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데..." - 배다리 문화의거리 사업 놓고 동구, 주민들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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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데..." - 배다리 문화의거리 사업 놓고 동구, 주민들 갈등
  • 서예림 기자
  • 승인 2021.01.07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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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주민, "배다리의 명맥 지키면서 개발해야"
동구, "배다리와 조화로운 사업으로 추진 중"
배다리 헌책방 거리.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방문객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동구청)

인천 동구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배다리 문화의거리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동구와 배다리 활동가 등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동구는 지난해 6월 배다리 헌책방거리 및 창영초교, 영화초교 등 근대건축물이 위치한 금곡·창영동 일대 도로 2.2km 구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대상지에 문화예술인 및 청년·다문화 상인 등 권장업종 창업예정자를 공모하여 30팀을 입점시켜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도깨비장터, 로드갤러리, 북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개발해 역사와 테마가 살아있는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배다리 마을에 청년사업가들의 입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을 둘러싸고 동구와 배다리 활동가들의 다툼이 생겼다.

청년사업가 및 배다리 활동가들은 동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배다리의 전통과 개성을 보존하며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일명 ‘핫플레이스 만들기’에만 초점을 둔 사업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배다리 사업과 관련한 마찰은 지난해 12월28일 청년예술인, 배다리활동가, 기존에 배다리에 입점하고 있던 사업주 등 15명으로 구성된 비대면 토론회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배다리 사업에 관한 구의 순수성과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배다리 문화·예술의 거리 사업 구간도(사진=동구)

배다리 활동가 등은 배다리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탈바꿈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배다리를 바라보며 재조명하는 등 배다리 자체가 인천의 시대를 보여주고 있어 역사성을 보존하며 명맥을 이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는 마을에 깊이 있는 조사·연구에 기반한 역사문화마을 조성이 아닌 ‘관광명소’ 기획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배다리만의 개성을 지키며 사업을 계획했어야하는데 ‘헌책방 거리와 조화로운 사업아이템들이면 뭐든 좋다’라고 애매하게 선정조건을 정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게 배다리 활동가들의 설명이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동구가 정말 배다리를 사랑해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을 꿈꾸고 있다면 민·관 협치를 중요히 생각해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길 바란다”며 “배다리 주민들이 앞서서 잊혀져가는 배다리 마을을 지키고 가꾸어오며 일정 부분 성과가 보이던 상황에서 뒤늦게 구에서 숟가락을 얹어 갈등이 생기는 것같다”고 비판했다.

이다솜 배다리 활동가는 “동구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비대면 토론회에 초대했지만 구 관계자가 대화를 피했다”며 “대화를 피할수록 배다리 주민들은 지자체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배다리를 이용한 이색 소비지역 만들기에만 몰입해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구 관계자는 “구의 진정성은 시간이 지나면 나타날 것이다 발길이 끊긴 배다리에 새숨을 불어넣으며 재해석하는 사업이다”라며 “세부적인 내용을 다 담았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 민관이 협의해 난관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다리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은 2022년까지 구비 13억 6,000만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입점예정자인 문화예술인, 청년, 다문화상인 등에게 외부인테리어비 80%내에서 최대 1500만원을, 청년 및 다문화인에게만 내부 인테리어비 60%내에서 최대 천만원을, 창업예정자 모두에게 임차료 80%내에서 최대 월 50만원을 지원해 자부담 비율을 낮추는 등 입점 예정인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받고 사업기획을 도와주면서 배다리 일대를 문화적으로 변모시키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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