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지방정부', 새로운 실험의 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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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지방정부', 새로운 실험의 장을 열다
  • 김주희
  • 승인 2011.05.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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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5. 지방자치 20년 - '시정참여정책위원회'가 하는 일
취재: 김주희 기자

 

지방자치의 본질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데 있다.

하나 지난 20년간 한국의 지방자치는 중앙집권적 정치와 행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민의 목소리를 배제해 온 게 사실이다. 시민과 시민사회는 통제와 동원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로 인천에서는 지방자치 20년 만에 최초로 '공동지방정부'란 실험 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지난해 2월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지역에서는 25개 시민사회단체와 150여명의 인사들이 모여 '2010인천지방선거연대'를 결성한다.

이들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과 함께 9개 분야에 걸쳐 88개 정책과제에 합의하는 한편, 야권후보 단일화에 성공한다. 특히 이들은 공동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단체장 취임후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한다.

그리고 이렇게 뭉친 힘은 6·2 지방선거에서 '승리'로 이어진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시는 조례규칙심의회를 열어 '인천시 시정개혁위원회 설치·운영조례안'을 수정·의결했다.

이 시정개혁위원회가 지금의 '시정참여정책위원회'다. 본디 명칭은 '시정소통위원회'로 출발한 위원회다.

'시정참여정책위'는 야권후보단일화 과정에서 합의해 나온 '공동지방정부'의 한 형태다.

이 '공동지방정부'는 인천을 비롯해 강원도와 경남도 등 광역단체 3곳과 기초단체 26곳 등 야권연대를 통한 단일 후보 전략으로 승리한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다. 대부분 공동정책과제로 뭉친 '정책연합'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인천에서는 지방선거연대와 야3당의 합의한 9개 분야 88개 정책과제와 '민·관 협치' 기구인 시정개혁위원회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정참여정책위원회에는 지방선거연대를 구성했던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이 참여하고 있다.

박인규 2010인천지방선거연대 정책위원장은 "인수위원회 산하에 8개 분과위원회가 활동했고, 해당 분야의 과제를 지속적으로 담당할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시정개혁을 위한 거버넌스 기구를 구성하고 그 산하의 분과위원회 설치가 제안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조례를 제정하기 훨씬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고 탄생했다.

우선 '공동지방정부'에 대한 시민사회 진영의 고민이 컸다.

6·2 지방선거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공동정부 구성해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시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란 기능을 하는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정부에 참여하는 게 맞는가라는 원론적인 지적이 있었다.

위원회 명칭도 문제였다. 본디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합의한 것은 '시정개혁위원회'였으나, 조례 제정 과정에서 '소통'에서 '개혁'으로 다시 '참여'로 변경됐다.

당시 시의 입장은 "자문 역할을 하는 위원회인데, 개혁이란 말을 쓰는 게 적절치 않다"였다.

이 위원회 역할에 대한 큰 시각차는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시 집행부가 이 위원회를 '자문기구'로 보는 것과 달리, 시민사회는 민관협치 기구로 본다.

지난해 11월 시가 시정참여정책위를 구성하면서 소관 부서를 정책기획관 녹색성장팀으로 정하자, 이를 두고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위원회 역할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시민사회 진영은 거버넌스로서 시정참여정책위가 안정적으로 제 구실을 하려면 상근인력을 둔 사무국이나 정책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방차치단체의 정책은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시대를 거쳐 민관이 함께하는 거버넌스의 시대로 진입한 만큼, 정책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기구는 단순 자문기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심의·의결 기능을 부여하고 단체장은 그 논의 결과를 수용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시각차는 지난 11일 열린 회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민선5기 지방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시정참여정책위원회가 88개 정책과제의 이행도를 평가하기로 했는데, 그 방법과 기준을 놓고 시 집행부와 위원회 간 이견이 생겼다.

시 집행부는 88개 정책과제 중 62건은 추진하고 있고 12건은 검토, 8건은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 위원회에 보고했다. 나머지 6건은 타 기관 소관업무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위원들은 자체 평가 결과, 공약 이행 수준이 기대 이하라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공약을 역행하는 사업도 있다고까지 했다.

이는 시 집행부와 위원들 간 시각이 다른데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는 정책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논의 없이, 시와 위원들이 이런 "시각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시정참여정책위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자칫 지역 사회에서 시정참여정책위원회에 대한 회의론이 일어날까 우려된다"면서 "처음 하는 제도인지라 앞으로 극복해야할 것이 많다. 시정참여정책위를 장기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지해용 정책연구원은 "'공동지방정부'가 제대로 되려면 참여 구성원들이 가치와 철학을 함께 공유해야 하고, 발생 가능한 갈등요소를 적절히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지방정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기구를 제대로 구성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집행 사무국을 설치하거나, 각종 지원방안을 마련해 지속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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