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인천의 실학자 소남(邵南) 윤동규, 선양의 돛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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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인천의 실학자 소남(邵南) 윤동규, 선양의 돛을 올리다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1.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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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 윤동규를 조명한다] (3) '제1회 소남의 날' 기념 행사

 

[인천in]이 인천의 잊혀진 실학자 소남 윤동규(1695~1773)의 삶과 업적, 연구·기념 사업 등을 조명하는 특집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최근 소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남동문화원은 12월30일 소남 탄생 325주년를 맞아 기념사업준비위 발족과 평전 출판기념회 등을 갖고 본격적인 소남 선양 사업에 나섭니다. [인천in]은 이에 △소남의 9대 종손 윤형진씨 인터뷰 △남동문화원의 소남 발굴 및 연구사업 △소남 기념사업에 대해 차례로 싣습니다.

 

소남의 9대 종손 윤형진 내외가 영정에 절을 올리고 있다.

2020년 12월30일은 잊혀진 조선 실학자 소남(邵南) 윤동규(尹東奎, 1695-1773)의 탄생 325주년이 되는 날이자 남동문화원이 정한 제1회 소남의 날이다.

이날 오후 인천 남동구 소래아트홀 소공연장서 소남의 날 기념행사와 함께 소남의 모든 것을 발굴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막이 올랐다.

 

식전 행사로 국악 공연팀 '울림'이 가야금과 대금, 해금을 연주하고 있다.
송성주 인천시립무용단 수석 무용가의 한량무 

이날 기념행사는 국악 공연팀 ‘울림’의 가야금·대금·해금 연주와 ‘송성주’ 인천시립무용단 수석 무용가의 한량무를 시작으로 △소남 영정 봉안식 △축사 △소남 시 낭송 △사업 경과보고 △ 허경진 박사 특강 △기념사업회 준비위원 위촉장 수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코로나19 2.5단계 방역 수칙에 맞춰 행사 참석 인원은 스태프를 포함, 50명 이내로 제한됐다. 이 자리에는 소남의 9대 종손 윤형진씨 내외, 소남의 유물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세상으로 나오게 한 김시업 전 실학박물관장, 소남평전을 쓴 허경진 교수, 이문원 실학패밀리 회장, 실학자 이병휴·안정복·이정한·정약용 가문의 종손 등이 참석했다.

소공연장 벽면 곳곳에는 심의·학창의·도포 등 소남의 생전 복식이 재현돼 내걸렸다. 전통복식 재현 작업은 유홍숙 한복문화학회 인천지회장이 맡았다.

 

소남이 생전 입었던 전통복식이 재현됐다.

영정 봉안식은 소남의 실제 유골을 기반으로 3D 작업을 거쳐 제작된 영정을 세상에 처음 알리는 행사였다.

이보근 남동문화원 사무국장은 “우리 인천 시민들은 소남 영정 봉안식을 통해 그의 실학사상을 이어받고 편안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소남 가문의 제사 양식에 맞춰 신홍순 남동문화원장이 제주를 맡고, 소남 가문의 윤여빈씨가 집사를 맡아 탈착식과 봉안식, 전폐례를 진행했다. 이어 윤형진 종손 내외의 헌화를 끝으로 봉안식이 종료됐다.

 

소남 영정 봉안식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는 신홍순 남동문화원장이, 집사는 윤여빈씨가 맡았다.

이어진 인사말과 경과보고에서 신홍순 원장은 “남동문화원이 소남 발굴 작업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던 올해 2월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 예산과 자료를 확보했고 영정 봉안식을 치루는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 원장은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기에 더욱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며 “소남과 그의 부모·조부모 및 직계 4대손이 2004년 3월까지 묻혀있던 도림동(235-1번지, 현 아파트 부지) 묘역이 무분별한 도시개발계획과 우리들의 무지로 훼손됐고, 결국 유해가 부여에 있는 종가로 이관됐다는 점이 가슴 아프다.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소남을 발굴, 재평가하여 그의 유해를 도림동으로 되찾아 올 수 있다면, 선생이 그렇게 소망하던 ‘소남촌인’으로 영원히 잠들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사업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지난 2004년 3월21일 남동구 도림동에 있던 소남 윤동규의 묘가 파묘돼 부여로 이장됐다. 

이문원 실학패밀리 회장은 “짧은 시간만에 영정 봉안식 등 많은 것을 해낸 남동문화원과 소남 종손에게 감사하다”며 “하지만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 것이 분명한 만큼, 지금보다도 많은 수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남동구를 지역구로 둔 맹성규, 윤관석 국회의원도 온라인 영상을 통해 축사를 보내왔다. 이들은 소남이 자랑스런 인천 역사의 한 축이지만 안타깝게도 그간 조명받지 못했다는 점에 공감하며 남동문화원의 소남 발굴 사업에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남동문화원이 지난 9월부터 진행해 온 소남 관련 활동 사항 

사업 경과보고에서는 박물관·연구원 방문, 시의회 간담회 및 매체 인터뷰 등 올해 9월부터 남동문화원이 소남과 관련해 진행했던 업무사항 등이 간략히 발표됐다.

복식 재현과 영정 사진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물론 향토사 부설 연구소와 만화로 된 소남평전(총서2권)을 만들겠다는 향후 계획도 언급됐다.

이어 ‘소남 윤동규 평전(총서1권)’의 저자인 허경진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소남 특강을 진행했다. 허 교수는 내년부터 진행될 소남 유물 해제작업의 책임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는 특강을 통해 소남이 언제 어떻게 성호 이익의 제자가 됐는지, 성격과 특징은 무엇인지 등 소남의 생애 전반을 상세히 설명했고, 소남이 남긴 땅문서, 서책, 남촌(南村) 을 중심으로 한 당시의 지도 등 유물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특히 소남이 예학의 실천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동계(洞契)를 조직해 도남촌 공동체를 꿈꾸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촌에서 혼례나 상례 때에 상부상조 하기위해 조직되었던 동계가 유명무실해지자 소남은 규약을 정리하고 이름을 만신(晩新)동계라고 고쳤다.

한마을 구성원만으로는 세금이나 부역, 장례, 재난 등을 상부상조하기 힘들었으므로 두 마을을 합하여 경제 규모을 키워 대응하는 방법을 실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허 교수는 소남의 유물에 토지매매 문서가 많이 나오는데, 공동체 조성을 위해 땅을 사들인 것으로 보았다.

실학의 출발이 형식보다 근본적인 실제를 중요하게 여겨서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니 소남이 이론만의 예학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사는 향촌에서 작은 공동체를 구현해보려 한 것이라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소남도 대단하지만 지금까지 유물들을 보관해 온 후손들도 대단하다”며 “유물 해제는 물론 향후 진행될 각종 행사에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모두가 도와주시면 충분히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경진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소남 윤동규 관련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끝으로 이날 기념식에서는 소남 관련 사업을 이끌어갈 기념사업준비위원회 위원 위촉 및 출범식이 진행됐다.

기념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송석만 위원장(재단법인 송이 이사장·남동문화원 이사)과 김종준, 박상문 유홍순, 정용석, 조복순, 조봉래, 조영용, 조우성 위원이 위촉장을 수여받았다.

기념위는 내년부터 ‘소남 총서’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평전 제2권, 제3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를 각 행정기관과 학교 등에 배포할 계획이고, 독후감·백일장 대회 등도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소남 서거 250주년을 맞는 2023년에는 국제학술대회까지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다지고 있다.

 

소남 기념사업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송석만씨가 위촉장을 전달받고 있다.
신홍순 남동문화원장, 윤형진 종손 등이 모형 케이크 커팅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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