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와 갯골, 그리고 갯벌습지보호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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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와 갯골, 그리고 갯벌습지보호지역
  • 장정구
  • 승인 2020.1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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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34) 장수천(2) 보전해야할 소래갯골과 주변 습지
소래포구 어시장 앞 갯골

 

새우, 꽃게, 대게, 낙지, 제주갈치, 전어구이, 바지락칼국수... 휴일이면 소래포구 어시장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대하구이에 소맥 마시는 청춘들, 학창시설의 친구들과 관광 온 아주머니와 아저씨, 한 손에는 손수레를 끌고 꽃게값을 흥정하는 할머니, 유모차를 밀고 나온 젊은 엄마, 강아지와 산책하는 아이, 호객하는 사람까지... 소래포구 어시장은 번잡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곳이다. 2017년 3월 화재 이후 아직도 현대화사업 공사중이다.

협궤열차가 다녔을 소래철교가 관광객들로 비좁다.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렵다. 철교 위에서 북동쪽으로 소래산이 야트막하지만 선명하다. 연신 차량이 오가는 소래대교 아래 그늘막을 뒤집어쓴 더미들, 늘어선 어선들로 포구의 물양장임을 알겠다. 썰물로 물길만 간신히 남은 갯골에는 버려진 통발과 그물들이 어지럽다. 옛 콘크리트 선창 옆으로 최신식 검은색 부의, 노란색 잔교 위에서 어부 서넛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군자대교 앞 산책로

 

옛 철교와 새로 개통한 수인선 전철 다리 사이에는 장도포대지가 있다. 철교에서 포대지로 바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지만 ‘안전제일’ 끈이 가로질러 걸려있다. 코로나 때문인지, 문화재 보호 때문인지, 혼잡한 옛 철교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벗어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철교입구까지 가야 한다. 장도포대지라는 간판으로 작은 섬이었으면 짐작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장도포대는 논현동과 북성동, 제물포, 묘도 등에 있던 포대들과 함께 화도진에 소속되어 있던, 인천 해안을 지키던 포대란다. ‘문화재이니 음식물을 먹지 말라’는 경고판을 보니 기왕에 안내판을 설치할 요량이면 소래포구어시장를 찾은 시민들에게 인천 해안가의 역사유적지임을 알려줄 안내판이 아쉽다.

어시장 입구만 지나면 한가롭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 살짝 비켜서면 소래포구를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만선이 아닐지라도 포구로 향하는 어선의 행렬을 반긴다. 갈매기 무리 옆으로 가마우지, 왜가리, 까치, 갈매기, 백로, 저어새, 흰빰검둥오리, 알락꼬리마도요들까지, 줄잡아도 삼백은 넘는다. 1미터 펜스, 바위로 쌓은 해안으로 갯벌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갯벌과 갯골을 이만큼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직접 보니까 초라해요. 10억원이나 들여서 만든 것이 맞나요?"
"조형물이 아닌 바가지 요금 등 어시장의 서비스가 먼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세워진 새우타워 이야기다. 20여m 높이에 전망대에는 10명이 들어가기도 어렵다. 대형 꽃게 조형물이 있는 광장에서 해오름공원을 따라 약 5백미터쯤 내려오면 새우타워가 보인다. 거기서 또 1킬로미터 쯤 내려오면 해안철책선을 철거하고 세웠다는 ‘SEED(인천소망의씨앗)’가 서있다. 이 하트 조형물은 2019년 5월 시민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평화와 화합을 의미한단다. 월미도와 연안부두, 소래포구까지... 바다가 보이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하나둘 조형물이 들어섰고 또 들어설 것이다. 부디 주변의 경관과 어울리고, 역사문화, 시민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조형물이기를 기대한다.

 

남동소래아트홀 옆 인공연못

 

인천소망의씨앗 앞으로는 해넘이다리가 있고, 뒤로는 남동소래아트홀과 한화꿈에그린아파트단지가 있다. 소래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화약공장이 있었다. 한화꿈에그린아파트, 화약공장이 있던 곳에 세워졌다. 2006년 충북보은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1956년 초안폭약(硝安爆藥, 초산암모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폭약)을 시작으로, 58년부터 다이나마이트를 생산했다.  50년 동안 폭약 124만톤, 뇌관 11억개, 도화선 7억7천만미터를 생산했단다. 한화 인천공장 50년사에 의하면 이외에도 초유폭약, 젤라틴다이나마이트, 슬러리폭약, 에멀전폭약, 부스타, 니트로글리세린, 니트로글리콜, 뇌홍, RDX, PETIN, DDNP, 테트릴, 공업뇌관, 전기뇌관, 비전기뇌관, 도화선, 미진동파쇄기, 흑색화약, 장난감 연화, 신호기, 성화봉, 썬더후레쉬 등을 생산했다. 인천은 일제의 병참기지 정책으로 조선유지 인천화약공장이 건설되면서 화약산업이 시작되었다. 한화꿈에그린아파트단지 뒤 숲속의 한화기념관에 가면 인천화약산업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배곧신도시로 건너갈 수 있는 해넘이다리 위에는 억새 등 야생초들이 우거져 있다. 제법 운치가 있다. 남동소래아트홀 옆 습지도 분수가 쏟아지고 데크가 놓인 인공연못이지만 부들과 연꽃 사이로 흰뺨검둥오리가 언뜻언뜻 보이는 생태보전구역이다. 산책로를 따라 더 내려오면 더 큰 다리가 나온다. 군자대교다. 다리 밑으로 저 멀리 오이도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 밑으로는 한 무리의 배들이 밀물을 따라 들어온다. 군자대교 옆이며 고잔요금소 옆인 습지에는 붉은 찔레열매가 한창이다. 안내판은 빛바랬지만 심은 목백합, 상수리, 갈참, 느티나무들은 제법 잘 자랐다. 한길에 이르는 억새와 갈대, 이리저리 얽힌 칡과 쑥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산책로 이곳저곳을 넘나드는 물까치 떼만 자유롭고 요란하다.

‘소래·논현구역 도시개발사업지구’, 환삼덩굴을 이리저리 발로 걷어내자 파란색 경계말뚝이 나온다. 군자대교 아래로 바위로 쌓은, 길 없는 해안가를 조심히 돌아 나오면 탁트인 갯벌이 나타난다. 200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 2014년에는 람사르습지에 등재된 송도갯벌이다. 딱트였지만 양옆으로 아파트가 솟고 있는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에서는 소래갯골과 주변 습지가 소래갯벌생태공원와 시흥갯벌습지보호지역을 잇는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소래·논현구역 도시개발사업지구’ 경계말뚝
소래갯골과 주변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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