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의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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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의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을 읽고
  • 허회숙
  • 승인 2020.11.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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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허회숙 / 전 민주평화통일회의 인천 부의장

 

박영신 교수의 두 번째 작품집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을 읽으며 잠깐 당황스러워 진다. 이 것이 시집인가? 수상록인가?

시작하는 글 '서시'를 읽으며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마음 속 옹달샘에 던져 본 작은 질문들에 대한 평생의 깨달음을 묶어 놓은 이야기 시집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이 책은 삶에 대한 일곱 개의 질문과 그 답을 시로 풀어내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며’라는 첫 번 째 질문에는 11개의 시가 실려 있다.

시장 통 입구에 앉아 조개 까는 아줌마에서부터 추운 겨울 날 길바닥에 잡화를 늘어놓고 파는 노점상 할머니, 동네 조그만 공원 벤치에 앉은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대화 속에서 건져 내어진 인생에 대한 평범하면서도 단호한 정의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두 번째 질문 ‘껍데기와 알맹이’에는 16편의 시가 실려 있다.

본질을 잊고 껍데기로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아무 것도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상실을 겪기 전 까지는 고마움조차 잊고 사는 우리들의 굳어버린 마음 밭을 새로 갈아엎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세 번째 질문 ‘알쏭달쏭 마음’에는 15편의 시가, ‘거울 앞에서’라는 네 번째 질문에는 12편의 시가, 다섯 번째 질문 ‘영원한 화두, 시간’에는 16편의 시가, 여섯 번째 질문 ‘대화하는 친구, 자연’에는 14편의 시가,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 질문 ‘하늘에 쓰는 편지’에는 15편의 시가 실려 있다.

박영신의 시는 아름다운 시어로 씌어져 있거나 현란한 수식으로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마음 깊숙한 곳을 둔중하게 두드려 깨우는 감동을 맛보게 한다.

책을 예매하여 지인 몇 분에게 나누어 드렸더니 시인이신 엄 선생님이 이런 글을 보내 왔다.

 

「책속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고, 속이 훤히 드려다 보이는 맑은 영혼이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 ‘무슨 욕심에서 이렇게’(P99)의 마지막 단락입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 본다/ 죽을 때까지 해결하지 못할/ 수많은 닫힌 마음이 있다/나는 무슨 욕심에서 이렇게/다 열지도 못할 많은 문을/꽁꽁 닫아 놓은 것인가?/

더러는 마음의 문이 닫혀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더러는 닫힌지 오래 되어 열려는 시도조차 못하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설렘과 공감이 공존하는 시였습니다. 맑은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 읽을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집은 ‘산길에서 만난 마음길’(P190)이라는 에필로그로 끝을 맺고 있다.

 

옹달샘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하늘은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구름에 기대어 부슬부슬 비가 되고 있었다

옹달샘 입구에서 승용차가 다가왔다

빗물이 튈까 옆으로 비켜섰다/(중략)

비 내리는 차창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중략)

“옹달샘까지 태워다 드릴까요?”/(중략)

따스한 목소리는

굽이굽이 산길 너머 옹달샘까지 퍼져 나갔다

무수하게 잘못된 예측으로 뒤덮여

산안개처럼 뿌연 내 마음 길까지 환하게 비추며

 

박영신의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이라는 시집을 덮으며 나도 모르는 새 깊은 심호흡이 나온다. 내 마음을 뒤덮은 뿌연 안개를 걷어 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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