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독립서점 - 사진과 커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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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독립서점 - 사진과 커피와 함께
  • 김미정
  • 승인 2020.10.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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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
(29) 김미정 / '서점안착' 책방지기

지난 3월에 시작한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연재가 10월부터 필진을 바꿔 새롭게 시작합니다. '시즌2' 연재에 참여한 필진은 부평구 부평동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김한솔이 대표, 동구 창영동 ‘책방마쉬’ 김미영 대표, 남동구 만수동 ‘책방시방’ 이수인 대표, 서구 가정동 ‘서점안착’ 김미정 대표, 미추홀구 주안동 ‘딴뚬꽌뚬’ 윤영식 대표 등 5분입니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만난 작은 책방들, 왠지 그곳들은 작을수록 더 빛이나 보이는 거 같아요. 필요한 책도 찾던 책도 없이 들어간 책방에서 꼭 한 권은 손에 들고 나오고, 우연한 발견 속 소확행 때문에 멀리까지 발품을 팔고 여행지에서도 책을 고르는 게 아닐까요. 서점을 하는 지금도 저는 다른 책방에 가서 빈손으로 나올 때가 없어요. 모두 나와 비슷할 거라는 일반화로 뇌 회로가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서점을 열게 되었어요.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인천 서구 신도시에 있는 작은 책방 '서점안착'의 일상을 아주 시작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서점안착 운영자는 쉬운 표현으로, 마이너한 정서에 끌림을 많이 받는 사람이에요. 독립영화인으로 살다가 인디밴드 멤버를 만나 결혼을 하고 독립서점까지 열어버렸으니 알만 하죠. 그렇게 서점 하기를 꿈꾸기도 전에 즉흥적으로 책방 문을 열었어요.

독립출판의 자유로운 형식이 좋아요. 누구나 책을 낼 수 있고 유통할 수 있고 독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매력이죠. 개인 속으로 들어가 안착하기에 가장 수월한 문화적 아이템이기도 한 거 같아요. 10여년 전만 해도 독립 출판물의 외적인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북디자인 만으로도 갖고 싶어지는 책, 눈물 한방울 똑 떨어트릴 만큼 감동적인 책, 읽다 웃다 넘어가는 책, 위로가 되는 그림책, 눈이 행복한 사진집 등 다양한 장르에 독특한 형식을 더한, 내용까지 알찬 독립서적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독립서점이었어요. 인터넷 정보를 찾아 모으고 독립서점을 더 열심히 다니면서 제목에 서점이 들어간 책이라면 소설까지 모아 읽었어요. 책방 창업 워크숍에 참석하고 유명한 독립서점 사장님이 진행하는 상담소에서 상담도 받았어요.

 

 

“서점 좋지. 나도 꿈이긴 한데 생활비는 벌 수 있을까?” “하필 독립서점?” “하고 싶으면 해야지!” “잘해 봐, 잘할 거 같아!” 하던 일을 잠시 접고 서점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걱정과 응원의 이야기예요. 저는 서점을 하기 전에 아트디렉터로 십여 년 정도 일을 했어요. 쉬어도 쉬어도 몸이 회복되지 않던 어느 날 작은 책방 섭외가 꼭 필요한 독립영화 시나리오를 하나 받았어요. 영화의 자료를 찾기 위해 좋아하는 곳들의 이미지를 모아놓고 보니, 뭔가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너 정말 서점 해’ 말이 이상하죠? 갑자기 그런 계시를 받은 것 같아요. 종교는 없어요. 공부할수록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지만, ‘책’만 팔아서는 오랫동안 ‘책’을 팔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자료를 봐도 최근 7년간 문을 열고 닫은 책방이 많더라고요. 오래 하려면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어 둬야만 했어요. ‘서점안착’이라는 이름도 서점으로서 이 동네에 오랫동안 안착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서 나왔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취향을 좀 더해 보기로 했어요. 좋아하는 사진과 커피를 함께 하기로. 서점은 책 자체가 훌륭한 소품이라 생각했기에 인테리어에 큰 힘을 주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조금 아쉽기는 해요. 벽체와 설비 등 큰일은 작업자들의 손을 빌리고, 영화 세트 팀장과 함께 페인팅하고 책장과 가구 등도 직접 만들었어요.

맞아요. 저 재주가 좀 좋은 사람이에요(하하). 하던 일을 멈추고 서점을 시작한 계기 중의 하나가 물리적 피로감 때문이었는데도 책이 들어올 공간을 꾸미는 일이라 그런지 힘들어도 괜찮았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반려견 호미와 매일 함께 할 수 있다는 부분도 완벽한 동기부여가 돼서 그런가 봐요. 아 그리고, 그 영화는 서점 준비 때문에 하지 않았어요. 꽤 유명한 독립영화라 제목은 말하지 않을래요.
2019년 3월 신도시 한적한 주택단지 안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플래카드를 하나 걸었어요.

‘동네서점, 소규모 사진관, 심플리 카페 (펫 프랜들리)’
한 건물에 사는 이웃조차도 갸우뚱하는 애매하고 높은 위치.

 

 

지나는 사람도 차도 참 없어서 거리라고 부르기도 뭐한 곳에 반려동물 동반이 되는 서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서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독립서점이 생겼어요.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책방은 구석에 있어도 찾아온다고 했거든요.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랬어요. 이 말은 당연하게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오픈 바로 다음 날부터 손님이 왔어요. 지나가다 궁금해서 들어온 사람,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온 사람까지. 앞서 한 말이 반만 맞는 이유는 지나다 들어온 사람들의 책 구매 비율이 현저히 낮아서예요. 그래도 들어오기는 하니까 또 반은 틀리죠.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사람 중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은 속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고 싶은 거 다 하네요”, “좋은 일 하는데 돈은 못 벌겠어”라고 말하세요. 애석하게도 그 말이 맞아서 가끔 멍하니 있다가 호미의 우렁찬 목소리에 정신이 들고 해요.
서점 전화가 울리는 일의 5할은 광고, 3할은 참고서 찾는 전화. 소개 글에 독립서점이며, 참고서류는 팔지 않는다고 써둬도 읽지 않아요. 개인적 체감으로 이렇게 간단한 정보도 읽지 않는 시대에 작은 동네책방에서 독립서적을 파는 일은 독립영화가 극장에 걸리고, 흥행하는 일보다 아주 조금만 쉬운 것 같아요. 처음 서가의 대부분을 독립출판으로 채우면서 제 취향대로 시집과 그림책, 매거진을 좀 더 많은 비율로 들여놓았었어요. 그림책은 나름 주인을 잘 찾아가지만, 시집과 매거진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독립출판도 예외 없이 에세이가 많이 판매돼요. 여느 서점과 마찬가지로 운영자의 취향과 책 판매는 같이 가기 어려운 부분인가 봐요.

손님마다 다 다른 이유로 찾는 책이 없다고 해요. 서점 문을 연 지 딱 1년 반이 되었는데 좀 더 연차가 쌓이면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어떤 책이 잘 팔릴지… 언젠가 서점안착에 들르게 된다면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립출판 시집과 계간지들도 보아주세요.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한 책이 있다는 걸 소개하고, 그런 책을 제작할 수 있는 판을 벌이는 일은 아주 흥미로워요. 앞으로도 꾸준히 개성 넘치면서 공감되는 이야기가 있는 독립서적들이 입고될 거에요. 또 서점안착에서 진행하는 클래스를 통해 출판되는 책들도 많아질 예정이에요. 나름 인천에서 가장 많은 독립서적을 보유한 책방이라는 자부심도 있어요. 다음에는 손님들이 많이 궁금해했던 독립출판 제작과 유통, 입고 과정도 소개할게요.

평범한 사람들이 직접 제작한 독립출판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면 서점안착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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