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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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언론
  • 전영우
  • 승인 2020.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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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54)시급한 언론 개혁

"퇴직자는 죽으란 거냐, 종부세 공포에 살려달라 곡소리." 모 경제신문 기사 제목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 세금 관련한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가 매우 많이 늘었다. 제목을 보면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목에 사용된 단어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마치 정부가 세금으로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 같은 자극적 제목이다.

위 기사의 제목만 보면 아파트 한채 가지고 있는 수입 없는 퇴직자가 벼랑 끝에 몰려있는 것 같다. 정작 기사 내용에 들어가서 보면, 이런 상황에 처한 대상자는 극소수인 것을 알 수 있다. 기사에는 올해 종부세 고지 대상자가 66만 7000명으로 작년보다 약 15만 명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에서 올해 새로 종부세를 내게 된 인구는 고작 15만 명이고, 종부세를 내는 대상 인원 전체가 66만 명 가량이라는 말이다. 

과연 기사에서 묘사한 사람들 중에서 정말로 종부세 공포에 시달리는 퇴직자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몇 명이나 될 것 같은가? 올해 새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15만 명 중에서, 은퇴해서 수입이 없고 가진 것은 아파트 한 채였는데 갑자기 종부세를 내게 되어 공포에 시달리게 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비슷한 기사는 차고 넘친다. 한결같이 종부세 때문에 큰일 났다는 식의 자극적 제목을 뽑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경제지와 보수 성향 언론에 특히 이런 자극적 제목을 붙인 기사가 많다. 고가 주택을 장기 보유하거나 고령의 경우 세액의 7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거나 기사 말미에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은퇴한 1가구 1 주택 보유자가 종부세 세금 폭탄 대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텐데, 기사 제목은 마치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선량한 은퇴자의 등골을 빼어 먹는다는 식의 자극적 단어로 도배되어 있다.

전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의 82%는 다주택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기획재정부는 밝히고 있다. 곧 1 주택을 소유한 은퇴자가 종부세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종부세의 목적 자체가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고 이들이 주택을 투기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다주택을 처분하게 유도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목적을 모를 리 없는 언론이 1 주택 소유 은퇴자가 종부세 때문에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식의 소설을 쓰고 있다. 용납하기 어려운 언론의 행태이고, 언론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해악이라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겠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런 언론 기사가 얼마나 악의적이고 자의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댓글들은 한결같이 기사의 허위를 지적하는 글과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을 가진 사람을 왜 기자가 걱정해주는가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기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댓글도 많다. "기레기가 또 소설 쓰네"라는 댓글은 독자들이 기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함축해서 전달하고 있다. 

이런 기사를 접하는 일반 서민들은 그야말로 맥이 빠진다. 종부세를 낼 정도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기사에도 나왔듯이 66만 명, 그러니까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 남짓의 부자들이다. 그런데 기사는 마치 정부 정책으로 인해 선량한 다수의 서민이 피해를 받는다는 느낌을 주도록 작성되었다. 종부세를 낼 정도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을 언론이 걱정해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사실 하나만 봐도 그동안 한국 언론이 얼마나 기득권 층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러나 그 책무는 사실에 의거하여야지, 언론사 개인의 이익을 위해 왜곡된 시각의 악의적 비판을 일삼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종부세 관련 기사를 남발하는 언론은 이런 류의 기사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이미 언론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겠다.

최근 일련의 기사를 살펴보면 이미 언론의 자격을 상실한 언론이 다수 보인다. 기레기라는 명칭이 합당한 언론사들이다. 이런 언론은 하루빨리 퇴출시키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필요하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이 정도를 걷고 있을 때 지켜주는 것이지, 지금처럼 악의적 목적을 가진 언론을 위한 것이 아니다. 

검찰 개혁 등 산적한 개혁 문제가 시급하겠지만, 사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언론 개혁이다. 이미 비대해지고 자본과 깊이 결탁한 언론 권력을 시민 사회단체가 견제하고 개혁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국회라도 나서 줬으면 좋겠지만, 국회의원 또한 언론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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