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라는 단어에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던 성남과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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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라는 단어에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던 성남과 인천
  • 김동환
  • 승인 2011.05.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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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컵 2011' 5라운드, 성남전 리뷰

성남 일화(이하 성남)와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의 ‘러시앤캐시컵 2011’ 5라운드 경기. 8강에 오르는 마지막 차를 타려는 성남과 반드시 승리하고자 했던 인천이 맞붙었다. 인천은 전반 16분, 김재웅의 득점으로 성남에 1대0으로 앞서 나갔으나 불과 7분 만에 성남의 심재명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주전급 선수로 선발명단을 구성한 인천

인천은 이미 8강 진출이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따라서 주말에 있을 부산과의 경기를 대비해 주전급 선수로 선발명단을 구성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 발표된 인천의 선발 명단은 주전급 선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정인환, 배효성, 이윤표로 수비진을 구성하고 양쪽 윙백에 한교원과 장원석을 세웠다. 바이야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김재웅과 이재권이 그보다 조금 앞서서 루이지뉴와 유준수를 지원하는 진영을 구축했다. 부산전 대비와는 상관없이 반드시 승리를 따내려는 의지가 보인 선수구성이었다.

‘제발, 한 번 더 이기자’

지난 주, 인천선수단은 동료를 잃는 비극을 겪었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팬들과 구단에 있어서도 큰 슬픔이었다. 인천이 지금 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승리뿐이었다.

지난 8일, 대전과의 경기에서 인천은 박준태와 김재웅의 골에 힘입어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조금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또 이겨야 했다. 따라서 부산과의 정규리그를 대비한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정무 감독은 승리를 거두기 위한 선수구성을 내놓았다.

김재웅-이재권으로 구성된 중원

인천은 김재웅, 이재권, 바이야를 역삼각형으로 세우는 미드필더진을 구성했다. 측면뿐만 아니라 중앙에서도 뛸 수 있는 김재웅을 미드필더에 세우며 안정적인 중원을 구성하려는 허정무 감독의 선택이었다. 이재권과 김재웅은 90분 동안 좌우로 넓혔다 좁혔다 하는 움직임으로 성남의 수비를 교란시켰다. 두 선수가 측면으로 벌어질 때는 바이야가 가운데로 올라가고 유준수가 밑으로 쳐지며 중원을 메우는 식으로 공격을 펼쳤다. 따라서 성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이재권, 김재웅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전반 16분, 드디어 그 효과가 나타났다. 이재권이 성남의 왼쪽 진영에서 가운데로 침투하는 김재웅을 보고 패스를 했고, 공을 이어받은 김재웅이 왼발 중거리 슛으로 성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후, 김재웅은 바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득점이 필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린 김재웅은 이 날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홍진섭의 동점골, 아쉬운 순간

인천이 먼저 앞서 나가며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 때, 성남의 홍진섭이 곧바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전반 23분, 성남의 심재명이 인천 오른쪽 진영에서 공을 올렸고, 홍진섭이 몸을 날리며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홍진섭이 침투하는 순간이 오프사이드인 듯 했으나 심판은 성남의 득점을 인정했다.

물론, 심판의 판정이 아쉽긴 하지만, 실점은 어느 순간이든지 허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점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에 팬들로서는 선수들이 수비할 때 조금만 더 집중했으면 하고 아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카드 뽑느라 바빴던 심판

이 날 경기에서 성남과 인천은 각각 4번, 6번의 경고를 받았다. 그리고 이 중에 후반전에만 7개의 경고가 집중됐다. 전반전에 서로 한 골씩 주고받은 이후, 후반전에 양 팀이 얼마나 거세게 부딪혔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후반 44분, 인천의 이윤표가 경고를 받은 지 11분 만에 다시 경고를 받으며 퇴장 당했다. 쉴 새 없이 경고가 선언되며 누군가 한명은 퇴장당할 것 같은 불길함이 엄습했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절대로 승리를 내줄 수 없다는 성남과 반드시 승리를 가져가려는 인천의 격렬했던 경기. 경기 진행을 맡은 홍진호 주심은 양 팀 선수들의 흥분을 조금 더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인천은 후반전에 카파제, 박준태 그리고 한교원을 활용하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펼쳤다. 하지만 성남의 골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성남전의 결과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따지면 이미 8강 진출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라는 것은 결과만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운동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의리, 정 그리고 인간적인 끈끈함이 모두 녹아있다. 다가오는 일요일,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인천은 또 다시 끈끈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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