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고 이전 논란 - 도심 공동화 · 교육 불평등 요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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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고 이전 논란 - 도심 공동화 · 교육 불평등 요인인가?
  • 윤종환·서예림 기자
  • 승인 2021.03.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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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인천시교육청, 인천교육복합단지 조성 및 제물포고 이전 계획 발표
국회의원, 시의원 등 정치인 및 일부 교육단체 반대 목소리, 논란 일어
"이전하면 원도심 공동화 가속"↔"교육복합단지 조성으로 전화위복"
제물포고등학교 전경
제물포고등학교 전경

인천 중구 전동에 있는 제물포고등학교의 송도국제도시 이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제물포고 학교 자리에 교육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제물포고는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후 지역 정치인들 및 일부 교육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기자회견을 갖고 '인천교육복합단지 조성 및 제물포고 이전 추진 계획'을 공개하자 제물포고를 선거구 안에 두고 있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이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병배 시의원(중구 1선거구)은 지난 22일 시의회 임시회 시정질의에서 제물포고 이전에 반대한다며 도성훈 교육감과 설전을 벌였고,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등 일부 교육단체도 성명 등을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 정치인 및 교육단체가 제물포고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원도심 학교 이전이 학령 자녀를 둔 세대의 이주를 유발해 원도심의 공동화를 가속화하고 원도심과 구도심 간의 교육불평등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반면 인천시교육청은 원도심 학령인구 감소로 제물포고의 학생 수가 계속 줄어 학교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이고 교육복합단지가 조성되면 진로교육원, 남부교육지원청, 교육연수원분원 등이 들어서 오히려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어느쪽 말이 맞는지 사실 관게를 짚어본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인천교육단지 조성 및 제물포고 이전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인천교육단지 조성 및 제물포고 이전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주변 상권 침체 및 원도심 공동화 가속화하나

반대 측은 학교가 이전하면 학령 자녀를 둔 가구도 유출돼 도심 인구가 감소하는 공동화가 가속화하고 이로인해 지역경제는 더욱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교육청은 인천교육복합단지의 이용(사용) 인원이 학교 이용 인원보다 훨씬 많아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제물포고에는 22학급 426명(학급당 평균 19.9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며, 교직원 수는 64명이다. 이들이 학교 건물을 연 평균 300일 동안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용(사용) 연인원은 약 15만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준으로 시교육청이 추산한 인천교육복합단지 이용인원은 연간 114만명이다.

시설별로는 △남부교육지원청 7만5천명 △진로교육원 15만명 △교육연수원 분원 2만3천명 △(가칭)인천 지혜의 숲 87만명 △상상공유캠퍼스 2만6천명 등이다.

단순 비교하면 현재 학교 이용 인원보다 7.6배 많은 숫자다. 한 때 2천명이 넘던 전교생 수가 2016년엔 500명대, 2019년부턴 400명대(올해 신입생 143명)에 머무르는 등 제물포고 학생 수 감소가 뚜렷해 해가 갈수록 이용 인원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 측은 학령 자녀를 둔 1가구가 유출되면 인구 3~4명이 빠져나가는 것이어서 파급효과가 시교육청의 단순한 이용 인원 추산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이에대해 시교육청은 교육복합단지 이용 인원이 7배 이상 많은 데다 교육복합단지의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학교 이전으로 인한 인구 유출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물포고 주변 및 동인천역 인근 상가에서 만나본 상인들은 업종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무상급식으로 학생 손님 수가 줄어 학교가 이전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인천교육복합단지 구성 배치도
인천교육복합단지 구상 배치도

 

■ 교육환경 악화 및 과밀학급 초래되나

반대 측은 잇따른 원도심 학교 이전으로 원도심과 신도심간 교육 환경의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물포고가 이전하면 중구 소재 인문계 고등학교는 광성고 한 곳만 남게 된다. 중앙시장 재개발 등으로 학령 인구가 다시 늘면 학교 부족 및 과밀학급 문제가 발생해 교육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구 소재 인천여고와 동구 소재 대건고, 박문여중·고가 연수구로 이전했고, 박문여중 이전으로 동구 여중생들은 인근 미추홀구 인화여중 등으로 진학하고 있다.

반면 시교육청은 학생 수가 증가하더라도 중·동·미추홀구에 있는 인근 3개 고교에서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동·미추홀구에는 광성고(중구 도원동), 동산고(동구 송림동), 선인고(미추홀구 도화동) 등 3개 남고가 있다. 각 학교의 전교생 수는 456~532명, 학급 수는 22~25개, 학급당 평균 인원은 20.6~21.3명으로 3개 학교의 빈 교실 수가 20개나 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물포고를 포함해 중·동·미추홀구 소재 4개 남고는 모두 시교육청이 정한 ‘학교 적정 규모’(전교생 450~1,260명, 18~36학급, 학급당 평균 인원 25~35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송림1·2지구, 금송지구 재개발사업 등 향후 5년간 중·동구에서 진행될 개발 계획을 고려한 중·동구의 학생 유발률(거주 가구당 학생 수)을 살펴보면 새로 유입되는 초등생 수는 약 3,400명(2만6천세대)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입 고교생의 경우 초등생 수의 40%인 약 1,350명, 남고생만 따지면 약 675명 수준이다.

시교육청은 오는 2026년엔 광성·동산·선인고 3개 고교의 여유 학급이 26~28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시개발로 약 700여명의 남고생들이 새로 유입되더라도 3개 학교가 학급당 28명씩 모두 25학급만 신설하면 수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잎으로 중·동구 원도심의 재개발이 활성화 돼 유입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원도심 인구감소 추세 및 재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 교육청의 주장이 더 설득력있게 와닿는다.

시교육청은 현재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학급 당 평균 인원은 30명대 후반에서 40명대 초반인 반면 중·동구지역은 학급 당 평균 인원이 약 20명 정도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제물포고(인천교육복합단지 조성 예정지) 인근에 위치한 주요시설 위치도 

 

■ 명문고의 부활 가능한가

제물포고가 사회 각계에 걸쳐 많은 인사를 배출한 명문고였다는 점도 이전 반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물포고 이전과 관련한 논의는 지난 2003년, 2011년에도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명문고를 이전하기 보다는 현재 자리에서 명성을 되찾기 위한 대안을 찾자’는 주장과 함께 '명문고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어 교육 평준화 시책에 어긋난다'는 반발도 일어 이전 논의가 무산되는 한가지 요인이 됐다.

이전 논의가 있었던 2011년 이후 현재까지 10년 동안 제물포고는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로 최근에는 폐교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올해 제물포고에 입학한 신입생은 143명에 그쳤고, 이 중 20명은 운동부 인원이다.

운동부를 제외한 123명 중 1~5지망 선발 인원은 81명에 그쳤다. 나머지 42명은 선순위 지망 학교 배정에서 탈락한 6~21지망 인원이다.

신입생들 가운데 중·동구 거주 학생은 84명(중구 49명, 동구 35명) 뿐이다. 나머지는 미추홀구 17명, 남동구 25명, 연수구 14명, 계양구 2명, 서구 1명 등이다. 이들 중 15명은 통학이 어렵다며 전학을 신청했다.

현재 빈 교실의 수만도 20곳에 이르고 있다. 원도심 학령인구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교육 실수요자인 학생들의 지망 순위도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명문고의 전통을 되찾기는 커녕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로 학교운영에 어려움만 가중된 양상이다.

제물포고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학생은 “학생 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적어 단체활동 등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선택과목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적다보니 내신 점수와 같이 등급을 나누는 데 있어서도 불리함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명문고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제물포가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면 다시 명문고로 부활해 지역내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제물포고 이전 및 인천교육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된 이후 송도국제도시 주민 커뮤니티에는 "명문고 이전을 환영한다"는 게시글과 댓글이 이어졌고, "OO초, OO중과 함께 명문 학교 라인업이 갖춰졌다"는 의견이 게제되기도 했다.

반면 시교육청은 제물포고가 명문고였던 때는 고교평준화가 이루어지기 전으로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한다고 해도 명문고로 부활할 가능성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교육계도 공감하고 있다.

인천 교육계의 한 인사는 "과학고, 외고, 자사고, 일반고 등으로 고교 교육체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데다 경기고 등 서울의 과거 명문고가 강남구로 이전한 사례를 볼 때도 과거 명문고의 부활 가능성은 없다"며 "제물포가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면 다시 명문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은 현재의 교육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종합] 제물포고 송도로 이전, 제물포고 자리에는 교육복합단지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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