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앙상블 - '삶과 예술을 잇는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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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앙상블 - '삶과 예술을 잇는 스토리텔링'
  • 강영희
  • 승인 2020.11.10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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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문화 오아시스 이야기]
(15) 비대면 공연중인 '더불어 사람'

 

바람이 한층 차가와진 11월의 월요일 오후, 깊어진 가을 햇살은 작은 국화에게 닿아 눈부셨다. 가로수가 제법 붉고 노랗게 물들었고, 멀리 보이는 계양산 언저리도 울긋불긋 가을꽃을 피웠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약속시간도 아직 남고 해서 그냥  걸어보았다.

 

 

익숙했던 이름의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 이름이 너무 낯설어 당황했고, 여지없이 그 학교 앞 작은 문구점과, 햇살이 닿는 쪽으로 다육이 화분을 옮겨 놓고 파는 트럭 아주머니, 눈높이까지 올라온 학교운동장 가장자리에 손길 없이 자연스레 피어있는 다양한 색과 모양의 작은 국화들이 눈부셨다.

계양구 계산대로 인근 건물덩이들이 있는 곳에서 생각보다 쉽게 더불어 사람간판을 찾았다. 아파트가 가득한 지역, 아파트 같은 빌딩건물 10층에 자리 잡은 더불어 사람’. 기존에 접하던 마을 또는 지역 풍경과 많이 달랐다.

 

다양한 마을활동을 계기로 마련한 공간
아파트형 상가 10층에 자리잡고 있는 '더불어 사람'

 

사람 하나 없는 복도에 반가운 불빛의 간판 속의 이름들, ‘더울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더불어 사람이 맞아준다. 이곳이 '비대면의 일상에서 영상으로 공연을 공유하고 있다'며 천개의 오아시스 네이버 카페에 꽤 진솔한 이야기를 올려 어떤 분들일까 궁금했던 공간이었다.

 

마을에 눈을 뜨다

 

'더불어 사람' 김지연 대표
'더불어 사람' 김지연 대표

 

열정 가득하고, 경쾌한 모습의 김지연 대표는 서울 강서구에 살다가 지역 집값이 너무 높아져 2009년 인천 계양으로 이사했는데 인천에 와서 마을에 눈을 뜨면서 이곳에 뼈를 묻기로 했다며 말을 이었다.

처음 인천에 와서는 식생활교육 네트워크’, ‘바른먹거리’, ‘로컬푸드등의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에는 집밥을 되살리는 마을 부뚜막을 진행했다. 2016년 지금의 공간에 자리 잡으면서 마을공동체활동을 하며 지역과 사람들을 만나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김지연 대표는 2018년에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에 무려 11개의 프로그램을 넣어 진행했는데 선정되고는 스스로 미쳤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그 동안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만난 인연들이 함께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한다.

 

무려 11개의 프로그램이 가득한 2018년 오아시스 포스터
'마을스케치'를 중심으로 무려 11개의 프로그램이 가득한 2018년 오아시스 포스터@웹페이지

 

최근 그는 비대면 시대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구체적인 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해보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되나 안되나?“ ... 올해가 오아시스 마지막 해인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며 진행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클래식 앙상블 공연

 

2020년 주요 프로그램의 하나인 연주회

 

접하기 쉽지 않은 클래식 프로그램을 하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2009년 다양한 마을활동 과정에서 만난 클래식 음악인들과의 인연으로 2016년 계양구청 평생학습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음악동화 해설가 과정을 진행했다. 2018년 프로그램도 마을중창단, 우쿠렐레 앙상블, 오페라읽기 등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수업과 함께 음악가들의 공연을 시민들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연을 추가해서 준비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클래식 앙상블 연주회라는 좋은 공연을 대면공연으로 진행할 수 없게 되어 동영상 공연 - 비대면 활동의 계기로 삼아 진행하려 시도를 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지원한 영상제작지원은 아쉽게도 앙상블 연주회를 충분히 드러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아쉬웠다. 게다가 동영상에 멋진 선율을 충분히 담아낼 환경과 조건이 많이 아쉬웠다면서도 도전은 계속 해보겠다며 결의를 보였다. 이야기가 담긴 클래식 공연을 비대면으로 풀어보는 아이디어라고 했다.

"삶과 예술을 잇는 스토리텔링이 환경의 한계를 이어주지 않을까요?"

조금 더 나은 공연 환경과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면서도 이야기가 깃든 비대면 공연의 고민을 지속하는 김지연 대표. 그의 모습은 조금 거리를 뒀던 비대면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익숙한 듯 낯설었던 계양지역의 다양한 에너지가 그를 통해 느껴졌고,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도 참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1단계거리두기로 다시 시작된 레슨@더불어사람

 

마지막 공식 질문

- 시민, 행정, 비슷한 활동을 하는 공간이나 운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비슷한 활동을 하는 공간과 운영자들에게는 "버티자!!"고 말하고 싶어요. 버티기 위해서 연대하고, 물론 입에 풀칠할 일이 힘들긴 하지만 '혼자가 아니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능력과 재능을 공유하며 활동하면 어떨까 해요. 그리고

-시민으로서 책임감이 있었으면 해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이요. 준비한 공간과 사람들, 강사를 생각해서라도 세금을 쓰긴 하지만 끝까지 해보려는 노력을 더해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런 활동하는 사람들  돈 버는 일, 누가 거저 돈을 줘서 하는 일이 아니란것도 좀 알아주시길. 다른데서 돈 벌어와서 월세고 공과금을 내는데 돈을 번다는 오해를 하는 게 좀 속상하긴 하거든요.

-기관?행정? 여하튼 지원을 해주는 곳에서 당장의 성과보다는 사람을 믿어주고, 길게 봐주고, '가시적' 말고 '거시적'으로 지속할 수 있게 봐야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돈 벌려고 이런 일 하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3년차 사업이 바쁘긴 하지만 그동안의 역량과 열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원이 필요해요. 

 

오아시스 앙상블 공연은 유튜브로 공유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불어 사람

 

십 수 년 이상 음악만 해온 음악인들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좁다고 했다. 그런 게 음악인들 뿐 아니라 예술인들이, 체육인들이 다 그렇다고 했다. 사기도 많이 당하고, 재능을 그의 삶을 키울 수 있게 활용하기가 대부분 어렵다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재능들이 많은데 우린 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서도 보긴 어렵다.

김지연 대표와의 대화 속에 다양한 우리들의 활동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일상에서 만나는 계기를 만드는 매개자의 역할에 우리들의 생존과 함께 고민되었다. 자신의 이익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최소한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어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오랜만에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깊은 첼로의 선율이 어둑해진 도시의 가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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