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지가 된 동네 책방
상태바
여행의 목적지가 된 동네 책방
  • 이수인
  • 승인 2021.01.15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39) 이수인 / '동네책방시방' 책방지기

 

 

며칠 전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습니다. KBS 2TV에서 방영 중인 ‘비움과 채움 북유럽’에 출연한 정소민 배우의 ‘독립서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인상적으로 느껴진 기사였는데요, 그녀는 독립서점의 유무에 따라 여행지를 결정하는 ‘책방 탐방’을 즐긴다고 합니다. 책방 탐방을 하며 맛집도 해결한다는 대목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방 운영자로서의 반가움보다는 책방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농도 짙은 공감이었습니다.

 

책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능동적인 여가를 지향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북적이는 관광 명소 대신 취향에 맞는 공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주로 관광 명소를 중심으로 주변 맛집, 카페, 숙소를 검색해 찾아갔었는데 최근에는 ‘거리’나 ‘공간’이 주(主)가 되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앞서 언급한 배우 정소민 씨처럼 책방 마니아들은 여행지를 정할 때 책방이 있는 지역을 위주로 떠납니다.

독립출판물, 한 가지 특정 장르, 북스테이, 카페, 주류, 소품, 반려동물, 영화, 음악, 사진, 자연, 헌책 등 다양한 콘셉트를 내세운 동네 책방이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지역을 선택하는 묘미가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책방의 특성을 이해하고 방문한다면 책을 고르거나 공간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대형서점과는 달리 작은 동네 책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차분함 속에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정갈해집니다. 자발적 침묵을 선택한 사람들이 만드는 공간의 분위기. 물론 늘 조용한 것만은 아닙니다. 모든 소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적당한 온기를 유지하며 방문객들에게 책을 통한 수행과 여행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책방 탐방을 하면서 방문한 책방의 특성과 그곳에서 구매한 책을 기록하는 행위 역시 여행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요.

 

책방이 있는 거리

늘 만수시장 앞길로만 다니다가 어느 날 우연히 오래된 정취를 따라 뒷골목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카페, 술집, 음식점, 수선집, 미용실, 옷집 등 다양한 업종의 작은 가게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개성 있는 가게들이 허름한 건물과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더라고요. 낡은 건물은 그 자체로 멋을 풍기고요. 침체된 만수시장과 정반대의 풍경이었어요. 그러한 거리에 ‘만수시장 뒷골목 활성화에 일조’라는 거대한 포부를 담아 책방을 열게 되었죠. 그동안 만수시장과 뒷골목 이야기를 전하고자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만수시장을 처음 방문한 분들에게는 거리를 둘러보고 가시라고 권유해요.

호리베 아쓰시(일본에서 서점 운영)는 저서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에 아래와 같이 적었습니다.

 

'나는 이제 편집 서점을 운영하는 편집자로서의 시선을 서점 밖 지역으로 돌리려 한다. 이 거리의 사람들이 직접 꾸리는 작은 가게가 살아남으려면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업종을 초월해 거리에서 배우고, 거리와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서점을 비롯한 작은 가게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구절입니다. 주변 가게들과 교류하며 거리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함께 연구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통해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주변에 가볼 만한 가게가 있다는 건, 책방을 찾는 분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일 테니까요. 만약 이 거리에 책방만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다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책방과 거리를 즐김으로써 한 편의 여행이 완성되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로 여행이 조심스러운 시기이지만 이번 주말에 ‘멀리’가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책방과 거리에서 여유를 찾아보세요.

 

한때 옷집과 수선집이 즐비했던 만수시장. 역사를 간직한 가게들이 서서히 사라지거나 방치되어 있다.
한때 옷집과 수선집이 즐비했던 만수시장. 역사를 간직한 가게들이 서서히 사라지거나 방치되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