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업주들의 소리없는 아우성, "확진자 없는데... "
상태바
PC방 업주들의 소리없는 아우성, "확진자 없는데... "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09.10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위험시설' 지정, 23일째 문 닫힌 PC방 업주들, 인천시청 앞 피켓시위
"다른 다중이용시설 대비 신원 확인 철저, 내부 환경도 감염에 안전"
전기세, 월세 등 수백만원 피해... 정부 검토 휴업지원금은 단 백만원
대전, 전북, 충북 등 PC방 제한 속속 완화... '과도할 정도'의 방역 강조한 인천은?
최근 수도권 지역 PC방 업주들이 시위에서 사용하고 있는 피켓. PC방을 고위험시설군으로 지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혀 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3차례 이상의 신원 확인 절차가 진행되고, 다른 다중이용업소와는 환경이 달라 감염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인데 왜 PC방을 고위험시설로 분류했습니까”

10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는 피켓과 팻말 등을 든 지역 PC방 업주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울려퍼졌다.

수도권 전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침이 전면 시행됐던 지난달 19일을 앞두고,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PC방 업주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5월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이용자들이 좌석을 한 칸씩 띄어 앉게끔 하더니, 이제는 고위험시설로 분류됐으니 아예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후 10일 현재까지 23일 동안 PC방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전국에 내려진 거리두기 2단계 지침이 해제되는 20일까지 열흘이나 더 닫혀 있어야 한다.

인천지역 PC방 업주들이 10일 인천시청 앞에서 '영업중단 해제'를 촉구하는 침묵 시위를 진행했다.

수도권 PC방 업주들은 전날 국회·경기도를 시작으로 이날 인천, 서울에서 ‘영업중단 해제 및 실질적 보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가뜩이나 일방적인 조치로 생계에 위험이 닥쳤는데, 최근 당정협의회서 검토된 휴업지원금은 단 100만원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시청 앞에서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무소음(침묵) 방식으로 진행된 시위도 이 중 하나다.

인천 업주들은 이 자리서 갑작스레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것에 대한 부당함을 피력했고, PC방을 영업이 중단되는 고위험시설이 아닌 본래의 중위험시설로 다시 분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인천시는 업주들의 시위 이후 면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이상범 시민안전본부장이 배석해 영업 재개를 위한 대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PC방 업주들은 시위 외에도 청원, 특별대책위 구성 및 성명문 발표,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PC방 관련 전국 7개 단체로 구성된 'PC방 특별대책위'에 소속된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김병수씨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PC방의 방역 체계가 다른 업종보다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 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 회장은 “PC방 손님은 입장하는 순간 QR코드 입력과 체온 검사 등을 받고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회원 인증을 거쳐야 한다”며 “이후 게임 등에서도 자신의 ID를 서버에 확인받기 때문에 세 번에 걸쳐 신원 검증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좌석 자체도 디귿자 모양의 칸막이 형태로 옆 사람과 차단돼 있는 구조이며, 한 칸씩 띄어 앉아 타 업종에 비해 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적다”며 “PC방에서는 게임을 할 때든, 식사를 할 때든 옆 사람과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는데 왜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호소했다.

그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300~500만원의 월세를 내야 하는 업주들에게 이번 사태는 죽을 맛”이라며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였으니 일정 부분 책임도 져야 한다. 생색내기 수준의 휴업보상비가 아닌 실질적인 보상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청원게시판에도 ‘PC방 고위험시설은 말이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다중이용업소 어디를 가도 PC방 만큼 출입자명단을 2-3중으로 잘 챙기는 시스템이 없다”며 “PC방이 고위험시설이면 한국 그 어디도 고위험시설로 지정되지 않을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청원게시판에 게재된 PC방 관련 청원글 일부 캡쳐

현재까지 인천지역에서 PC방을 매개로 코로나19가 전파된 전례는 없다. 밀폐된 공간이라는 우려 속에 일부 확진자의 이동 동선에 PC방이 포함된 경우가 있었지만, 해당 확진자와 PC방에서 접촉해 감염된 사례는 드러난 게 없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PC방 업주 3,358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1,056명(31.3%)이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고, 827명(24.5%)는 1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의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또 사업 전망에 대해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고 답한 업주가 1,70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50%를 넘었다.

이같은 업주들의 호소와 PC방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는지 수도권 외 시도에서는 PC방의 영업금지를 해제 조치하는 지자체가 속속 나오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이날 0시부터 대형학원과 피시방에 대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영업금지 조치를 집합제한 조치로 변경했다.

강원도와 전라북도, 경상남도도 영업 중단에서 집합 제한으로 고위험시설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강원도, 전라북도는 방역수칙 의무화 하에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다. 다만 강원도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원주, 춘천, 영월)에 한해서는 영업 중단 조치를 연장했다.

충청북도는 지난 6일부터 업종에 따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만 집합을 제한하고 있다. 새벽 시간에만 문을 닫도록 해 사실상 영업을 허용한 셈이다.

현재 2.5단계인 강화된 거리두기 방침은 오는 13일 자정을 기해 끝난다. 이후 20일까지 적용될 거리두기 2단계는 지자체별로 일부 조정이 가능하다.

인천은 ‘방역에는 과도할 정도로 대처해야 한다’는 신조 하에 정부 지침보다 앞서 방역 수위를 강화했던 바 있다.

때문에 인천시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명분을 가진 PC방 업주들의 호소를 듣고 영업제한 조치를 완화해 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PC방. 매일 수십명 이상이 찾던 곳이었으나 지난달 19일부터는 영업이 중지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