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 잡념을 잊고 몰두할 뿐”
상태바
“지금, 이 순간에 잡념을 잊고 몰두할 뿐”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0.11.26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영신 인하대 교수, 2번째 대중서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 출간
20대때는 비가 오면 일부러 우산없이 뛰쳐나가곤 했다(p90 그림 정유진)

“버스 도착 (남은)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 버스정류소에서 삶의 남은 시간도 함께 알려준다면 – 사람들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삶의 모습이 많이 다를 것이고, 인간세상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p130)

인하대 박영신 교수(교육학)가 에세이집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을 펴냈다. 지난 2013년 발간한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대중서다. 한국연구재단 등재 공인학회지 출판 논문 139편, 국내학술 저서 18권, 국제학술 저서 11권 등을 출간한 저자(2016 중앙일보 대학평가 교수연구부문 인문사회 교육학분야 인용률 1위 논문왕이기도 하다)가 학술 언어가 아닌 대중의 언어로 시민속으로 들어와 그의 지식과 체험, 내면의 세계를 전달하는 2번째 책이다.

책은 △세상을 살아가며 △껍데기와 알맹이 △알쏭달쏭 마음 △거울 앞에서 △영원한 화두, 시간 △대화하는 친구, 자연,△하늘에 쓰는 편지 등 7개의 장, 10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잠언 같은 시어다. 역설의 진실, 가치의 반전, 투철한 자기 반성과 그 끝에 다다른 ‘결론들’이 가지런이 놓여있다.

짧은 에피소드로 연결돼 있지만, <옹달샘...>은 60세 중반을 바라보는 저자의 무게감이 있다. 옹달샘 같은 삶의 지혜와 깊은 감사의 눈물, 그리고 희망의 노래가 담겨있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 반성과 통회에서 걸러지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진인사대천명의 순명을 깨칠 수 있다.

 

언제 동백꽃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p166 그림 정유진)

“반세기가 훌쩍 넘도록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 논문과 책도 많이 썼다. 그런데 알맹이가 없었다...”(p46 알맹이는 어디로 갔을까)

논문왕의 겸손이 아니다.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온 자만이 내뱉을 수 있는 통한의 고백이며 또 다른 깨달음이다.

“40년 가까이 치열하게 공부했다.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는 공부했으니 꽤 많은 시간을 공부로 보냈다. 어느 날 과로로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나는 내 몸의 체력 한계를 제대로 몰랐고, 내 몸과 정확하게 대화하는 것을 몰랐다...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만 알면서, 내가 아는 것이 다인 줄 알았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몰랐다” (p108 무엇을 아는가)

저자는 그래서 끊임없이 되뇌인다.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 용서빌며,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않으며,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않으며... 모든 탐욕에서 절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며,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근심하지 않으며...”(p116 남은 숙제들)

저자는 특히 최선을 다해온 삶에도 불구하고 ‘어찌할 수 없을 때’ – 인간 능력의 한계, 지식의 한계, 육체의 배신, 머지않아 닥칠 죽음 앞에서 – 곧추 설 수 있는 내공을 말한다.

“한 생을 살아가며 어찌할 수 없을 때는 늘 있었다. 혈기가 왕성할 때는 전쟁에 나가는 무사처럼 도전했다. ‘안되면 되게 하라’...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며 순명을 배워갔다. 어찌할 수 없을 때는 속이 타지만 평정을 찾아갔다 ‘진인사 대천명!’ (p176 어찌할 수 없을때는)

“인생이 별것 같아서 때로는 100m 달리기 경주하듯, 때로는 42,195km 마라톤 완주하듯 매순간 치열하게 전력투구하는 나에게... 툭 던지는 질문, “인생이 별거야?”(p126 “인생이 별거야?”)

“이 나이에는 조금 이상한 것이 정상인 것이다. 진행하는 노화를 편안한 친구 삼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만 바꾸어도 활짝 홀가분해지는 마음”(p82 이상과 정상의 경계)

“죽으면 아무것도 신경 쓸 일이 없을 것이다. 살아있으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에 감사한다. 살아있는 증거니까”(p91 잠시 멈추어 선 마음)

지혜의 <옹달샘>은 그리하여 우리에게 시련이 닥치지만 결국 극복하리라는 희망을 심어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모든 것이고, 지금 행복하자고, 마음껏 누리자고 소리친다.

“하늘은 왜 파랄까? 우리 마음에 희망을 품으라고. 영원히 푸른 희망!”(p150 하늘은 왜 파랄까)

“슬픔은 슬픔을 위로하지 못한다. 희망이 슬픔을 위로하리니 오늘도 파아란 하늘, 희망을 노래한다”(p179 한줄기 위로의 빛)

“하늘은 내가 성장한 만큼 고난을 준다. 하늘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시련을 준다”(p174 적절한 정도)

“지금, 이 순간이 모든 것, 지금 이 순간에 지난 모든 시간이 더불어 살아 움직이나니... 지금, 이 순간에 잡념을 잊고 몰두할 뿐”(p140 지금, 이 순간이 모든 것)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