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또 한번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자체 지원금을 지급키로 결정해 인천시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됐다.

11일 경기도의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겪은 도민들을 위해 설날 전까지 외국인을 포함한 경기도 전체 주민 약 1,399만명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지원금(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지원과는 무관하게 지역개발기금·재난관리기금 등 지자체 자체 재원을 활용해 지급하는 것으로, 경기도는 작년 4월에도 이같은 방식의 지원금(1차 재난기본소득)을 전국 최초로 지급했던 바 있다.

이날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경기도의 재정을 검토한 결과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약 1조4천억원은 자체 재원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며 “도가 이달 중 지원금 지급 방안을 담은 추가경졍예산안을 제출하면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의 결정으로 인천시는 또 다시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경기도와 서울시를 비롯 전국 지자체 수십여 곳이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인천시는 별도의 지원금을 주지 않아 시민들에게 뭇매를 맞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인천시와 박남춘 시장은 정부가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 중 1,100억원 가량을 시가 부담했고, 인천e음 캐시백 확대 등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만큼 지원이 없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인천시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시를 비판하거나 경기도와 비교하는 내용의 청원이 하루에도 수십여개씩 게재됐고, 개중에는 박남춘 시장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다수 포함돼 있었다.

11일 인천시 청원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우리도 달라’ 또는 ‘인천시는 왜 아무런 조치가 없나’라는 내용의 청원이 하나 둘 게재되고 있다.

인천시로서는 지난해 겪은 '악몽'이 다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인천시는 이번에도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가 경기도와 같은 방식의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약 3천억원이 필요하고, 경기도에 앞서 세대당 10만원의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확정한 울산시의 방식을 따라도 약 1,100억원이 필요하다.

또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국민 대상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확정되면 추가 예산 소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인천시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시 내부에서 자체 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논의가 없었다”라며 “경기도 등 타 시·도의 동향은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예산안 등을 검토·심사하는 시의회 기획행정위 소속 강원모 제1부의장(민주·남동4)도 “아직 시의회 차원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강 부의장은 “개인적으로는 자체 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경기도와 똑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자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다만, 작년과 지금의 상황이 다소 다른 점을 고려해 (만약 자체 지원금 지급이 성사되면) 누가봐도 어려운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선별적 지급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종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