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작가가 되는 곳, 작은 책방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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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작가가 되는 곳, 작은 책방으로 오세요
  • 김한솔이
  • 승인 2021.01.22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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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40) 친절한 작은 책방 주인 - 김한솔이 / 출판 스튜디오 '쓰는 하루' 대표
날씨가 좋아서 문을 활짝 열어두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문을 활짝 열어두었습니다

‘딸랑’ 정겨운 종소리가 울리면 책방에 손님이 찾아옵니다. 열심히 작업을 하다가도 책방 문이 열리면 차분히 일어나 가벼운 인사말을 건넵니다. 충분히 책방을 둘러볼 시간을 드리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총총 옆으로 찾아갑니다.

처음 오신 분에게는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책방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하고, 책 추천을 요청하는 손님에게는 취향을 묻고 추천 도서를 꼼꼼하게 소개하기도 합니다. 전시회를 보러 오신 분들에게는 전시 작가님 이력 안내와 짧은 그림 수다도 종종 나누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처음부터 여유 넘치는 책방 주인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 쓰는하루 책방 풍경
날씨가 좋은 날 쓰는하루 책방 풍경

친절하고 싶은 책방 주인의 실수

허겁지겁 문을 열었던 작년 겨울에는 손님이 오면 정신없이 일어나 카운터 앞에 바짝 서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고 책방을 찾아왔을까, 찾는 게 무엇일까,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혼자 전전긍긍하며 손님에게 부담의 눈빛을 쏘곤 했지요. 사람을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급하게 다가서기도 여러 번. 들어오자마자 황급히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을 만나면 착잡한 마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심리적 배려보다 제 마음만 앞섰던 때였습니다.

다섯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책방주인으로 살아보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의 표정과 발걸음만 봐도 다가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렴풋이 알아차립니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는 서점의 역할도 하지만, 때론 카페로 쓰이기도 하고 클래스가 열리기도 합니다. 또 두 달에 한 번씩 작가님들의 단독 전시를 진행하기에 방문하는 손님들도 제각각입니다.

조용히 혼자서 커피를 마시러 오시는 분인지, 책을 구경하러 왔는지, 또는 책방주인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지, 또 일부러 시간 내어 찾아왔는지 슬쩍 살펴보고 행동합니다. 어색하게 문을 여는 손님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며 “혹시라도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물어보세요!”라며 친절한 미소도 덧붙입니다. 덕분에 요즘에는 책방 주인을 보고 도망가는 손님 대신 기분 좋게 웃으며 떠나는 손님들이 많아졌답니다.

 

작은 책방을 찾는 사람들

책방에 드나드는 손님들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편리하고 깔끔한 대형 서점 대신에 작은 책방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다정(多情)합니다. 작은 책방들은 상권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기에 발품이 들고, 또 취급하는 도서들은 책방 주인의 취향과 협소한 책방 공간에 맞춰 한정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책방 손님들은 작은 대화에도 반가워하고, 소소한 순간에도 기뻐하며 응원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또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일부러 책을 더 주문하기도 하고, 오가며 힘내라며 간식과 꽃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다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한 격려를 받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다정한 손님들 덕분에 작은 책방은 오늘도 활기차게 문을 엽니다.

 

힘내라고 선물로 주신 꽃다발
힘내라고 선물로 주신 꽃다발

작은 책방이 아직 낯설다면

제2의 동네 책방 전성기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어색한 손님들이 많습니다. 밖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끝내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선 사람도 무수히 많고요. 들어가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선뜻 들어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문을 활짝 열어둡니다. 신기하게 그런 날에 새로운 손님이 많이 찾아옵니다. 책방 문과 함께 손님들의 마음의 문도 함께 열렸나 봅니다.

펑펑 내리는 눈도 좋지만, 꽃이 피고 볕이 따뜻한 날이 하루빨리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추위가 끝나면 책방 문을 더 오랫동안 열어둘 수 있으니까요. 작은 책방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작은 책방으로 찾아오세요. 부담스럽지 않게 손님과 적당히 거리감을 둘 줄 아는 친절한 주인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책방주인
손님을 기다리는 책방주인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전시회를 준비하는 책방주인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전시회를 준비하는 책방주인

 

누구나 작가가 되는 곳,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https://blog.naver.com/two_hs

@wrting_da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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