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겐 착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DNA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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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착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DNA가 있다.
  • 유병옥
  • 승인 2021.02.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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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유병옥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회원

내가 졸업한 OO여자고등학교 총동창회에서는 2017년 3월 동창회 안에 장학위원회를 설치하고 모교 재학생들에게 줄 장학기금을 모금하기로 하였다. 목표액은 5억 원으로 정하고, 약 3~4년의 기간 동안 모금하는 것을 골자로 여려가지 세부사항들을 협의한 후 모금을 시작하였다. 과연 모금이 잘 될 수 있을까? 동창회 임원들이 걱정하였으나 생각 밖으로 모금을 시작한 지 9개월만인 2017년 12월에 목표액을 달성하였다. 모금에 동참한 동문은 총 381명, 총금액은 5억 510만 원이었다. 모금에 동참해 준 회원 중에는 여러 가지로 형편이 여의치 못한 가운데서도 성의껏 뜻을 표한 동문도 많이 있었는데 그중 잊지 못할 한 후배가 있다.

동기동창들 사이에서 좋은 친구로 알려져 있던 56회 OOO동문은 그 당시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문병을 가면 자기도 동참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당시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던 그녀의 남편은 부인 이름으로 장학기금을 후원해 주었다. 그 후로도 그녀의 남편은 부인 이름으로 매년 동창회 이사회비로 100,000원씩 꼬박꼬박 납부해 주었다.

장학기금 모금 목표액을 조기에 달성하였다는 일은 5억 원의 이상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우리 동문들이 합심하면 어떤 것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고, 회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연말연시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범국민 모금운동본부에서는 2020년 목표액을 3,268억 원(2020년 12월 1일~2021년 1월 31)으로 하고 이를 17개 시·도에서 나누어 모금 운동을 했다. 각 시, 도에서는 중심가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워 모금액이 목표액의 1%가 될 때마다 온도가 1도씩 올라가고 목표가 달성되면 온도 탑의 온도는 100도를 가리키게 하여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기부 방법은 ARS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한 번에 2,000원씩을 기부할 수도 있고 톨게이트나 지하철 등에 비치된 사랑의 열매 모금함과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 온라인 계좌를 통해서도 이웃돕기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는(2020년) 목표액을 3,268억 원으로 정하고 모금 운동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든 경제 사정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캠페인이 시작된 지 55일 만에 3,110억 원(약 95%)이 모금되어 마감일까지는 무난히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었다. 특히 광주광역시는 50억 원을 목표로 했는데 2021년 1월 말까지 67억2,000만 원이 모금되어 광주시의 사랑의 온도탑은 131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의무나 강요가 아니어도 스스로 선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성품이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요즈음 동아일보에서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환생(環生) : 삶을 나눈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의 장기기증 현황을 다루는 내용의 기사를 연재로 보도하고 있다.

병이 깊어 더는 손을 쓸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장기이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만 3,182명(2020년 기준)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한 해에 오직 478명만이 장기이식으로 사람들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다. 금년(2021년) 2월 17일 TV 뉴스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이 이식을 위하여 기다려야 하는 기간은 평균 6년이라고 한다.

2019년 일곱 명에게 생명을 나누어주고 간 홍준(가명. 당시 일곱 살) 이의 아버지는 홍준이의 심장을 이식받아 건강해진 현우(가명)의 심전도 그래프와 심장 초음파 영상을 현우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초음파 영상이 담긴 액자를 꺼내기도 전에 눈물이 차오른 홍준이 아버지는 홍준이 덕에 일곱 명이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됐다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많은 위로가 된다고 하였다. 홍준이가 떠난 지 일 년이 되도록 한 번도 장기 기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하였다. 뇌사판정을 받은 유족들이 뇌사자의 장기기증을 결심하기까지의 아픈 심정을 생각한다면 그들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영웅이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 맹자(孟子)는 선(善)은 인간의 의식을 초월해 그 밑바닥에 흐르는 ‘성(性)’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하며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였다. 필자 역시 사람의 인성에는 누구에게나 선을 행하려는 인자가 들어있다고 믿고 싶다. 비단 모금 운동이나 장기기증이 아니어도 누구나의 인성에 선을 행하고 싶어 하는 인자가 들어있음을 떠올린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도 웬지 좀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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