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 협의 또 협의만... 16년째 표류하는 연안, 항운아파트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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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 협의 또 협의만... 16년째 표류하는 연안, 항운아파트 이주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2.09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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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인천해수청 간 토지교환 협의 16년째 헛바퀴
송도 이주부지와 북항 교환부지 가격 차이가 쟁점
2018년부터 토지가격 산정방식 두고 3년 줄다리기
감정평가 방식으로 의견 모은 후 반영 시점 놓고 또 이견
중구 항동에 있는 연안아파트 전경

인천 중구 남항 인근 연안아파트와 항운아파트를 연수구 송도 아암물류단지로 옮기는 사업이 16년째 표류하고 있다. 

인천시는 관련 기관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이주 부지 마련을 위한 토지 교환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토지 가격 차이’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해결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정부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자로 나섰고, 다섯 차례에 걸친 조정을 거치면서 토지가격 산정 방법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듯 했다.

하지만 또 다시 토지가격 산정(반영) 시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두 아파트 이주가 언제쯤 이루어질지 요원한 상황이다.

중구 신흥동 소재 항운아파트 전경

■ 10년만에 찾은 해결책, 1년만에 물거품

인천 중구 남항 인근에 자리한 항운아파트(신흥동3가 53)와 연안아파트(항동7가 91-2)는 각각 1983년, 1985년에 지어졌다.

이후 석탄·모래 부두 등 물류 및 항만시설, 공장 등이 아파트 인근에 속속 들어섰고, 이로인해 두 아파트 입주민 1,275가구는 지난 2001년부터 항만과 화물차에서 배출되는 소음·분진·매연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해 왔다.

이에 지난 2006년 인천시는 당초 항만배후단지로 개발할 예정이었던 송도 준설토매립지(국유지, 현 송도9공구 아암물류 2단지) 일부를 주상복합용지로 조성해 기존 항운·연안아파트 부지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이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토지 가격 등에 대한 시와 해수부의 의견 차이로 사업은 2016년 2월까지 10년간이나 계속 미뤄져 왔다.

사업이 계속 지체되는 것을 우려한 시는 지난 2016년 아암물류 2단지를 개발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한 후 시와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 창출한 개발이익금을 활용해 항운, 연안아파트 이주사업도 동시 추진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해수부와 극적으로 체결했다.

하지만 당시 단독으로 사업 참여를 희망한 ㈜한양이 이듬해 진행된 해수부의 사업계획서 평가에서 탈락해 10년만에 겨우 실마리가 마련된 사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다시 표류하게 됐다.

연안아파트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물류단지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 토지 가격 산출방식 놓고 3년간 헛바퀴

이후 시는 지난 2018년 2월부터는 해수부 소유 아암물류 2단지 일원 5개 필지(5만4,550㎡)와 인천시 소유 북항 인근 23개 필지(5만970㎡)를 맞바꾸는 내용의 토지교환 협의를 인천해수청과 진행하고 있다.

일단 북항토지와 송도 이주부지를 교환해 시유지로 만들고, 이후 이주부지와 항운·연안아파트 부지를 맞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은 지난해 말까지 토지가격 산정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는 관련 법에 따라 공시지가 기준으로 토지가를 산출·교환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인천해수청은 이주 부지가 국유지이기 때문에 국유재산법상 감정평가액(실거래가)을 기준으로 토지를 교환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입장차가 2년이 넘게 계속된 것은 산정방식에 따라 토지가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북항 부지와 송도 이주부지의 공시지가는 거의 비슷한 가운데서도 북항 부지가 다소 높지만, 감정평가액(실거래가)으로 추산할 경우에는 이주 부지의 가격이 약 1.000억원 이상 높게 추산됐다. (북항 부지 1,100억원, 송도 이주부지 1,800억~2,200억원)

시는 항운, 연안아파트 이주 사업에 자체 예산을 투입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예산 마련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다른 아파트 주민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주 아파트 주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모두 떠넘길 수도 없다. 이것이 시가 줄곧 공지지가식 토지가 산출 방안을 요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인천해수청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면 매각 과정에서 국유재산 손실이 발생하는 데다, 이 사업이 향후 항만 인근 주거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슷한 민원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토지 교환은 감정평가액이 비슷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연안, 항운아파트 부지 및 이주 예정부지 위치도

■ 권익위 조정만 4차례... 시, 해수청 번갈아가며 거절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자 항운·연안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2018년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고, 같은 해 8월부터 권익위가 중재자로 나섰다.

권익위는 북항 부지와 송도 이주부지를 감정평가 방식으로 교환하라는 조정안을 지난 2019년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제시했으나, 시의 반대로 실제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따라 권익위는 시의 입장을 조금 더 반영해 ‘조건부 감정평가’ 방식으로 토지가를 산출해 교환하라는 4차 조정안을 지난해 3월에 내놓았다.

당시 권익위는 감정평가 과정에서 △이주부지 주변이 미개발지대이며 물류단지와 인접했다는 점 △이주부지는 항운, 연안아파트 주민 외에 매수할 수 없다는 점 △이주 부지 인근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제안 과정서 항운, 연안아파트 주민들이 지불한 용역비용 배제 등의 조건을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또 이주부지와 항운, 연안아파트 부지도 감정평가액으로 교환하고, 이주부지의 토지가가 현 항운, 연안아파트 부지의 토지가보다 높을 경우 그 차액을 조합이 시에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 차액을 요구치 말라고 덧붙였다.

시는 이렇게 되면 이주부지와 북항 부지의 감정평가액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찬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천해수청이 권익위 권고 조건을 적용할 경우 송도부지의 가격이 약 1,000억원이나 하락한다며 거절했다.

시와 인천해수청이 번갈아가며 거절 의사를 밝히자 권익위는 북항 부지와 이주부지의 토지가(감정평가액)를 다시 정확하게 산출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이에따라 지난해 8월부터 시와 인천해수청의 공동 토지감정평가가 실시됐다.

연안, 항운아파트 주변을 촬영한 항공뷰. 인근에 공장과 물류창고 등이 빽빽히 조성돼 있다.

■ 가격산정 방식 어렵게 합의한 후 산정 시점에 발목

시와 인천해수청은 공동 토지감정평가를 거쳐 권익위의 5번째 조정안이 나온 작년 10월이 돼서야 ‘감정평가’ 방식으로 토지가를 산출해 맞교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해수청과 공동 진행한 토지감정평가 결과 북항 18개 필지(기존 23개 필지서 도로 필지 5개 제외)의 감정평가액은 기존 평가 때와 동일한 1,100억원 상당이었으나, 이주부지의 감정평가액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부지 1개 필지 금액만 주민들이 부담하면 토지 교환이 가능해진 수준이어서 3년 동안 평행선을 달렸던 토지교환 협의가 진전되는 듯 했으나 이번에는 양측이 감정평가액 반영 시점을 두고 이견을 보여 협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는 권익위의 5차 조정안이 나온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한 감정평가액이 반영되야 한다는 입장이나 인천해수청은 해수부가 북항 부지의 사용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북항 부지 사용계획 수립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으로 인천해수청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언제일지 모르는 사용계획 수립 시점까지 토지 교환 절차를 멈출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사용계획 수립 시점에는 토지평가액이 또 달라져 3년 동안 이어온 산정 방식 논의가 또 다시 되풀이 될 수도 있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 4일 인천 연수구 미추홀타워에서 인천시 및 인천해수청 관계자, 항운아파트 및 연안아파트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권익위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책회의를 한 차례 더 진행한 후 조정회의를 다시 개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의 입장 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고, 두 아파트 주민들의 이주가 언제쯤 이루어질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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