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에 갇힌 교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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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에 갇힌 교실 풍경
  • 이정숙
  • 승인 2021.01.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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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속 동그라미들]
(첫회) 등교하는 아이들 - 이정숙 / 구산초교 교사, 인천교육연구소

인천in의 새해 첫 기획 [네모 속 동그라미들]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2019년까지 기획연재 '말랑말랑 애덜이야기'에 필진으로 참여했던 구산초교 이정숙 선생님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정다감하고 생동감 있는 필체로 전개합니다. 코로나19로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배움은 이어져야 할 우리들의 학교와 교실로 들어가 봅니다. 

 

 

오랜 만에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풍경들이 바뀌었다. 학교도 그 중 하나이다. 김샘은 한 둘씩 거리두기를 하며 등교하는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 현관에서 맞이한다.

“안녕!, 오랜만이지? 아이쿠 짐이 많네, 기운이 없어 보여 어쩌나 ~” 일일이 말을 건네며 교문과 현관에서 아침맞이를 한다. 방역 도우미 분들과 손소독을 일일이 해주고 인사를 한다. 비록 마스크를 쓴 반쪽 얼굴이지만 아이들 얼굴을 보는 아침맞이는 그래도 설렌다.

멀리서 “선생니임~”하며 반가운 얼굴로 뛰어 온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누군지 알겠다. 재작년 가르쳤던 혜인이다. 키는 더 쑥 자라고 마스크 너머 함박 웃는 모습으로 반달 눈만 보인다.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대신 “어머나 누군가 했네. 혜인이네. 잘 지냈어? 많이 컸구나! 자, 거리 2미터 두기, 반가워~ ” 로 답한다.

말을 다 거넬 새도 없이 같은 반이었던 연아가 저 멀리 또 반달 눈을 하고 다가온다. “와, 오랜만이네 자!” 하며 주먹 부딪힘 인사를 한다. 이 인사가 생소하지 않은지 자연스레 주먹을 내밀며 툭 친다. 같은 학년들이 등교하는 날이라 재작년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역시 재작년 가르쳤던 하진이가 뒤에서 머뭇거린다.

하진: 샘 몇학년이예요?

김샘: 나는 6학년하고 3학년 가르치지.

하진: 네? 왜요?

김샘: 한 두 과목만 가르치는 전담선생님이야.

하진: 그게 뭐예요?

김샘: 한 두 과목만 가르쳐. 과학 하고 영어, 음악 같은...

하진: 아하! 우리 오빠는 5학년인데. 뭐 가르쳐요?

김샘: 과학하고.. 자, 거리두기 하자. 뒤에 친구들이 기다리네 ... 저기 카메라 앞에서 열체크하고... 발모양 요기 서요. 기다리세요.....

 

 

아침맞이를 하면서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을 만나니 김샘도 아이들도 반가웠다. 학교란 공간이 주로 교실과 운동장 복도 혹은 특별실 등 주어진 공간에서 특정 시간을 보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오가도 서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게 되는 특수한 공간이다. 지난 일 학기에는 각 반이 홀짝을 나누어서 반 씩 등교한 때에는 같은 반 아이들끼리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두 번, 상황에 따라 세 번하기도 하면서 규칙도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등교하다보니 아이들 얼굴을 익히거나 친해질 시간들이 다 생략된 시간들이 지나간다. 오늘도 짧은 시간들 속에 아이들이 지나가고 인사를 나누고 맞이하는 정신없이 바쁘고 반가운 아침맞이 풍경이다.

오랜 만에 학교를 나오는 탓에 갓 잠에 깬 듯 비몽사몽 걸으며 오는 아이들. 기운이 다 빠진 모습과 몽롱한 눈빛, 방금 일어난 듯한 까치머리 행렬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 자기 물건을 둘 수 없어 자기 몸만큼 큰 가방을 지고 점퍼는 입은 건지 벗은 건지 알 수 없이 걸쳐져 간신히 매달려 있다.

김샘이 “안녕? 어서 오세요. 자 기운내고...” 말을 건네도 귀찮다는 듯 쓱 지나친다. 예전 같이 손바닥이라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라도 하면 잠이라도 좀 깰텐데 가까이 다가 갈 수도 없으니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한 아이가 마스크없이 등교한다. 처음에는 뭐가 이상한지 몰랐는데 방역도우미 분이 찾아낸다. 얼른 아이를 보건실로 데려갔다. 까치머리 아이는 약간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다.

김샘: 급히 학교 오느라 잊었나보구나. 괜찮아. 집에 마스크 있지?

아이: 예. 잊어버렸어요. 빨리 오느라.

김샘: 그래, 오늘은 이 마스크 쓰고 생활하고, 내일부터는 쓰고 올 수 있지?

아이: 예!

어쩌다 학교를 나오는 바람에 아이들 습관들은 점점 무너지고 무력해 져만 간다. 6학년 교실에서는 아예 과감하게 엎드려 자는 아이도 있다. 밤새 오락을 했단다. 지금이 자는 시간이란다. 학교에 나오는 시간이 불규칙하다보니 아이들을 탓할 수도 없는 풍경이다.

김샘은 오랜 만에 나온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재미있는 수업을 하려 해도 자료도 공간도 소통구조도 한정되어 있어 등교수업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모둠수업도 할 수 없고 실험실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투입될 자료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모둠 실험을 할 수 없어 개별 자료를 일일이 손소독을 하고 자료를 나눠주고 실험조작을 하다보면 정작 수업내용은 간단해 지기 일쑤라 그냥 동영상 자료를 보여주는 게 낫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촛불하나 켜고 끄는 실험에도 놀라워하고 신기해 하고 “와!”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다. 그 당연하고 일상적인 실험이 정교하고 놀라운 동영상 속 실험보다 더 많이 집중하는 모습 속에 김샘은 퍼포먼스를 멈출 수가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 난감하기만한 시절을 어찌 보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나보다. 기특하게도 마스크를 벗거나 내려쓰는 아이들도 없다. 오히려 특별활동 강사선생님들이 턱에 쓰거나 코를 잘 덮지 않으면 “선생님 마스크 내려왔어요, 그렇게 쓰면 안돼요”하며 얼른 민원을 제기한단다.

고학년 교실에 비해 3학년 교실은 그래도 눈빛이 살아있다. 그리고 기꺼이 학교에 나온 시간을 즐거워한다. 김샘은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면서 맞힌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곤 했다. 하지만 이것도 코로나 시대에 조심스러워 “학교에서 먹지 말고 집에 가서 먹어” 하며 단단히 이른다. 하지만 오늘은 미처 사탕을 준비하지 못한 채 게임을 했다.

김샘: 흠! 잘 맞췄구나. 맞아요.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

아이들: ...... ( ?)

상민: 선생님 오늘은 사탕 안 줘요?

언제나 용기 있게 물어보는 상민이다. 김샘은 궁색한 변명거리를 찾다가 대답한다.

김샘: 어. 코로나 때문에 사탕주는거 보류!

용진: 어? 저번엔 줬잖아요.

용진이도 냉큼 부당함을 이야기 한다. 난처해진 김샘이 다음 시간에 줄게 하고 말하려는 찰라, 수빈이가 끼어든다.

수빈: 아냐, 어제부터 2단계라 그랬어. 한 단계 높아져서 안 되는 거야.”

상민: 그래? 그렇구나. (끄덕끄덕)

아이들: ........(끄덕끄덕)

김샘은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설득하는 아이들 덕분에 구차한 변명과 설명을 할 위기(?)를 모면했다. 코로나19로 방역에 민감해진 아이들은 어느새 상황에 맞게 스스로를 설득하고 순응해 간다. 그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눈물나기도 하는 그런 씁쓸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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