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라면 형제', 화재 원인 등 와전된 내용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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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라면 형제', 화재 원인 등 와전된 내용 많다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09.24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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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형제' 화재 원인, '라면'과 관계 없을 수도
미추홀소방서 "가스레인지 켜있고 라면 봉투 발견돼 추정만... 특정한 적 없어"
형제 의식 되찾았단 보도, 화재 원인 라면으로 특정한 가짜 뉴스도
전국 각지서 도움의 손길 활발... 23일 기준 260건 후원, 1억6백만원 모여
지난 14일 ‘인천 화상 형제’가 살던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의 주방이 화재로 모두 불에 탄 모
'라면 형제'로 알려진 화재 피해 초등생이 살던 미추홀구 용현동 소재 임대주택건물 ©미추홀소방서  

보호자 없이 라면을 끓이다 중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라면 형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계속해서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화재의 원인 등 언론에 알려진 일부 사안이 그간 와전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인천 미추홀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화재 현장에서 가스레인지에 불이 켜져 있었고, 근처에 라면 봉투가 있었기 때문에 ‘라면을 끓이다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고 추정만 했을 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특정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과수에서도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라며 “(언론에서) 일부 와전돼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15분께 미추홀구 용현동에 있는 한 4층짜리 도시공사 임대주택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 사고로 초등생 A군(10)은 전신 40%에 3도 화상을, 동생 B군(8)은 전신의 5%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며 돌봄 사각지대 문제, 학대·방치 아동에 대한 대책, 한부모가정의 문제 등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형제들을 위한 후원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형제에 대한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관심은 ‘아이들이 부모가 나간 상황에서 홀로 라면을 끓이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더 깊어질 수 있었다.

다만, 너무 라면에 매몰되다보니 그것이 화재와 연관이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형제는 ‘라면 형제’라는 고유 명사로 불리게 됐고, 지역 국회의원, 지자체장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까지도 형제를 '라면 형제'로 지칭하기도 했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이 밖에도 형이 이불을 감싸 동생을 보호했다는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고, 화재 신고도 형이 아닌 동생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 등에서 주방쪽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라면을 끓여 먹다 불이 난 것처럼 사실화하고 있기도, 형제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허위 보도, 가짜 뉴스 등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정확한 사실 파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이유다.

한편, 전날까지 ‘형제를 위해 써 달라’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 시민들은 모두 260명(건), 후원액은 1억6백만원까지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금 모금은 국가와 지차체가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재부 장관이 지정한 기부금 단체 (사)학산나눔재단(미추홀구 주안서로 16)에서 맡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24일 “미추홀구청과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라며 “대부분의 기부금은 아이들의 치료비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부금을 어떻게 쓰면 좋겠다하는 (기부자들의) 의견이 많다”면서 “하지만 일단은 의료 관련 사항을 우선으로, 재단이 병원측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기부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제의 상태가 호전됐는지 등에 관해서는 병원 측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상태를 알려주지 않고 있으며, 형제의 모친도 구청에 “언론에 건강상태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바 있어 구청에서도 아이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없었다.

 

(사)학산나눔재단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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