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을 잇자, 수문과 갑문 위를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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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잇자, 수문과 갑문 위를 걷자
  • 장정구
  • 승인 2021.0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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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37) 해양 친수공간과 아라뱃길

 

아라뱃길 수문에서 바라본 갯벌과 영종대교

 

“ 지난해 6월 자전거를 새로 바꿔 지금까지 2만킬로를 탔어요”
“ 저는 하루에 평균 100킬로미터씩 날마다 자전거를 탑니다”

아직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수십명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벤치와 거치대, 자전거 도로지도 현황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있다.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풍경이다. 곧게 뻗은 자전거도로를 따라 자전거들이 연신 줄지어 들어온다. 화려한 색감부터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전용 복장 특히 두툼한 패드가 부착된 바지를 입고 늘 닦고 조이고 잘 관리하는 듯 윤이 나고 한 손으로도 거뜬하게 들 수 있을 것 같은 MTB 자전거들이다.

2021년 2월 휴일,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의 상공에는 갈매기 대여섯 마리가 날고, 수면에는 흰죽지, 물닭, 청둥오리 등 물새 수십마리가 한가롭다. 부두에 접안한 배는 3척이다. 인천경찰 아라뱃길경찰대 선박,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하버페트롤 선박 그리고 쓰레기 수거용으로 보이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배까지. 얼마 전 아라뱃길 시천교에 2미터가 넘는 자살 예방 난간에 설치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아라뱃길 터미널에는 경찰과 119구조대 선박만 늘 출동대기중이다.

인천터미널 남측에는 100년 숲이 두 군데 있다. 주운수로가 시작되는 곳, 2016년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했다는 미루나무 동산은 풀이 무성하다. 수문 옆 2015년 3월 인천시민들과 함께 조성했다는 소나무 숲 역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아라뱃길 수향2경을 자랑했던 아라빛섬은 위험지대라며 ‘접근금지’ 노란 줄이 입구마다 가로질러있다. 서해의 섬을 표현했다는 아라빛섬은 데크는 파손되고 해송숲은 온데간데 없이 폐허가 된 지 오래다. 습지 한 켠 ‘우리나라 전통 목선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한선(韓船)제작 경험이 60년이 넘는 배 목수가 제작했다’는 황포돛배의 신세도 처량하다.

지금 인천시는 해양친수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민선7기 시정부는 해양친수과를 신설했고 시민들에게 바다를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바다와 시민들의 잇기 위해서 철책을 제거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하겠단다. 지금의 인천 해안가는 어디를 둘러봐도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양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질 않다. 북항, 내항, 남항, 신항 등 항만시설과 서인천, 신인천, 인천화력, 포스코파워 등 발전소, 바다모래부두과 시멘트공장, LNG생산기지와 송유관, 동국제강, 현대제철, 선창산업과 대성목재 등 산업시설 등. 낡은 철책과 높은 제방 외에도 시민들이 바다로 향하는 것을 가로막는 시설이 많다.

접근 금지된 아라빛섬

‘실패가 예견되었던 아라뱃길, 진정성 있는 반성과 재발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주운(舟運)에서 시민 여가 및 친수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2021년 1월 12일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는 환경부 장관에게 정책권고문을 전달했다. 경인아라뱃길은 정책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경제성 분석은 고무줄이었고 감사결과에 따라 수십년간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4대강사업의 MB가 강행하면서 2조7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경인운하사업 정책결정의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환경영향평가 주무부서인 환경부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다른 개발사업처럼 지역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정치권, 토건세력이 한뜻이 되면서 과학적 검토나 사회적 합의 과정은 무시되었다.

공론화위원회는 아라뱃길과 같은 실패한 국책사업이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현재의 항만 중심 시설을 시민 여가 및 친수 문화 공간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수질을 현재의 4~5등급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2등급까지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운하였던 아라뱃길의 주운기능은 야간에만 유지하고 화물수송 실적을 모니터링하여 빠른 시일내에 주운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관행혁신위원회에 이어 환경부 공론화위원회도 경인운하의 실패를 인정하고 기능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아라뱃길, 어떻게 활용할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었던 것이 해양친수공간이다.

아라뱃길, 만석부두와 화수부두, 북성포구와 내항, 연안부두와 국제여객터미널, 소래포구까지. 해양과 하천, 포구와 부두 그리고 수문과 갑문. 갑문과 수문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의 중요한 해양친수공간이다. 개통 10년 경인아라뱃길의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 물류국제항으로는 실패했지만 해양친수공간으로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지금은 인공물길로 단절되어 멀리 고가도로로 돌아가야 한다. 인천터미널 북측은 물류창고와 자동차부두로 사람들에겐 닫힌 공간이다. 세어도행 정서진호 임시선착장도 잠깐을 제외하고 굳게 닫혀있다. 한강 갑문처럼 얼마든지 자유롭게 자전거도 사람들도 넘나들 수 있다. 닫힌 공간을 열고 해안선을 잇자. 바다와 시민을 잇고 해안선을 잇기 위해 수문과 갑문 위를 걷자.

배 없는 뱃길, 경인운하, 아라뱃길이 또 기로에 섰다.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전환은 지금부터이다.

 

수향2경이었던 아라빛섬은 폐허가 된 지 오래다
아라뱃길 인천터미널 북측의 오토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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