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철수설까지... 한국GM 협력업체들 한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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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에 철수설까지... 한국GM 협력업체들 한계 상황"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0.11.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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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 대 시민 호소 나선 한국GM협신회 문승 회장
"상당수 업체 임금 못주고 공과금 못내는 위기 상황,
파업 지속되면 1, 2, 3차 3,000개 협력사 줄도산 위기"
"코로나19 및 반복되는 파업의 피로감으로 시민사회 관심도 멀어져"
문승 한국GM협신회 회장

"이번 주, 다음 주 기약 없이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릴 뿐 이같은 노사갈등에선 우리 같은 협력업체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큰 문제가 발생할 것 입니다“

한국GM 부품 협력사 모임인 한국GM협신회 문승 회장은 23일 [인천in]을 만나 "한국GM의 노사 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더 이어지면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일 한국GM 부평공장 앞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이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살고 싶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한국GM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한 이들은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GM 노조가 장기간 부분 파업을 벌이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부품 납품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9일 협신회가 한국GM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갖고 시민들에게 호소문을 배포하는 모습.

문 회장은 ”코로나19를 겨우 극복하고 하반기에 생산이 겨우 정상화되나 싶었는데, 임단협 갈등으로 파업이 길어지며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협력업체들지만, 정작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제3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18일 카허카젬 한국GM 사장과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을 만나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돌아온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답뿐이었다“며 ”결국 힘없는 협력업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 밖에 없었다”고 했다.

올해 한국GM 노사는 임단협을 둘러싸고 24차례에 걸쳐 교섭했지만, 기본급과 성과급 지급 등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한국GM 노조는 약 한 달간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사측에서는 신규 투자를 보류하면서 ‘GM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협신회에 따르면 이달 18일까지 한국GM의 생산 손실은 10월 5,064대를 포함해 1만3,400대에 이른다. 한국GM 노조의 부분 파업이 11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총 2만2,3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비가 내리는 한국GM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우의를 입은채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협신회 관계자

당장 한국GM에 부품을 대는 협력업체들에게는 직격탄이 됐다. 완성차 업체가 생산을 멈추면 협력사들 역시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자금줄 막히기 시작하면서 이미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협력업체 10여 곳의 경우 정부의 금융지원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만성적인 적자나 자금난에 시달려온 협력업체들은 각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의 지원책에서도 제외된 것이다.

문 회장은 ”일부 업체는 직원들의 급여는 물론이고 전기세와 세금 등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상황이 더욱 좋지않은 영세한 업체들은 어음마저 메꾸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이 지속되면 부도가 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1차 협력업체들의 형편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2~3차 협력업체가 수익성 문제 등을 이유로 1차 협력업체에 생산 자재를 반납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1차 업체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문 회장의 성명이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약 300곳, 2차 1천곳, 3차 1천700곳 등 약 3천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협신회에 따르면 협력업체 직원을 비롯해 딸린 가족까지 약 30만 명이 한국GM 공장에 기대어 살고 있다.

한국GM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 내부 모습. 노사 갈등으로 파업이 이어지며 제품들이 납품되지 못한채 쌓이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 있는 한 한국GM 협력업체 공장 내부 모습. 부분 파업이 이어지며 납품하지 못한 제품들이 공장 내부에 쌓이고 있다.

한국GM이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인천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인천에 있는 한국GM 본사와 부평공장, 기술연구소 등에 1만1천500여명, 사내 도급업체 1천100여명, 520여개에 달하는 1·2·3차 협력업체 3만9천50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한국GM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리점 17곳 280여명, 정비센터 23곳 300여명, 카캐리어 100여명, 항만 종사자 70여명 등을 합치면 인천에서 약 5만3천명이 한국GM과 인연을 맺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인천지역 전체 제조업 취업자 35만3천명의 14.7%를 차지한다.

이들 5만3천명의 임금 총액은 연간 2조8천840억원으로 인천지역 전체 GRDP(지역 내 총생산) 80조8천622억원의 3.6%로 추산된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데다 그렇다고 협력업체 입장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안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파업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도 등 영향으로 시민사회와 지역경제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다가온다.

특히 노사갈등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협력업체들은 IMF 금융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 군산공장 폐쇄 등 때보다도 더욱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게 문 회장의 생각이다.

문 회장은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GM이 철수해서 죽으나 납품 물량이 없어서 말라죽거나 죽는 것은 어차피 똑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상황이 절박하다”며 “그럼에도 GM 노사와 시민사회에 현재의 상황을 호소하는 것 외에는 협력업체들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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