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으로 남은 송도의 물길 - 해안 친수공간 후보 0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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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으로 남은 송도의 물길 - 해안 친수공간 후보 0순위
  • 장정구
  • 승인 2021.01.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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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36) 송도 유수지와 아암도
송도 북측유수지와 아암도 일대
송도 북측유수지와 아암도 일대 지도

 

송도 북측유수지 갑문에서 인천대교 연결도로 아래를 지나면 송도달빛축제공원이 나오고 허리 높이 제방 너머로 갯벌이 펼쳐진다. 갯벌은 어떤 때는 물이 가득 잠긴 호수가 되기도 한다. 교각 사이로 저 멀리 청량산이 보이고 그 아래 소나무 군락이 보인다. 아암도다.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인 갯벌, 제방과 도로로 접근하기 어렵지만 인천다움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크고 작은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아암대로 뒤는 과거 송도유원지였다.

인천대교 연결도로
인천대교 연결도로. 아암도와 청량산이 보인다
아암도
아암도

‘인천도시관광㈜ 등 송도유원지 토지주, 도시계획시설(유원지) 해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인천뿐 아니라 수도권을 대표하는 유원지였던 송도유원지는 중고차 주차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송도해수욕장으로도 불렸던 곳으로 아암대로와 청량산 사이로 바닷물을 끌어들여 인공적으로 해수욕장을 조성했다. 수영장과 보트장 뿐만 아니라 동물원, 물썰매장, 텐트촌, 관람차 등이 있는 작지만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제방을 쌓고 모래를 인공적으로 깔아 만든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수문개폐식 해수욕장으로 월미도와 함께 일제강점기에 개장했다. 지금은 매립되어 그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많은 인천시민들 추억의 장소이다. 해안도로가 나고 매립되면서 썰물 때 드나들 수 있었던 아암도가 지금은 도로 옆 작은 공원이 되었다.

‘대규모의 공권력 동원과 통제로 헌법상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였으며, 국민기본권의 확립을 위해 항거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렀다’ -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 내용이다. 아암도는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1995년 11월 24일 아암도에 군인과 경찰 등 공권력과 용역이 투입되었다. 망루에서 농성하던, 아암도에서 노점하던 인천 장애인자립추진위원회 회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서였다. 며칠 후 농성에 참여했던 사람이 근처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상의와 신발이 벗겨진 채 두 손목이 밧줄에 묶여 있었고 얼굴 등 몸에는 상처와 피멍 자국이 있었다. 일방적으로 부검을 진행한 경찰은 익사로 발표했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결과까지 있었지만 진상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옛 송도유원지 인근 부지 토양오염 확인, 토양정밀조사결과 투명하게 공개해야’ -
인천의 매립지는 어디를 파도 쓰레기가 나온다, 토양이 오염되어 있다. 송도유원지와 주변지역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묻었다. 2020년에는 토지인도 소송 과정에서 옛 송도유원지 인근 인천도시공사가 소유하고 있는 부지의 토양오염이 확인되었다. 법원의 의뢰를 받아 한 대학교에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TPH, 납, 카드뮴, 니켈, 구리, 아연 등이 기준을 초과했다. 조사지점의 80% 이상, 시료의 절반 이상에서 오염이 확인되었다. 매립 이후 중고차 야적장으로 사용하면서 오염된 것일 수도 있지만 매립하는 과정에서 오염되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송도테마파크부지는 비위생쓰레기매립지였다. 발암물질인 벤젠, 비소의 오염까지 확인되어 생활폐기물뿐 아니라 산업폐기물 등 지정폐기물이 매립되었을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문학산 서쪽의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부지에서도 다량의 쓰레기와 석탄재가 확인되었다. 제철화학공정의 부산물로 적치되었던 폐석회 아래 1.5m 두께의 쓰레기 띠가 있다. 검은색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부엽토처럼 썩은 폐기물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비닐류에서 쓰레기임을 알 수 있다. 경인방송 사옥 옆은 폐석회 매립장으로 지금도 폐석회를 묻고 있다.

신국제여객터미널과 남항 사이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이다. 송도 석산 바로 앞까지 들어온 바닷물은 왼쪽으로는 인천환경공단 남항사업소 옆 학익유수지 갑문에 막히고 오른쪽으로는 아암도까지 흘러든다. 능허대 수문에서는 여전히 생활하수가 흘러들고, 갯벌에는 불법 칠게잡이 어구가 방치되어 있다. 해안가에는 해양쓰레기와 생활쓰레기가 넘쳐나지만 이곳은 분명 인천의 해안친수공간 후보 0순위이다. 제1경인(인천대로), 제2경인, 제3경인, 제2순환고속도로까지 아암도에서부터 학익유수지로 용현갯골까지 이어지는 수로는 4개의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물길이다.
과거 검은머리갈매기가 집단번식했던 8공구에는 아파트가 많이 솟았다. 그 옆 9공구는 부지조성공사가 한창이다. 2020년까지는 검은머리갈매기가 신국제여객터미널 한 켠에서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면 검은머리갈매기는 또 다른 둥지터를 찾아야 한다.  

갯벌에 방치된 불법 칠게잡이 어구
갯벌에 방치된 불법 칠게잡이 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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