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따라하는 중국의 방송 프로그램 - 올챙이 시절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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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따라하는 중국의 방송 프로그램 - 올챙이 시절 잊지 말아야
  • 전영우
  • 승인 2020.10.22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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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48) 중국 방송의 한국 표절

 

중국 방송이 한국 프로그램을 표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표절 프로그램들은 여러 시즌을 이어 방영되는 등 중국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검증된 한국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손쉽게 인기를 얻는 방법이다. 양국의 문화와 정서가 비슷한 면이 많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고, 한국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고 독창적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기사를 접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국 방송사에서 신입 PD를 뽑으면 우선 부산에 내려보내 일본 방송을 시청하게 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부산에서 일본 방송 전파가 잡혔기에, 일본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 포맷 중 한국에 접목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오라는 의도였다. 문화와 정서가 비슷하기에 일본에서 히트를 한 방송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게 일본 방송을 표절했던 시절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일본의 어느 방송에서는 한국이 표절한 것을 원본과 비교하며 조롱하는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기도 했다.

그랬던 한국 방송이 이제는 표절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 비해 요즘에는 시청자들이 전 세계 방송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노골적인 표절보다는 프로그램 포맷을 구매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 방송의 경우 교묘하게 표절하는 경우가 꽤 있는 듯하다.

불과 얼마 전 한국이 표절하던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이고, 오히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없다. 한국의 방송 포맷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방송 포맷은 국경과 문화권을 뛰어넘어 서구권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꽃보다 할배와 같은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포맷을 구매해서 미국판이 제작되어 인기를 끌고 역으로 한국에 수입되어 방송되기도 했다.

 

한국 예능 tvN의 '윤식당'을 따라한 '중찬팅'(중식당). 중국 유명 연예인이 출연했다.
한국 예능 tvN의 '윤식당'을 따라한 '중찬팅'(중식당). 중국 유명 연예인이 출연했다.

 

중국 방송의 표절을 지적하는 언론 기사를 보면 필연적으로 과거 한국이 일본을 베끼던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이제 한국이 일본을 넘어 독창성을 갖추고 표절의 대상이 되었는데, 지금 표절을 하고 있는 중국이 언젠가 한국을 뛰어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과거 고도성장 시절의 한국을 떠올리게 할 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한국보다 훨씬 더 우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규모로는 세계 2위인 경제 규모와 거대한 인구는 문화 콘텐츠에서의 창의력도 대단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이 한국의 표절행위를 조롱하였는데, 조롱의 대상이 불과 이십여 년 만에 훌쩍 성장하여 원본을 뛰어넘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최근 중국의 한국 표절을 조롱하는 언론 기사를 보면 기시감을 느끼게 되고 아울러  경계심도 느낀다. 중국의 발전 속도를 볼 때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은 것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에 한국을 추월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이다. 

어쩌면 그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이미 중국은 많은 분야에서 한국 턱 밑에 와 있고, 이미 세계 일류에 접근한 분야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화 콘텐츠라고 예외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물론 문화는 다른 기술 분야와 다르다. 사회 전체적 역량이 집결되어 꽃이 피는 분야이기에 아직 중국이 갈길은 멀다. 하지만, 과거 넘지 못할 대상이었던 것처럼 보였던 일본을 우리가 넘었고, 활력을 잃고 정체된 일본의 현재 모습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이 문화 측면에서도 한국을 압도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다. 불과 1~2년 만에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전벽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며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벌판이었던 곳이 몇 년 만에 고층건물로 채워진 도시가 생겨나고, 중국인들의 태도도 빠르게 변하는 것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이 한국을 배우려는 태도를 보였는데, 요즘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빠르게 발전했고, 빠르게 변화하고, 무서울 정도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을 홍보하는 캠페인에서 사용되었던 슬로건이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였던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역동적이었던 시절이었고, 역동성이 피부로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역동성을 이제 잃어가고 있고, 언뜻언뜻 쇠락하는 일본의 그림자가 우리 모습에서 어른거려 보인다. 현재의 중국에서 과거 역동적이었던 한국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중국의 표절을 보며 상념에 젖는다. 올챙이였을 때를 잊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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