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의 모델 하우스, 검단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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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의 모델 하우스, 검단선사박물관
  • 유광식
  • 승인 2021.04.0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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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52) 서구 검단선사박물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재현된 계양구 동양1구역 가1호 집터 발굴 모습, 2021ⓒ김주혜
재현된 계양구 동양1구역 가1호 집터 발굴 모습, 2021ⓒ김주혜

 

주말 빗줄기는 잔잔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피로가 가중되는 시점에 조금 더 참고 가자는 의도인지 날씨로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초록별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세계적인 사투는 어제와 더불어 오늘, 내일도 지속될 것 같다. 그만큼 장소와 거주에 따른 의미가 크다 하겠다. 그래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더 마음이 쓰인다. 시위와 비례하는 희생이 더는 없기를 기도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집값 잡겠다고 뛰어든 숲에서 몰래 한탕 챙겨서 튄 이가 많다. 연일 폭로되는 비리 뉴스가 가뜩이나 힘든 사람들의 발목을 조인다. 

 

1전시장 전시 벽면 중에서, 2021ⓒ김주혜
1전시장 전시 벽면 중에서, 2021ⓒ김주혜

 

서구는 경인 아라뱃길이 허리를 두르고 있는 형세다. 그 위와 아래의 삶이 있는 것 같은데, 북쪽이 검단 지역이다. 검단에는 오래전부터 선사시대의 생활 유적이 즐비했다. 가현산과 계양산 사이의 구릉지였던 검단 지역이 오래된 조상의 거처였던 것인데, 그 실상을 엿볼 심산으로 검단선사박물관에 집 구경하러 갔다. 

 

전시장 입구(유심히 보면 좌측 벽에도 지층을 전시했다.), 2021ⓒ김주혜
전시장 입구(유심히 보면 좌측 벽에도 지층을 전시했다.), 2021ⓒ김주혜
전시장 내부(삼국시대 부분), 2021ⓒ유광식
전시장 내부(삼국시대 부분), 2021ⓒ유광식

 

임시휴관 했다가 다시 열게 된 시점이 작년 7월이었다. 소독과 체온, QR 체크인을 한다. 박물관에는 검단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스케치가 1층과 2층에 걸쳐 풍부했다. 주말 관람 시간 막바지에 도착했기에 빠르게 볼 수밖에 없었다. 각종 유물과 모형, 정보에 의존해 가슴 속 큰 집 하나 지어 볼 수 있었다. 불과 돌을 이용하게 된 인간은 점차 정교한 생활 도구를 고안하여 식량을 채집하고 동물을 사냥하며 집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검단은 구석기 시대, 중구는 신석기 시대, 강화는 청동기 시대의 유적이 많이 분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니 인천 지역 전체가 선사의 보고였다. 아뿔싸!

 

숲을 찾은 선사인과 전시장을 찾은 자매와 엄마, 2021ⓒ김주혜
숲을 찾은 선사인과 전시장을 찾은 자매와 엄마, 2021ⓒ김주혜
전시장 유물 전시(구석기 시대), 2021ⓒ유광식
전시장 유물 전시(구석기 시대), 2021ⓒ유광식

 

전시장 내부는 모델 하우스처럼 선사시대의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온화한 집 내부를 구현해 낸 것 같았다. 도토리를 수확하고 멧돼지, 사슴과 달리기를 하는 선사인이 있었다. 지금에라도 깎기 힘든 돌 모양이 신기해 보였는데,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이 돌 조각을 했다면 현대는 투기를 조각 중이다. 1층 전시장 옆으로는 최근 3기 신도시 지구로 지정된 계양지구(동양동)의 유적발굴 현장을 재현해 두었다. 실제 발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유리 바닥 위를 걸어 다니며 볼 수 있었는데 무척 생생했다. 

 

동양동 1구역 집터와 안내 모니터, 2021ⓒ유광식
동양동 1구역 집터와 안내 모니터, 2021ⓒ유광식

 

2층으로 오르는 하얀 경사 통로에는 선사 생활의 픽토그램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았다. 2층은 체험학습실로 각종 도구를 직접 만지며 사용해 볼 수 있고 퍼즐, 발굴 놀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선사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놀이방이다. 바깥에는 하늘공원이 있어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바깥으로 나오니 야외공원도 있어 올라가 보았는데 넓적한 유리 덮개 안에 돌널무덤이 있는 게 아닌가. 계단을 다시 내려오면서 여러 가지 상념이 스쳤다. 

 

2층 체험학습실과 한 아이, 2021ⓒ김주혜
2층 체험학습실과 한 아이, 2021ⓒ김주혜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경사 통로에 그려진 픽토그램, 2021ⓒ유광식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경사 통로에 그려진 픽토그램, 2021ⓒ유광식
박물관 옆 야외 공원에 설치된 돌널무덤, 솟대, 생활체육기구, 2021ⓒ김주혜
박물관 옆 야외 공원에 설치된 돌널무덤, 솟대, 생활체육기구, 2021ⓒ김주혜

 

예나 지금이나 터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던 것 같다. 선사인들의 터에서 현대인들은 그보다 몇백 배 넓고 높은 집을 지어 살고 있다. 평면적으로 분포했던 그들의 삶을 접고 접어서 박물관 한 건물에 모아 둔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에는 안쓰러움도 겹친다. 잠시 창밖을 내다본 풍경을 건너편 아파트 창문이 꽉 채웠다. 노답이다. 

 

박물관 창문(사냥하는 모습 깊이 현대의 아파트가 대비된다.), 2021ⓒ유광식
박물관 창문(사냥하는 모습 깊이 현대의 아파트가 대비된다.), 2021ⓒ유광식

 

최근 거주와 투기에 얽힌 땅파기가 기승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욕망의 그릇이 왜 그렇게 차이 나게 빚어졌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거주지 건너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던 나무들이 최근 벌목되었다. 웅장하리만치 큰 기계톱 소리에 이어 ‘삐거덕 쫙!’ 하며 쓰러지는 커다란 나무의 생의 마감을 목도하면서 차라리 자라지 말 것이지 원망을 했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선사시대의 자연 생활상을 보게 된 것에 큰 위로를 받았다. 현대는 쓰레기와 집으로 투기하는 시대다. 이 점이 더더욱 검단의 선사가 돋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전히 봄이 와야 할 장소가 많은 것 같다.       

 

선사인 친구와 사슴(미래 유적을 바라보고 있다.), 2021ⓒ김주혜
선사인 친구와 사슴(미래 유적을 바라보고 있다.), 2021ⓒ김주혜
인천 지역의 백제 문화 상황판, 2021ⓒ유광식
인천 지역의 백제 문화 상황판, 2021ⓒ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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