 자주 이용한다. 열차 문이 열리면 우측 창문가로 가게 되는데 이유인 즉슨 계양산 뒤태를 보고자 함이다. 해가 들지 않아 그늘진 모습이지만 나는 앞쪽의 반짝이는 모습보다도(볼 수도 없지만) 침묵을 머금은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하는 그 1~2분을 즐긴다. 정상 부근의 방송 송신탑은 계양산을 매머드급 가시나무로 만들기도 하지만 ‘나 여기 있소! 걱정들 마요.’라며 손 흔드는 것도 같은 ‘안심 안테나’다.

 

계양산 정상(청라 방향으로), 2019ⓒ유광식
계양산 정상(청라 방향으로), 2019ⓒ유광식
계양산 정상(검단 방향으로), 2019ⓒ유광식
계양산 정상(검단 방향으로), 2019ⓒ유광식

 

우리 사회가 포스트 시대라 하여 이전 ‘시대는 없다’라는 절망 아닌 불안을 주고 있지만, 주변을 살피면서 더불어 성장하는 것들과 함께 안도와 평안을 느끼면 좋을 것이다. 산이 옆에 있거나 멀리서도 보이는 조망이 확보되는 장소 및 공간이 최적의 방역 장소가 아닐까 싶다. 계양산도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나무 데크를 설치하여 안전과 편의를 증진했다고는 하는데 정녕 ‘산을 탔다’는 생각은 얕다. 내려올 적에 오히려 무릎에 무리가 온다. 연무정에서 시작해 하느재 쉼터에 올라 비로소 능선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빌딩으로 치자면 에스컬레이터 같으나 실상은 재미가 덜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빼곡한 나무와 주택들(계양·부평구 일대), 2019ⓒ유광식
정상에서 내려다본 빼곡한 나무와 주택들(계양·부평구 일대), 2019ⓒ유광식

 

푸르게만 보이는 계양산도 위태로운 시절이 있었다. ‘L’ 기업의 골프장 건설에 맞서 계양산 지키기 시민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솔숲 나무에 올라 시위를 하고 하느재길 길목에서 서명을 받던 날들이 있었다. 반딧불과 도롱뇽을 찾아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했다. 위태했던 시절은 지금의 평화로 온전히 이어지는가 싶더니만 ‘L 수목원‘ 조성사업이 최근 불거져 나온다. 최근에 계양산성박물관이 개장했다. 개관 준비를 마치니 보이는 적이 아닌 보이지 않는 코로나19가 기승이다. 그래도 계양산을 찾는 또 하나의 재미가 생겼으니 사태가 잠잠해지면 돌아봐야겠다. 산과 더불어 깊은 의미를 하나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계양산 동쪽 능선 끝 계양산성 터(아래에는 산성박물관이 5월 개관했다.), 2019ⓒ유광식
계양산 동쪽 능선 끝 계양산성 터(아래에는 산성박물관이 5월 개관했다.), 2019ⓒ유광식

 

이번 가을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인상으로 남을 것인지 매 궁금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코로나 이야기로 시작하고 마치게 되지만 생활방역도 철저해야 하겠고 당국이 밝힌 심리방역을 위한 각성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이럴 때에 모두가 한번은 아니 열 번은 가보고 느꼈을 계양산의 높이와 넓이, 푸른 품을 되새기며 지금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돈하고 다독였으면 한다. 계양산 자락 어느 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을 첫째 외할머니가 어렴풋이 스쳐 지나간다.

 

계양산 지키기 3차 100일 릴레이 농성 시민(하느재 쉼터), 2010ⓒ유광식
계양산 지키기 3차 100일 릴레이 농성 시민(하느재 쉼터), 2010ⓒ유광식
오늘의 공공 안전 무료배송 문자(금융 스팸 문자를 앞서는 요즘이다. 힘내라 한다.), 2020ⓒ유광식
오늘의 공공 안전 무료배송 문자(금융 스팸 문자를 앞서는 요즘이다. 힘내라 한다.), 2020ⓒ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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