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를 차별하는 미국 - 차별을 말할 우리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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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를 차별하는 미국 - 차별을 말할 우리의 자격
  • 전영우
  • 승인 2021.03.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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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66) 미국에서의 차별, 한국에서의 차별

 

영화 미나리
영화 미나리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많은 상을 수상하며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제작된 미국 영화이지만, 교포 감독이 풀어놓은 한국적 가족 이야기이기에 국내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한국적 정체성을 가진 영화가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미국인이 제작한 영화인데 대사가 거의 한국어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인해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비판도 볼 수있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인데, 미국인이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가 대사가 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된 것에 대한 미국 사회 내부의 비판이 있었고, 한국 언론에서도 비판적 견해를 밝힌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은 동양인 배우와 캐릭터가 미국 영화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차별을 받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미국 주류 백인들이 갖고 있는 정형화된 이미지로 아시아인들이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미국 영화에 등장하는 아시아인들은 대체로 그런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 비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더 많이 진출하고, 특히 영화계에도 최근 들어 주목할 만한 아시아계의 약진이 있었기에 이런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카데미상이 너무 백인에게 치우쳐있다는 비판은 특히 최근 들어 활발하게 일어났고 2015년 이후에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기에, 이런 차별은 느리지만 해소되고 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주요 상을 수상한 것은 그런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미국에서 전개되는 이런 건전한 비판을 보며, 문득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게 된다. 미국에서 한국 영화가 받고 있는 차별에 대해 얘기하면서 정작 우리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는 둔감하다. 이미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된지 오래고, 다문화가정에 관한 이야기는 매스미디어의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우리 미디어가 이들을 묘사하는 시각은 지극히 차별적이다. 마치 미국 미디어가 아시아계를 소비하는 시각처럼 한국 미디어도 전형적인 한국인이 갖고 있는 정형화된 시각으로 이들을 소비한다.

예컨대 조선족 동포에 대한 미디어의 묘사는 결코 긍정적이거나 객관적 시각을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각은 아예 양 극단으로 나뉘어 묘사된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와, 주로 영어 강사로 일하는 서양 백인계통 외국인 노동자는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다루어진다. 가난한 나라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와서 힘든 노동일을 하는 이미지가 대부분의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부여된 이미지이고, 똑같은 외국인 노동자이지만 백인은 선진국에서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러 온 우월한 존재로 다루어진다.

우리는 기생충이나 미나리를 보며 미국 사회의 차별을 말하고 있지만, 지독한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선족을 잠재적 범죄 집단이라는 인식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미디어 콘텐츠는 너무 보편적이어서 어떠한 문제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다. 다문화가정을 다루는 미디어의 시각은 또 어떠한가. 한국의 중년 남자에게 시집온 가난한 아시아 국가 출신 젊은 처녀 새댁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차별에 대해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서 전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왜곡된 시각은 하루 속히 고쳐져야 한다. 오랜 세월 우리끼리만 서로 부대끼고 살아왔기에, 다른 문화권 출신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부각되는 현실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250만이 넘었고,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 이미 한국은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기에 외국인과 외국 문화에 대한 이런 차별적인 시각은 빨리 바뀌어야 한다.

다문화 정책은 외국 출신 구성원들에게 한국 문화를 주입시켜 적응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다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적응하도록 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미디어도 그런 차원에서 하루 속히 다문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고, 문제의식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던 차별을 인식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그래야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이 받는 차별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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