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의 가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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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의 가을놀이
  • 문미정
  • 승인 2020.10.06 0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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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기]
(26) 망둥어 낚시 비법 전수받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가족은 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섬 안에서만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지나 여름 이후 2.5단계가 되고서는 정말 단 하루도 나가지 않은 듯하다. 아빠만 교회 예배 녹화를 위해 다녀올 뿐, 우리는 모두 안전한 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직원들이나 이웃들은 나가기도 하던데 우리가 좀 유난을 떠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그 덕에 나는 우리 가족이 정말 섬사람으로 인정받은 기분이 든다.

 

쉬는 날마다 장봉도 작은멀곳으로 가서 낚시를 했다. 학교 조리원으로 근무하셨던 선생님께서 요 근처에서 작은 가게를 하시는데, 가을이 되면서 이 가게를 참새 방앗간 드나들 듯이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우리가 할 줄 아는 낚시는 고작 망둥어 낚시지만 여간 재밌는 게 아니다. 남편이신 '별바다호' 선장님은 낚시 초보인 우리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시고 낚시 바늘 관리법도 알려주시고 심지어 쓰다 남은 미끼도 주신다. 낚시하러 가는 길에 만나는 선장님에게 낚시 비법을 배우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다. 아마도 작년에 선착장 바닥에 물고기 몇 마리를 휙 던져 주시던 분은 이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별바다호 선장님의 조언에 따르면 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조금에는 낚시가 되지 않고 물이 얕아 선착장 근처에서 낚시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물이 무조건 많이 들어온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다. 물이 많이 들어오는 날은 조류가 세서 오히려 물고기들이 못 온다. 물이 너무 맑게 들어오는 날도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 장봉도는 바닥에 자갈이나 바위가 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을 때가 자주 있는데 이런 날은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 잔잔하게 천천히... 그리고, 어느 정도 갯벌물이 섞여 들어올 때가 제일 낚시가 잘되는 날이다. 이런 날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고 일단 바다를 가봐야 물 상황을 알게 된다. 게다가 일부러 나선 발걸음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때를 얻든지 못 얻는지 일단은 바다에 낚시를 드리운다.

 

물때도 중요하지만 위치도 중요하다. 릴낚시야 아무데서나 해도 상관없지만 우리처럼 연안에서 2미터 짜리 망둥어 낚시대를 가진 사람은 위치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자로 막힌 곳에 물고기가 많다. 정말 많다. 이것도 선장님께로부터 배운 지혜이다. 꼬맹이 4명이서 망둥어 14마리를 잡아서 돌아온 날도 있다. 특히나 선장님이 알려준 명당자리에는 큰 망둥어가 잘 잡힌다. 선장님이 우리에게 당신의 낚시터를 공개한 것은 우리에겐 정말 큰 축복이며 선장님의 실수다. ㅎㅎ

 

 

망둥어는 우리의 좋은 반찬거리가 된다. 몇 마리는 소금에 절여 바로 구워 먹고, 몇 마리는 말려둔다. 작년에 꼬챙이 꽂아 나무에 걸어두었다가 고양이에게 다 빼앗겨서 올해는 생선 말리는 망도 하나 장만하였다. 이제 겨우 세 마리가 말려지고 있지만, 올해는 기필코 그 장봉도표 망둥어찜을 해먹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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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0-10-10 18:17:28
하하하 망둥어 낚시는 정말 재밌어요.
사진속 장소가 어딘지 한눈에 들어오네요.
요즘 몇년은 거의 가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장봉도 별바다호 식당 앞 방파제 벽화를 그렸던 사람입니다
마을주민들의 시가 들어 있는 벽화
아차 그벽화가 지금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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