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행정 특혜,유착 고발한 민원인의 잃어버린 8년... 인천시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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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행정 특혜,유착 고발한 민원인의 잃어버린 8년... 인천시가 나서야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10.07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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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구 정화조 비리' 재감사 촉구 기자회견 7일 인천시청서 열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의혹 아직 해결되지 않아... 인천시가 재감사 나서야"
올해 초 국무조정실 감사보고서 공개... 무고한 민원인 누명 씌운 비리 온상 드러나
세월 잃고 회사 잃은 민원인, 실질적 처벌 받지 않은 가해자... 적극 행정은 어디에
7일 인천시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계양구 정화조 비리 재감사 촉구 기자회견. 일동 중앙에 김종필 전 삼신환경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 계양구에서 정화조 업체를 운영하던 김종필 전 삼신환경 대표.

국가기관의 비리를 고발했던 그는 도리어 국가기관으로부터 범죄자로 낙인 찍혀 8년의 세월을 잃었다.

김 전 대표가 계양구와 관내 특정 정화조 업체간의 유착·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은 8년 전. 하지만 비리의 온상은 올해 초가 돼서야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이 기간동안 김 전 대표는 유죄를 확정 받았고 회사는 파산했으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소송으로 민·형사상의 손해까지 겪고 있지만, 그에게 누명을 씌운 이들에 대한 실질적 처벌은 없거나 미비했다.

7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는 이른바 ‘계양구 정화조 비리’에 대한 재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시민연대) 주관으로 열린 이 회견에는 김 전 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이날 시민연대는 “인천시가 직접 나서서 계양구 정화조 비리와 관계된 구청 공무원, 정화조 업체 등에 대한 감사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산하 기초단체가 연루돼 있는데다가 그간 행안부 등 관련 기관에서 핑퐁 게임을 벌이느랴 애꿎은 민원인이 수차례 피해를 입었고,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국무조정실의 감사 자료까지 공개됐으니 시가 적극 행정을 펼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김종필 전 삼신환경 대표가 정리한 계양구 정화조 비리 관련 사건 진행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김종필 전 삼신환경 대표가 정리한 계양구 정화조 비리 관련 사건 진행 경과

 

◆ 8년만에 무죄 인정 받은 민원인... 8년간 민원인 편은 없었다 

계양구 정화조 비리 의혹은 계양구청이 일부 대행계약서 계약조건을 삭제해 특정 정화조 처리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고, 이들 업체는 계량증명서 이중 사용, 청소량 부풀리기 등을 통해 청소비를 부당 청구했음에도 구가 이를 비호했다는 내용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국무조정실 감사 자료, 인천시·계양구청 민원 처리 답변, 인천지방법원 판결문(2018고정2355) 등을 참고하면, 해당 사건에는 계양구청 공무원 8명 및 H·K·Y 업체 등 관내 정화조 업체 3곳이 연루돼 있다.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12년 12월 김 전 대표는 H사 등 3사의 청소량 부풀리기, 청소비용 부당 청구 의혹 등을 계양구에 제보했다.

하지만 같은해 계양구는 이 내용을 H사 등에 알렸다. 이듬해 2월에는 김 전 대표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 무근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작성했다.

같은 해 5월 H사 등 3개사는 김 전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그는 결국 2014년 6월 인천지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유죄판결의 근거에는 계양구청이 작성한 공문과 증인으로 나선 H사 대표 등 비리 업체의 허위 증언 등이 포함됐었다.

김 전 대표의 1심이 진행되던 당시 국무조정실은 정화조 비리와 관련해 계양구청을 감사했다. 당시 행안부는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수사의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달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으나, 이후에는 감사보고서를 공개를 수차례 거부하는 등 돌연 태도를 바꿨다.

김 전 대표는 국무조정실 감사관이 작성한 감사보고서 초안을 재판 증거자료로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재판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였다.

행안부의 비협조적 태도로 무죄의 증거를 찾을 수 없던 김 전 대표의 2·3심 항소는 결국 나란히 기각당해 유죄가 확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김 전 대표가 행안부를 상대로 낸 ‘국무조정실 감사보고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올해 1월 국무조정실 2014년 비위자료(2014-98)가 공개됐다.

이 때 김 전 대표는 H사 등으로부터 또다시 명예훼손죄로 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지난해 열린 1심에서는 당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던 감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해서, 올해 열린 항소심에는 감사보고서가 증거 자료로 채택돼 결국 무죄 판결(2심 기각)을 받았다.

김 전 대표가 지난 2013년에 받은 재판과 지난해 받은 재판의 고발 명목은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구체적인 증거물이 나오자마자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그는 결국 지난 2014년엔 무고하게 죄를 뒤짚어썼으며, 범인은 오히려 계양구와 H사 등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국무조정실 감사보고서 일부 내용 발췌 

 

◆ 계양구청의 관리 태만, 비위, 특정업체 비호 감사보고서에 다 있었다

국무조정실 감사자료에 따르면 계양구청은 지난 2013년 불법 주박차 금지, 분뇨 펌핑행위 금지, 하도급 금지, 업체별 1인이상 사무실 상근직원 의무근무 등의 계약조건을 삭제해 H사 등에게 특혜를 제공했다.

또 전년도 처리실적과 적재용량을 반씩 반영해 책정하는 분뇨처리장 일일 반입량 배당제를 실시하면서 H사는 처리용량 대비 98.9%를, 김 전 대표의 삼신환경은 71.4%만을 배당했다. 더군다나 H·K 사에 전체 반입량 대비 53.2%를 배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H사 등이 삼신환경을 저격해 제기한 일일 반입량 위반 민원에는 행정 처분을 하면서도, 이후 약 1년간 H사 등이 매일 일일 반입량을 위반하고 있었음에도 단 한 차례의 점검이나 행정처분이 없었다.

이같은 불공정 행정조치로 삼신환경은 지난 2013년 9월 휴업했고, 2015년에는 계양구청으로부터 분뇨수집·운반업 허가취소 통보를 받기까지 했다. 삼신환경은 이후 2017년 6월 영업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해 폐업하게 됐다.

이들 업체는 한 아파트 등을 청소하고 발급받은 계량증명서를 다른 아파트 등에도 이중 사용해 청소 수수료를 부당하게 청구했고, 청소량도 과다하게 부풀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H사 등은 관내 38개 공동주택 대부분에서 실적보고량을 고의로 누락, 과다, 축소신고했다. 이들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관내 공동주택단지와 빌딩 등 38곳에서 실제 처리한 정화조 용량보다 부당 청구한 양은 약 2,900여톤, 관내 7개 아파트에서는 7,400여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에는 이같은 문제점들과 함께 이들 업체들간의 불법 담합 의혹 등이 나열돼 있으며, ‘구는 이같은 문제·의혹에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직무를 태만히 했다’고 명시돼 있다.

더하여 보고서에는 계양구 공무원들이 정화조 업체들의 실적 조작 등의 위법을 알고 있었고, 구청 측의 직무 태만 등을 시인한다는 날인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양구청 전경

이날 인천시청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지난 8년동안 아무도 김 전 대표를 돕지 않았다”라며 “계양구청장은 김 전 대표와 3차례의 면담을 가졌으나 바뀐 것은 없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는 결국 국가기관과 행정청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감사자료도 공개하지 않아 문제를 키운 것”이라며 “당시 관여자들의 실명까지 언급돼 있을 정도로 자세한 문건이 공개된 상황이니 인천시가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한편, 지난 6월 김 전 대표가 H사 대표 등 3명을 위증죄로 고발했으나 불기소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계양구의 허위공문서 제출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계양구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12월까지 정화조 업체 자체점검을 통해 실적보고와 불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 운반업체에 대해 경고 및 과태료 행정처분을 했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것이 충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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