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용기의 배신 - 역회수, 재활용, 리필 체계로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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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용기의 배신 - 역회수, 재활용, 리필 체계로 바로 잡아야
  • 인천녹색연합 과포화모임
  • 승인 2021.03.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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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재활용될 것으로 믿어왔던 쓰레기의 배신]
① 예쁜 쓰레기, 화장품 용기

알맹이 보다 몇배의 부피, 질량을 차지하는 과포장 상품들이 브레이크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재활용도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비대면 생활이 장기화 되며 포장용기의 사용이 증가했다. 인천in은 인천녹색연합 '과포화모임' 과 함께 '자원순환'이라는 절실한 현안 앞에 놓여진 과대포장, 재활용의 문제들을 5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한다.

<게재순서>

(1) 예쁜 쓰레기, 화장품 용기 (2)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종이컵 (3) 종이팩 (4) 영수증(감열지) (5) 배달용기

 

플라스틱이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용기가 투명한 단일 재질로 이루어져 있어야 하고 내부를 깨끗하게 세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중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는 몇 개 인지 생각해 보자.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화장품 용기는 다양한 색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금속, 여러 가지 플라스틱 재질들, 유리 등이 섞여 있는 복합재질로 이루어져 있고 입구가 좁아 세척이 어렵다. 그런데 화장품 용기를 살펴보면 분리배출 마크가 표시되어 있어 소비자들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화장품 용기를 분리배출한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화장품 용기에는 왜 분리배출 마크가 붙어있을까?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는 오는 3월 24일부터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에 따라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환경부와 조건부 협약을 맺어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협약의 조건은 생산자가 포장재 자체 회수 체계를 갖춰 포장재 회수율이 2023년까지 15%,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70%를 충족할 수 있다고 환경부 장관이 인정한 경우이다. 하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는 화장품 용기를 회수하기만 한다고 해서 화장품 용기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화장품 용기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재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화장품 용기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용도와 기능에 따라 다양한 재질이 사용되고 마케팅을 위해 화려한 색과 디자인이 첨가되어 소비자가 분리배출 하여 버리더라도 재활용되지 않는다. 또한 구조와 재질이 단순한 샴푸, 린스, 바디워시와 같은 제품군은 제품의 색과 광택을 위해 글리콜 변성수지가 첨가된 PET-G를 사용하는데 이 소재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용기에는 PET로 분리배출 마크가 표기되어 소비자들은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착각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화장품 용기가 재활용이 가능해지려면 용기는 재활용이 잘 되는 단일 재질로 제작하고 소비자들이 분리배출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재활용이 되지 않지만 새겨져 있는 분리배출 마크
재활용이 되지 않지만 새겨져 있는 분리배출 마크

두 번째로 화장품 용기를 역회수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와 같은 부피가 크고 구조가 단순한 용기는 재질 개선을 통해 기존의 분리수거 체계에서 재활용이 되도록 하고, 부피가 작고 구조가 다양한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 재활용 선별장에서 선별 작업 시에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화장품 기업에서 책임지고 용기를 역회수해야한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소비 채널에서 화장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화장품 용기 반납도 다양한 채널에서 쉽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화장품 브랜드 매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다루는 H&B스토어, 대형마트 등에서도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야 한다. 더불어 화장품 용기가 역회수 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수된 화장품 용기는 또 다른 화장품 용기로 재활용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화장품 용기를 재사용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사용한 물건을 세척, 소독하여 다시 사용하는 ‘재사용’은 공정을 거쳐 다시 새로운 물품을 만드는 ‘재활용’보다 에너지와 환경의 부담을 절약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이다. 작년부터 서울 망원의 알맹상점을 비롯해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가져와 화장품을 담아갈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이 전국에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리필스테이션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리필스테이션에서 판매가 가능한 대용량의 화장품이 다양한 품목에서 개발되어야 하고 용기를 재사용하기 위한 세척, 소독이 쉬운 용기가 보급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화장품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일정 수준의 위생 교육 이수 의무화 등으로 조건을 변경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알맹상점과 같은 리필스테이션에서는 개인 용기를 가져와서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알맹상점과 같은 리필스테이션에서는 개인 용기를 가져와서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다.

2월 25일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 앞에서는 화장품 용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에서는 시민들이 어떠한 대가도 없이 자발적으로 모아준 8,000여개의 화장품 용기가 함께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빌미로 화장품 용기의 개선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8,000여개의 화장품 용기로 지속가능한 화장품 용기 사용의 니즈를 보여주었다. 화장품 기업과 환경부는 화장품 용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과포화는 '과대포장에 화가난 소비자'의 줄임말로, 과대포장과 쓰레기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생겨난 시민 모임이다. 2020년에는 과대포장과 명절 선물세트 등 물품 포장 현황을 모니터링하여 문제점을 알렸다. 2021년에는 정기적으로 쓰레기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시민들이 생각하는 쓰레기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갈 예정이다.

▶ 시민들이 모은 8,000여개의 화장품 공용기. 기업과 환경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모은 8,000여개의 화장품 공용기. 기업과 환경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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