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동 집창촌(YH) 여성들, "불안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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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동 집창촌(YH) 여성들, "불안에 떤다"
  • 이혜정
  • 승인 2011.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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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성매매 집결지 근절' 단속 강화 - "생계 앗아간다" 반발


속칭 '옐로우 하우스'로 불리는 곳

취재 : 이혜정 기자

요즘 속칭 '옐로우 하우스'(집창촌)에 살고 있는 여성들은 몹시 불안하다. 언제 이곳이 헐릴지 모르는 데다 최근 들어 단속을 아주 강화해 더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집결지에 대한 집중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 남구 숭의동 집창촌 여성들이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이곳 관할인 남부경찰서에서는 단속강화 입장이 강경해 쉽게 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오전 1시경 숭의동 '옐로우 하우스'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경찰 단속에 항의하며 석유를 몸에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으나, 경찰 저지로 무산됐다. 이날 인근 지구대 경찰과 소방서 등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을 했으나, 다행히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숭의동 집결지에서 6년째 업소를 관리하는 박모(39)씨는 "숭의동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다른 지역 성매매 집결지와 달리 나이가 많은 여성, 자녀를 혼자 키우는 여성, 가족 병원비를 버는 여성 등 한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장들"이라며 "집결지 여성들의 현실적인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단속만 하는 건 이들보고 죽으라는 것과 같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당장 단속을 강화해 집결지를 없애지 않아도 곧 재개발로 자연스럽게 없어질 곳인데, 그 동안만이라도 생계마련을 위한 유예기간을 달라는 것 뿐"이라며 "재개발이 되더라도 이렇다 할 보상 대책 없이 생계수단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 운영자는 "최근 숭의동 집결지에 대한 남부경찰서의 단속강화로 인근 송림동과 용현동 등 다른 성매매 집결지로 성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서장이 바뀌면 정책이라며 다른 집결지는 단속을 하지 않고 왜 숭의동 집결지 단속에만 급급한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대책 없는 강경단속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과연 집결지를 단속한다고  해서 성매매 행위가 근절되겠느냐는 푸념을 털어놓는다.  

이들이 과격 행동을 하게 된 것은 경찰의 '경고' 때문이다. 남부경찰서는 얼마 전 '숭의동 집결지 영업근절을 위한 업주와의 간담회'를 열고 "인천 유일의 집결지인 숭의동 옐로 하우스 영업을 근절하겠다"면서 "불법 영업을 지속할 때에는 행정·사법기관의 강한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고 업주들에게 말하고 곧바로 업종폐쇄 및 영업중단 거부 업소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다.

남부경찰서는 간담회 자리에서 업주들에게 자진영업포기를 할 수 있도록 경찰서장 명의 서한문을 전달했다.

남부서 관계자는 "재개발로 건물이 폐쇄될 때까지 단속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불법영업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면서 "끝까지 영업을 포기하지 않는 업주와 건물주에 대해선 엄중 처벌을 내릴 수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숭의동 집결지 여성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반면 당국은 재개발 이전 숭의동 집결지 영업근절을 위해 집중단속을 하겠다는 태세다. 이렇듯 숭의동 집결지 관련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숭의동 일대(3만3천850㎡)는 지난 2009년 재개발조합이 설립된 이후 지난해 9월 시행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해 기존 계획이 변경(평형 변경)되면서 이달 초 시행변경인가 신청이 남구청에 접수된 상태이다. 그렇게 되면 각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가 진행되고 내년 하반기 쯤 철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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