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 학원 이야기 -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장
우리집 돌돌이가 첫 학원을 가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지금껏 아이에게 학원이나 학습지를 한 번도 시킨 적이 없었다. 어떤 분명한 교육 철학이 있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엄마 아빠 퇴근 시간을 맞춰 종일반을 마치고 오는 아이에게 어떤 과제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또한, 우리 부부는 중간에 아이를 픽업하는 것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유치원에서 학원으로 바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아이가 어려서 이 과정이 영 수월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 아이에게 조금 색다른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래보다 조금 작아서 늘 신체활동을 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아이를 태권도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아이가 친구들이 다니는 태권도 학원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시간이나 차량코스가 우리 상황에는 가능하지 않았다.
동네 태권도에는 대기 30명, 과연 보낼 수 있으려나 하던 찰나, 코로나 19로 대기 번호가 앞으로 당겨지면서 자리가 생겼다. 마침 유치원과 태권도에서 픽업시간도 잘 맞춰주셨다. 그래서 친구들이 아무도 없지만 집에서 가까운 태권도 학원으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태권도를 가기로 한 첫날, 돌돌이는 아침부터 좀 침울했다. 안가면 안되는지 다른 곳을 가면 안되는지 전날부터 여러 번 묻곤 했다. 하원 후 바로 태권도로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서 있는데, 아이가 차량에서 달팽이처럼 느리게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가 눈을 맞추지 않고 뒤돌아 서 있었다.
이렇게 모습을 보자 약간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뭐랄까... 돌돌이를 키운 엄마로서의 촉이랄까? 분명 돌돌이가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들은 낯도 많이 가리고 내향적인 편이지만 그렇지만 활동량이 적지는 않다. 처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한번 적응하면 무척 잘 지낸다. 그래서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3년을 채워서 다녔다. 이번에 아이가 가게 될 태권도 학원도 초등학교에 입학 이후까지 계속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아이가 아무리 싫다고 하더라도 6개월-1년은 보내보자는 마음이었다.
태권도를 다녀온 첫 날, 나의 걱정은 사라졌다. 아이는 방금 배워온 주먹 쥐는 법을 엄마 아빠에게 가르쳤고 방에서 이불을 깔아놓고 대련을 하자고 했다. 엄마 아빠는 저녁 내도록 아이의 발차기를 피해 다녀야 했다. 다음 날에는 태권도에서 매일 나눠주는 스티커와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다음 날부터는 태권도 띠 색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빨간 띠 다음에 뭔지 알아?
”나랑 같이 차 타는 그 형아 있잖아. 그 형아 검은 띠다.”
“나는 노란띠지만.. 관장님이 나보고 너는 노란 띠 같지가 않다고 했어.
(강조하듯 한번 더) 내가 노란 띠 같지가 않데.”
아이는 지금 ‘하얀 띠’인데,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노란 띠’라고 소개했다. 무언가 자존심이 상해 조금이라도 단계를 올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심사가 있기 몇 일 전부터 아이는 들떠 있었다. 이제 유치원 이이기보다 태권도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상담 장면에서도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학원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네가 선택해. 태권도야 피아노야?”라고 묻는 경우도 보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아직 잘 몰라서 선택을 하기 어렵다. 아이가 선택한 대로 보냈다가 아이가 안가겠다고 하면 부모는 화가 날 것이다. ‘네가 선택했잖아. 왜 그러는거야?’ 이런 마음이 들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학원 선택은 부모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조선미 박사님의 팟캐스트에서 들은 적이 있다. 학원비를 내고 학원에 데려가고 데려오는 그 모든 과정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그 말이 정말 인상 깊어서 돌돌이의 첫 학원을 결정하고 보내는데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앞으로도 아이의 성향과 특성을 잘 고려하여 학원을 결정하고, 아이에게 동기를 불어넣어 주면서 열심히 보낼 예정이다. 당분간은 태권도로 충분하다. 우리는 두 달째 저녁마다 대련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