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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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禮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
  • 김주희
  • 승인 2011.05.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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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만난 공자] '이우재의 논어읽기' - '禮(예)'에 대해

취재: 김주희 기자


"禮(예)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그렇다고 해도 공자는 禮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했고, 형식보다는 본질을 살피라고 했다."

18일 '이우재의 논어읽기' 세 번째 주제 '禮'에서 이우재 '온고재'(溫故齋) 대표는 "禮는 사회 분업의 산물이다"면서 운을 뗐다.

이 대표는 "禮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산물로 본디 사회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수단으로, 그 구성원 간 합의에 따라 생겼을 것이다"면서 "각자 남을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예로서 조화(調和)를 이루었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 禮가 사회질서가 되고 그것이 지배질서로 고정화하면서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됐다"면서 "사회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회질서에 대한 파괴범으로 여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有子曰(유자왈), “禮之用(예지용) 和爲貴(화위귀) 先王之道斯爲美(선왕지도사위미). 小大由之(소대유지) 有所不行(유소불행). 知和而和(지화이화) 不以禮節之(불이예절지) 亦不可行也(역불가행야).”<학이편 12장>

이 대표는 "예를 행함에 조화를 귀중하게 여겼으나, 조화로움만 귀중히 여기고 예로서 절제하지 않으면 하지 않음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가령,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를 놓고 볼 때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음에도 할아버지가 사랑으로만 스러움만 따져 버릇없는 행동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역할을 구분하는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지 말라는 것이 바로 절(節)이다"면서 "성리학자들은 禮를 하늘의 이치로, 절대 넘어서면 안 되는 불변의 진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학에서 예는 포괄적 개념이다"면서 "禮는 일상 예절을 넘어 도덕, 법률, 문물제도까지 포함한, 사회생활 전반에 대한 규범이다"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위정편 3장>과 <위정편 5장>, <팔일편 9장>, <태백편 8장> 등을 들어 도적적 개념으로서, 신분사회를 지켜주는 수단으로서, 사회제도로서 禮의 쓰임을 설명했다.

그는 "三十而立이란 말은 결국 한 사회 안에서 독립된 인격체로 자기가 설자리를 안 것을 말하는데, 그것이 바로 禮"라고 했다.

이어 "禮를 규정할 때 '예악'(禮樂)이라고 하는데, 禮는 절제의 측면으로, 樂은 조화의 측면으로 해석한다"면서 "모든 공부는 자기 속에서 갈무리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이는 유학이 말하는 공부의 마지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명한 구문이 <계씨편 13장>이다.

陳亢問於伯魚曰(진항문어백어왈), “子亦有異聞乎(자역유이문호)?”

對曰(대왈), “未也(미야). 嘗獨立(상독립) 鯉趨而過庭(리추이과정). 曰(왈), ‘學詩乎(학시호)?’ 對曰(대왈), ‘未也(미야).’ ‘不學詩(불학시) 無以言(무이언).’ 鯉退而學詩(리퇴이학시). 他日(타일) 又獨立(우독립) 鯉趨而過庭(리추이과정). 曰(왈), ‘學禮乎(학예호)?’ 對曰(대왈), ‘未也(미야).’ ‘不學禮(불학예) 無以立(무이립).’ 鯉退而學禮(리퇴이학예). 聞斯二者(문사이자).”

陳亢退而喜曰(진항퇴이희왈), “問一得三(문일득삼). 問詩(문시) 問禮(문예) 又聞君子之遠其子也(우문군자지원기자야).”

이는 공자의 제자 진항이 공자의 아들 백어와 한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진항의 물음에 백어는 부친인 공자가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고 해 시를 공부했고,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수 없다고 해 예를 배웠다고 답한다.

이에 진항은 공자가 아들인 백어를 제자들과 다르지 않게 대한 것을 알고 기뻐하며 "하나를 물어 세 가지를 얻었으니, 시와 예를 들었으며 군자가 자기 자식을 멀리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공자가 시를 모르면 말을 할 수 없다(不學詩 無以言)고 한 것은 말(言)은 신중히 가려서 하라는 것이고,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수 없다(不學禮 無以立)고 한 것은 독립된 개체로 설 수 없음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禮의 본질은 공경(恭敬)과 절제(節制)이다"면서 맹자의 <고자상편 6장>을 예로 들었다.

惻隱之心(측은지심) 人皆有之(인개유지), 羞惡之心(수악지심) 人皆有之(인개유지), 恭敬之心(공경지심) 人皆有之(인개유지), 是非之心(시비지심) 人皆有之(인개유지). 惻隱之心(측은지심) 仁也(인야), 羞惡之心(수오지심) 義也(의야), 恭敬之心(공경지심) 禮也(예야), 是非之心(시비지심) 智也(지야).

그는 "여기서 禮를 공경하는 마음이라 했는데, 공경과 절제는 동시에 나타난다"면서 "남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항상 자기 마음의 중심을 잡고 자신의 위치에 맞게 욕구를 안으로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하나 "내 분수를 알아야 남의 분수를 침범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게 잘못 가면 사회 질서에 어떠한 변형도 요구할 수 없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이를 경계했다.

사회 유지 수단으로서 禮가 지닌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팔일편 1장> 孔子謂季氏(공자위계씨), "八佾舞於庭(팔일무어정) 是可忍也(시가인야) 孰不可忍也(숙불가인야)?"이 이를 잘 드러낸 구문이라고 했다.

공자가 계씨에게 일러 말하길 "팔일(八佾)춤을 추게 하다니, 이를 차마 한다면 무엇인들 차마 하지 못하겠는가"라고 했다.

여기서 계씨는 노(魯)나라를 문란하게 했던 삼대부(三大夫, 맹손孟孫, 숙손叔孫, 계씨季氏)의 막내이고, 팔일춤이란 64명으로 구성된 천자만이 향유할 수 있는 춤을 뜻한다.

결국 공자는 계씨가 천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은 禮를 어기고 '반란'을 도모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본 것이다.

이 대표는 "무너져가고 있었지만 주(周)나라는 존재하고 있던 터라, 공자는 400년 전 주나라의 초기 상태를 복원하고자 하는 정치적 꿈을 갖고 있었다"면서 "이처럼 仁과 禮를 강조한 공자와 달리, 전쟁이 한창이던 때의 맹자는 전쟁이 끝나길 바라면서 禮보다는 義를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공자를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보수주의자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 "공자는 '禮보다는 사람이 먼저'임을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子曰(자왈), “人而不仁(인이불인) 如禮何(여예하)? 人而不仁(인이불인) 如樂何(여락하)?”<팔일편 3장>

이 대표는 "공자가 말하길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예는 무엇을 할 것이며, 어질지 못한 사람이라면 음악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했다"면서 "적어도 禮樂을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뜻한다"라고 했다.

그는 "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남을 대등하게 볼 줄 알아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면서 "공자는 禮가 중요하지만 禮 이전에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팔일편 8장>과 <옹야편 16장>, 그리고 <양화편 11장> 등을 더 설명하면서, "사람됨이 禮에 앞서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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