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고등학교 이전과 구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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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고등학교 이전과 구도심
  • 전영우
  • 승인 2021.03.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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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67) 구도심의 매력을 창조할 방법은

 

인천 토박이이자 중구에 한없는 애착을 가진 중구 주민이다. 중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제물포고등학교 이전 문제에 대한 생각이 없을 수 없다. 제고는 인천 중구의 상징 같은 존재이고, 그런 오래된 도심의 상징이 떠난다고 하니 우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중구에 거주하며 피부로 느끼는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제고 이전을 반대할 적당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 

학교는 학생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그러므로 학생이 있는 곳에 학교가 있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다. 중구 일대의 학생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학생이 없으니 학생이 있는 곳으로 학교가 옮겨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실제로 옮겨간 학교도 많다. 제물포고등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 사실 제고의 이전은 시간문제였다. 오히려 제고의 상징성으로 인해 지역 여론 눈치를 살피다가 이전 결정이 한참 늦어진 측면이 강하다.

중구 구도심 일대는 이미 거주지로서의 기능을 많이 상실했다. 아파트가 밀집된 신도시로 사람들은 이주해갔고, 비단 중구뿐 아니라 동구, 미추홀구 등의 구도심은 특히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에게 외면당한지 오래다. 이미 오래전에 이런 현상이 시작되었고 학생 숫자는 나날이 줄어들고, 이러다가 구도심에 자리 잡은 학교의 학생들은 모두 먼 곳에서 통학해 와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제물포고등학교의 이전 결정이 발표되고 나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보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구도심이 갖고 있는 문제를 깊이 분석하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학생이 없으니 학교가 떠나고, 학교가 없으니 자녀가 있는 집이 이사를 오지 않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창조적 대안과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시점이 아닐까. 

교육청에서는 제고 이전 대안으로 제고 부지에 교육복합단지 조성 계획을 들고 나왔는데, 그다지 창의적이지도 않고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것 같지도 않은 계획이다. 교육청의 성격상 내놓을 수 있는 사업이 지극히 제한적이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럽고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구도심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 보다 더 깊은 연구와 분석을 통해 참신한 계획을 세워주기를 희망한다. 

예컨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복고풍이 유행을 타면서 중구 일대의 상권이 살아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불어 중구 특히 개항장 문화지구 일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에 빠진 젊은이들이 오래된 집을 구매하고 고쳐서 이사를 들어오는 것도 근래에 볼 수 있는 변화이다. 근대 건축물이 즐비하고 세월이 켜켜이 쌓인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주택들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천 중구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획일적 아파트에 식상한 젊은이들이 그런 매력을 찾아 중구로 이사 오고 있는 것이고, 이런 현상을 심도있게 분석하여 떠난 인구가 중구를 다시 찾아 들어오게 만드는 창조적 방법을 찾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무작정 떠나가는 학교를 붙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러려면 정말로 창조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복합단지 같은 구태의연한 탁상공론 말고, 정말로 이사 와서 자녀 키우고 살고 싶어할 만한 그런 동인을 찾아내고 만들어서 성공시킨다면, 떠나갔던 학교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구로 이사 온 젊은이들을 찾아가서 무엇이 그들을 중구로 이끌었는지 그 매력을 철저히 알아보고 분석하고, 이들이 앞으로 중구를 떠나지 않고 자녀를 키우며 머물러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중구로 이사 오고 만들 매력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분석하는 연구를 관계기관에서 조속히 그리고 심도있게 추진해서, 근본적인 구도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그럴려면 무엇보다 우선, 뻔한 기관에서 뻔한 연구자가 작성하는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가 아닌, 정말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창조적인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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