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말린 예방 주사’를 아이한테 맞히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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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말린 예방 주사’를 아이한테 맞히는 어른
  • 최종규
  • 승인 2011.06.0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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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다] 오카베 리카·고바야시 마사코, 《두근두근 예방 주사》

 주사 맞기 싫다 하는 아이한테 ‘주사는 몸에 좋으니 괜찮아’ 하고 타이르는 이야기를 다루는 그림책 《두근두근 예방 주사》를 아이한테 읽히면 아이들은 예방 주사를 더는 두려워 하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안 아픈데, 왜 주사를 놓아서 아프게 하느냐?’고 따지는 말에는 달리 대꾸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큰물을 막으려고 둑을 쌓는 일하고 예방 주사 맞는 일은 같지 않습니다. 예방 주사란 ‘병을 막는 주사’가 아니라 ‘병을 넣는 주사’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로서는 튼튼한 아이가 나중에 아플까 걱정해서 놓는다는 예방 주사라고 이야기합니다. 나중에 아플까 걱정스러우니까 아직 튼튼할 때에 ‘미리 손을 써야지’ 하고 생각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배터지게 밥을 먹으려고 소화제를 미리 먹는 셈이라고 할까요.

.. 의사 선생님은 세균이 내뱉는 독을 약하게 만들어 건강한 사람의 몸 속에 집어넣습니다. 그러면 몸은 그 독을 잡아먹는 연습을 하게 되어, 세균에 강해집니다. 그래야 나중에 진짜 세균이 들어와도 이길 수 있지요. 이것이 예방 주사가 하는 일입니다 ..  (25쪽)

 예방 주사를 아이한테 맞히는 일은 어버이 몫입니다. 이러한 주사로 병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놓을 노릇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사를 놓기 때문에 병에 안 걸린다고 말하는 일은 잘못입니다. 왜냐하면, 예방 주사는 ‘병을 100% 막아’ 주지 않을 뿐더러, 예방 주사 때문에 병에 걸리기도 할 뿐 아니라, 예방 주사 때문에 다른 병에 걸리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익히 안다고 이야기하듯이, ‘예방 주사 = 병원균 주사’입니다. 튼튼한 아이한테 ‘병원균을 몸속에 미리 집어넣는 주사’가 예방 주사입니다.

 사람들이 익히 안다고 이야기하듯이, 예방 주사는 몸이 여린 아이한테 맞힐 수 없습니다. 몸이 여린 아이는 예방 주사 병원균을 이기지 못합니다. 몸이 여린 아이한테 예방 주사를 맞히면, 몸이 여린 아이는 이 병원균이 몸에 퍼지면서 ‘예방 주사 맞힌 병’에 걸립니다. 아이가 튼튼할 때에만 맞힐 수 있는 예방 주사입니다. 더구나, 한꺼번에 여러 가지 주사를 맞히면, 여러 가지 병원균이 뒤섞여 어떤 합병증이 생길는지는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예방 주사를 만든 제약회사에서조차 이렇게는 하지 말라고 합니다.

.. 불활성화백신은 병원체를 가열하거나 자외선을 쬐거나 포르말린 등으로 처리하여 면역을 만드는 기능만 남기는 것으로, 면역기능이 지속되지는 않는 백신입니다. 인플루엔자, 일본뇌염, 백일해, B형간염 등의 백신이 여기에 속합니다 ..  (30쪽)

 그림책 《두근두근 예방 주사》에서는 예방 주사 성분 가운데 한두 가지만 살짝 밝힙니다. 그림책 《두근두근 예방 주사》에서 밝히는 예방 주사 성분 가운데 하나는 ‘포르말린’입니다. 예방 주사를 맞히면서 아이한테 포르말린을 집어넣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포르말린을 썼기 때문에 예방 주사가 꼭 나쁘다고는 여길 수 없겠지요. ‘포르말린 우유’이든 무엇이든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으니까요. 더욱이, 아주 적게 몸속에 넣은 포르말린은 크게 탈이 되지 않는다지만, 예방 주사란 ‘병원균이 몸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남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병이 걸리지 않게끔 할 테니까요. 곧, 예방 주사를 놓는 일이란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화학약품과 화학첨가물을 집어넣는’ 일이 됩니다.

 그림책에서 밝히지 않으나, 예방 주사 주요 성분으로 수은과 알루미늄과 페놀과 염산과 에릴렌글리콜 들이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미나마타병이나 이따이이따이병이 왜 생겼는가를 조금이라도 헤아려 본다면, 예방 주사에 수은을 넣는 일을 함부로 안 할 테지요. 그런데, 이 나라 정부와 의학계와 보건소와 학교에서는 예방 주사를 맞히라고는 말하지, 막상 예방 주사 성분이 무엇인지를 다루지 않으며 말하지 않으며 밝히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아이들 급식을 할 때에 급식으로 쓰는 먹을거리가 어떤 재료인지를 꼼꼼히 따지는 어버이나 교사 가운데, 아이한테 먹이는 약이나 맞히는 예방 주사는 성분이 무엇인지를 낱낱히 살피는 분이 너무 드뭅니다.

 초코파이나 새우깡이 맛있다고 여기면 먹을 수밖에 없지만, 맛있다고 여기든 안 여기든, 초코파이나 새우깡이 어떤 성분으로 되었으며, 어떤 화학첨가물이 깃들었는지를 알면서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른들이야 그냥 먹는다 하더라도 아이한테는 함부로 먹일 수 없으니까요. 어린이와 푸름이한테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 하지만,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웁니다. 어른으로서는 담배가 자유라 하지만,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한테 담배 연기가 오도록 하는 일까지 자유가 될 수 없겠지요. 아이가 병에 안 걸리기를 바라며 예방 주사를 맞히겠다 하는 일은 어느 어버이한테나 자유입니다. 그렇다면, 아이한테는 무슨 자유와 어떤 권리가 있을까 헤아려야 합니다. 아이는 제 어버이처럼 무엇이 옳거나 바른지를 살필 수 없고 따지지 못하니까요. 어버이는 ‘아이한테 좋으니까 하자’는 생각이 아니라, 옳은 길과 바른 길과 그릇된 길과 잘못된 길을 하나하나 밝히거나 따지거나 살피면서 참다운 길을 골라야 비로소 어버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예방 접종을 받는 것보다는 병에 걸렸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면역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꽤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  (31쪽)

 몸이 아프다는 사람한테는 약을 써야겠지요. 약 가운데에는 ‘생약’이 있고 ‘화학약’이 있습니다. 약을 안 쓰겠다는 일이 ‘희생을 감수하자’는 일이 아닐 뿐더러, ‘예방 주사가 어떤 성분인지를 밝히며 안전한 예방 주사를 만들거나 걱정없이 예방 주사를 안 맞히며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잘못된 주장’을 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되리라 봅니다. 생약도 사람 몸이 어떠하고 체질이 어떠한가를 살펴서 제대로 써야 합니다. 생약 아닌 화학약일 때에는 화학 약품에 어떠한 두드러기가 있는지를 미리 알아야 합니다.

 퍽 많은 사람들이 달걀이나 우유를 몸에서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달걀을 못 먹는 아이한테는 예방 주사 가운데 맞혀서는 안 되는 주사가 꽤 있습니다. 예방 주사 가운데에는 ‘달걀 성분’으로 만드는 예방 주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아이들 급식으로 나오는 달걀을 안 먹이면서, ‘달걀 성분’이 든 예방 주사를 맞힌다면, 어버이로서는 아이키우기를 잘못하는 셈일 뿐 아니라, 자칫 아이 목숨을 잃게 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가장 마땅한 일입니다만, 내 살림살이와 살림집이 ‘병에 안 걸릴 만큼 정갈하거나 좋거나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복닥이는데다가 너무 많은 자동차가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숱한 공장이 잔뜩 몰린 곳에서 살아가는데, 이러한 곳에서 예방 주사를 맞힌들 아이 몸이 튼튼하기를 바라기 어렵습니다. 주사를 맞히면서 ‘이제 병에 안 걸리겠지’ 하고 생각할 수 없어요. ‘병에 걸리지 않을 터전이란 어떤 곳일까’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요즈음에는 결핵이라는 병이 거의 사라졌지만, 예방 주사 때문에 다시금 도지기도 합니다. 지난날 결핵에 걸린 사람이 많았던 까닭은 ‘제대로 못 먹고 힘들게 일하며 썩 안 좋은 집’에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처럼 웬만하면 다 잘 먹고 힘든 일은 거의 안 하면서 깨끗하다는 터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결핵이 걸릴 일이 거의 없어요. 예부터 결핵에 걸린 사람은 물과 바람이 맑은 시골로 보내 깨끗한 곡식과 푸성귀로 지은 밥을 먹였습니다.

 어떠한 병이든 약으로는 몸을 다스리지 못합니다. 약으로 병원균을 다스릴 수 있어도 몸을 다스리지 못해요. 예방 주사로 병원균을 다스린다지만, 밑바탕이 되는 몸이 튼튼하지 못하다면 예방 주사란 부질없을 뿐 아니라, 여리거나 야윈 몸에는 예방 주사가 부작용이나 반작용을 일으킵니다. 곧, 튼튼한 몸이 되도록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거이 살아간다면, 예방 주사를 맞더라도 잘 버티거나 받아들이지만, 예방 주사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튼튼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언제나 가장 크게 돌아볼 대목은 한 가지입니다. ‘예방 주사로 병을 이겨내자’는 대목이 아니라, ‘내 살림집과 내 마을이 얼마나 깨끗하며 아름답고 좋은가’ 하는 대목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아이한테 ‘좋다는 책’을 많이 읽힌대서 아이가 똑똑해지거나 슬기롭게 살아가지 않습니다. 좋다는 책에 앞서 ‘좋은 삶을 사랑하는 나날’이 되도록 사랑으로 얼싸안아야 합니다. 좋다는 책이든 나쁘다는 책이든 아무 책을 안 읽히더라도 씩씩하면서 아름다이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버이한테서 따뜻하고 넉넉히 사랑을 받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사랑으로 큽니다. 아이도 어른도 좋은 밥으로 몸이 튼튼해집니다. 아이도 어른도 좋은 보금자리에서 좋은 삶을 일굽니다.

 주사가 옳으냐 그르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사랑하려 하느냐를 생각하고, 주사이든 약이든 밥이든 ‘어떤 성분’인가를 살피면서, 참다운 길을 찾아 다 함께 알뜰히 누리는 삶자락을 아낄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입시지옥이 문제라면 입시지옥을 없애도록 힘써야지, 입시지옥과 학력차별 사회이기 때문에 대학교 졸업장을 반드시 따도록 아이들을 밀어붙이기만 하면, 아이도 어른도 입시지옥과 학력차별 사회에서 그저 시름시름 앓을밖에 없다고 느껴요.

※ 함께 읽을 책
 1.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티 케이브 씀,바람 펴냄,2005)
 2. 《예방접종, 부모의 딜레마》(그레그 비티 씀,잉걸 펴냄,2006)
 3. 《백신,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팀 오시 씀,여문각 펴냄,2006)

― 두근두근 예방 주사 (오카베 리카 그림,고바야시 마사코 글,이선아 옮김,시공주니어 펴냄,2003.3.5./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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